지금 한국 주식은 그냥 자기 말 믿고 이차전지 주식을 사라는 배터리 아저씨 vs 모든 언론과 유튜브 연합군(특히 주축은 삼프로)이 있습니다. 그들이 벌이는 전쟁은 챗 GPT라는 성지를 위한 일종의 십자군 전쟁입니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금양 이사는 또 인공지능 테마주에 속으시렵니까 라며 그 주식 살 돈으로 제발 이차전지를 사라고 애원을 합니다. 그의 말을 믿고 정말 많은 동학개미들이 에코프로비엠을 필두로 그가 골라준 8 종목(최근에는 5로 줄었습니다.)을 사고 있지만 챗 GPT 때문에 인공지능 관련주도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저는 올 초까지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솔트룩스가 챗GPT와 관련된 업체가 아니라 인공지능 업체고 특징이 있다면 CEO가 삼프로 언더스탠딩에 여러 번 출연하면서 소위 떴다는 사실 정도인데 지난 6개월 동안 주가가 거의 8배 뛰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작년 10월이 저점으로 6000원 대였으니까 사실 잡주 수준의 주식이었죠. 아마 인공지능에서 챗 GPT가 올해 안 나타났다면 동전주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주목받자 슬금슬금이 아니라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해 3월 10일에는 4만 원도 돌파했습니다. 아직 시총은 3811억 원으로 22조 원이 넘는 에코프로비엠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정말 정말 많이 올랐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죠.
저도 IT 기자를 했고 주변에 컴공과 나와서 스타트업을 차린 사례를 정말 많이 알지만 그들이 어렵지 않았던 적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작년까지는 다들 힘겨웠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 한국에서 대형 이벤트가 터진 것도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밸리 정확히는 시애틀에서 특이점을 넘긴 인공지능이 등장했는데 덩달아 오른 거죠. 그런데 실제 인공지능 업체들은 돈이 몰리고 인력이 몰리는 건 좋지만 챗 GPT가 4.0으로 진화하는 순간의 도약을 보고 자신들이 2년 동안 할 혁신이 1주일이면 해내는 미국 빅 테크의 힘에 압도된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사실 국뽕이 지배하는 국내 유튜브에 정말 우리나라 인공지능 업체가 경쟁력이 있었다면 챗 GPT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00가 있다는 애국심에 놓친 국뽕 영상들이 도배를 이뤄야 마땅하죠. 그러나 그런 실마리도 내비치는 유튜브가 없습니다. 그것은 국내 기술 업체들의 개발력과 미국 빅 테크의 실력 차이가 중국 CATL과 한국 LG엔솔의 차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벌어져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나저나 주식 시장에는 생각이 많고 고려할 사항이 많아지면 결정 장에에 빠져 매수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는 진리는 명백한 듯합니다. 이거 저거 따지다 보면 어느새 미친 듯이 올라가 버리는 게 주가니까요. 그냥 1월에 챗 GPT가 화제가 되고 솔트룩스 CEO가 삼프로TV에 나온 다음 날 샀더라도 이미 세 배 이상을 먹었을 겁니다. 주식에서 돈 버는 데 중요한 것은 분석력이 아니라 결단력(물론 손해 볼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겠지만)과 실행력이라는 말이 빈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