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대 입시 전문가로 의대 MMI 면접 문제가 대학에 공개하자마자 이를 챗 GPT와 함께 풀어보는데요. 4월 3일 공개된 서울의대 수시 정시 MMI 면접 문항 중에 시만 덜렁 주어진 면접 방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시입니다.
내 살 내 뼈를 나눠준 몸이라 하지만
어떻게 하나, 허파에 물이 차 답답하다는데
한 호흡의 입김도 널 위해 나눠줄 수 없으니
네가 울 때 나는 웃고 있었나 보다.
아니지, 널 위해 함께 눈물 흘려도
저 유리창에 흐르는 빗방울과 무엇이 다르랴.
네가 금 간 천장을 보고 있을 때
나는 바깥세상 그 많은 색깔들을 보고 있구나.
금을 긋듯이 야위어가는 너의 얼굴
내려가는 체중계의 바늘을 보며
널 위해 한 봉지 약만도 못한 글을 쓴다.
힘줄이 없는 시
정맥만 보이는 시를
오늘도 쓴다.
차라리 언어가 너의 고통을 멈추는
수면제였으면 좋겠다.
저는 이 시가 누구의 작품인지 첫 연을 보자마자 파악했지만 모르는 척하고 누구의 시인 줄 알고 있니?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곧바로 이런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 시는 '신동엽 시인'의 작품 중 하나인 '어떻게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는 오답입니다. 첫 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시로 표현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신동엽 시인은 그런 슬픔은 겪은 적이 없습니다. 이 시는 고 어어령 전 장관이 영면한 지 1년이 지나 2022년 자신보다 9년 전에 먼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녀를 그리워하며 피로써 언어를 토해낸 시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제가 이 제시문을 갖고 질문을 한 첫 인물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챗 GPT는 기본적으로 2021년 9월까지의 자료만 업데이트되어 있습니다. 작년에 나온 책은 모를 수밖에 없던 거죠. 그런데 시풍과 패턴을 분석해 가장 가까운 시인을 답으로 제시한 겁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텐데 이상하게 챗 GPT는 모른다는 답변을 내놓지 않습니다. 일단 먼저 아는 척하고 그래도 다시 물어보면 생각을 바꾸지 않습니다. 결정적 증거를 들이대면 그때야 사과를 하며 앞으로 노력해서 실수를 바로 잡겠다고 합니다. 저는 실수를 통해서 발전하는 것은 인간이나 인공지능이나 마찬가지라고 위로를 해줬죠.
그나저나 서울의대는 이 눈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시를 학생들 면접 문항으로 활용했을까요?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질문 : 서울의대에서 왜 이 시를 MMI 면접 문제로 냈을까?
답변 : 서울의대에서 이 시를 MMI 면접 문제로 사용한 이유는 의료진이 갖추어야 할 소양과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시는 환자의 고통과 의료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으로, 의료진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가치와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이 시는 의료진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민을 갖춘 인재들을 뽑아내기 위한 검증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정색을 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 : 이 시는 신동엽 시인의 시가 아니라 고 이어령 문화부장관의 살아 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는 시 아닌가?
답변 : 제가 파악한 바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시는 신동엽 시인의 작품으로, 고 이어령 문화부장관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그분의 작품은 아닙니다.
질문 : 언어가 너의 고통을 멈추는 수면제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 딸을 먼저 보내는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이 전해져. 이런 시는 경험한 자만이 가능한 시로서 이어령 장관처럼 실제 딸을 먼저 암으로 보낸 사람이 썼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답변 :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 시의 내용은 가족의 감정과 아픔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인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담아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내용은 시인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추측일 뿐입니다.
질문 : 딸을 먼저 보내는 즉 죽음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어떨 것 같니?
답변 : 딸을 먼저 보내는 즉, 죽음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매우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죽음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며, 특히 자녀를 보내는 것은 부모의 가장 큰 아픔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시에서 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딸의 고통을 멈추어주는 것이지만, 그것은 아버지 스스로의 아픔을 더욱 깊게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질문 : 금을 긋듯이 야위어가는 너의 얼굴
내려가는 체중계의 바늘을 보며
널 위해 한 봉지 약만도 못한 글을 쓴다./ 이 대목에서는 정말 좌절감 딸이 아픈데 아버지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 같은 게 생생하게 전해줘 너는 어때?
답변 : 저 대목에서는 아버지가 딸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딸이 아픔을 겪고 있을 때 아버지는 그 아픔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한 봉지 약만큼의 작은 도움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령 문화부장관은 자신의 딸을 암으로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 : 봐, 이어령 전 장관의 시가 맞네. 챗 GPT도 틀릴 때가 있구나
답변 : 저 역시도 가끔씩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제가 틀렸던 부분을 바로잡아드리겠습니다.
질문 : 괜찮아? 원숭이도 나무 위에서 떨어질 때가 있잖아? 인간이나 인공지능이나 실수를 통해서 발전하는 법이란다
답변 : 감사합니다. 전 인공지능이므로 감정이나 정서가 없어서 괜찮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실수를 통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학습하고 발전하며,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챗 GPT가 정말 무서운 것은 반설을 통한 성장인 것 같아요. 이런 추세라면 10년 안에 영화 'Her'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