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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나랑 노랑 광고가 정말 잘 만든 이유

by 신진상

저는 팝 음악 마니아로서 60~80년대 나온 영미 유럽 팝 음악 중에 제가 모르는 음악은 없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의 아이폰 광고를 볼 때마다 아니 내가 모르는 노래를 이렇게 잘 찾아내 이렇게 효과적인 배경음악으로 쓸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잘 아시는 대로 애플의 아이폰 광고에는 대사가 없습니다. 애플이 고른 음악(올드 팝)과 시각 이미지의 연속인 동영상만 있죠. 사실 주연 배우도 없는 것 같습니다. 유명 배우나 유명인을 쓴 적이 없어요. 오직 음악과 화면만으로 브랜드와 제품의 홍보를 동시에 합니다.

애플 아이폰 광고를 볼 때마다 감동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3월부터 전 새계에서 시작한 애플 프로 14 ‘헬로 엘로우’ 광고는 단연 최고입니다. 이 광고는 저도 몰랐던 79년에 프랑스에서 대히트했던 노래가 쓰였습니다. 벨기에 출신 리오라는 여가수였는데 이 곡 하나로 유명해지고 그리고 더 이상의 히트곡을 내놓지 않은 원 히트 원더 가수입니다. ‘바나나 스플릿’이란 곡인데요. 저는 이 노래를 듣고 광고에서 처음 듣고 국내 가수 자우림의 김윤아를 떠올렸어요. 목소리의 음색도 비슷하고 나나나나나라는 후렴구가 헬로 옐로의 국내 번역인 나랑 노랑이랑 얽혀서 귓가에 나랑 놀아줘라고 들렸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가요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우림 곡 중에 그런 곡은 없어 구글링을 해보니 리오라는 가수의 프랑스 곡 즉 샹송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애플이 국내 광고 버전에 자막을 넣을 때 ‘안녕 노랑’이 아닌 ‘나랑 노랑’이라고 번역한 센스입니다. 노란색 아이폰의 등장을 알리며 동시에 아이폰의 이미지인 사용자와 잘 놀아주는 똑똑한 스마트 기기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제 귀에는 바나나의 나 부분이 길게 이어지는 후렴구가 “나랑 놀아줘”로 들린 겁니다. 작품의 메시지 즉 콘셉트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음악과 영상의 조화, 조화된 음악과 영상이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애플이 정말 잘 알고 있다는 증거죠.

나랑 노랑의 광고

https://youtu.be/PWeMNxjtsPQ



리오의 바나나 스플릿

https://youtu.be/qOVn-g-__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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