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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에서 물리면 정말 답이 없는 게 주식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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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미국 주식에서 미친 일이 일어났습니다. 27일까지 거의 듣보잡이었던 TOP Financial Group Limited (TOP)이라는 홍콩에 본사를 둔 선물 옵션 거래 업체의 주가가 40 달러 대에서 오르기 시작해 256 달러까지 갔다가 108 달러로 마감한 뒤, 애프터 마켓에서 무려 59 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7 달러였던 이틀 전 가격으로 생각하면 8배 이상 오른 거지만 28일 최고가인 255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사이에 75%가 떨어진 미친 변동성이었죠. 제가 어제 들어가 보니 이 회사에 관해 애널리스트 분석 자료 0, 뉴스도 거의 전문했습니다. 실적 발표 뉴스가 하나 있었는데, 실적도 EPS가 0.055 달러로 전년도 0.029 달러보다 대폭 늘어났다는 수치인데 사실상 의미 없는 성장이었죠. 제가 볼 때는 매출이 1분기 516만 달러인 업체가 나스닥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루 거래량이 100만 주도 안 되던 회사가 왜 갑자기 이틀 동안 천만 건아 넘는 거래가 이뤄졌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기업 임원진들은 전원 중국계 홍콩인들로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의 외국 소유 제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미국 자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케이맨 제도를 기반으로 한 복잡한 금융 구조를 채택하고 있죠. 즉 작전 냄새가 너무나 납니다.

어제 새벽에 많은 서학 개미들이 이 주식에 달려들어 단기 차익을 얻으려고 했던 모양인데 한 발 늦게 들어가 200 달러 넘은 액수에 고점 매수를 했다면 거의 지옥을 목도했을 겁니다. 소위 테마주나 작전주에 열광하는 분들은 고점에서 물리면 답이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후회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잡주나 밈 주식이 아니라 삼성전자를 96 층에 사신 분들 등 예금보다 더 안전하다는 초우량주조차도 고점에서 물리면 답이 없습니다. 2021년 1월이 삼성전자의 최고가가 될지 언제 그 고지를 넘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기간 동안 마음고생 생각하면 설사 몇 년 뒤 이익을 내고 팔더라도 사실상 손해죠.

주변에 보면 고점에서 물린 사람들은 거의 늘 언제나 개미들이었습니다. 기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차트 보고 뒤늦게 달려든 사람들이 결국 설거지를 당하게 되죠.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식 시장이 모두에게 공평한 운동장인지 기관투자자와 우리 같은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자(역시 기관투자자들이죠,)애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지 묻는 질문 자체가 우문인 것처럼 보입니다. 서실 고점애 물린 사람들 중에는 우리가 주식 전문가라고 알고 있는 유튜브나 증권 방송 출연자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사실 이들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증거죠. 이들은 주식은 미래의 일을 다루는 일이니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며 발뺌하지만 고점에서 물렸다는 사실 자체가 주식 실력을 보여주는 증거죠.

강환국 작가는 고점인지 아닌지 알려면 인간판독기를 사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삼프로 TV의 정프로가 대표적인 고점 판독기로 유명하죠. 주식 수익률이 안 좋은 사람들이나 주식 투자를 평소 안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산다면 그때가 고점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과학적인 주장은 아닙니다.

물론 고수들도 고점에서 물릴 수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고수 중에는 손절매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손절매를 잘하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고 특히 경험 많은 고수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내가 들어가는 게 고점이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시기를 정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떨어지면 사겠다고 생각하다 주가가 더 올라 그때 들어가면 그때가 고점인 경우도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느꼈을 겁니다. 그러면서 배우는 게 주식이라지만 고점에서 물려본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은 위로조차 되지 않을 겁니다. 정말 누구 말 대로 고점에서 물리면 답이 없다가 유일한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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