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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이미 자본주의로 통일됐다 '자본의 무의식'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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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무의식이란 제목만 들으면 왠지 자본주의를 까고 경쟁과 양극화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무의식에 깔려 있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내용과 주제였습니다. 저자인 박현옥 캐나다 요크대학교 교수는 84년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니 한글이 더 자연스러울 텐데도 영어로 이 책을 써서 국내에서는 번역서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보니까 미국이 가장 싫어하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고 편견을 갖고 있는 미국인과 미국의 지식층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 메시지는 뭘까요? 바로 한국은 이미 통일됐고 그 통일을 이룬 계기는 자본주의라는 미국이 좋아할 그러나 믿기지 않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언뜻 보면 보수 자세히 보면 진보인 이데올로기의 모네 같은 스타일입니다. 한국인이나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는 탈북자나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차별받고 본국에서는 중국인이라고 또 차별받는 조선족들이 단 하나의 생각만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랍니다. 그 생각은 바로 돈 벌고 싶다입니다. 이 생각이 이미 세 나라의 한 민족을 통일했다는 게 박 교수의 신선한 주장입니다. 북한의 김정은의 괴기스러운 독재나 미사일 발사에 속지 말고 북한의 실체를 보라는 이야기죠. 북한 사람들은 사회주의의 사자도 모르고 오직 하나 돈 맛만 압니다. 물론 돈 맛집은 대한민국이지만 이들은 일단 조선족이 떠나 중국 연변에서 빈 일자리를 노려 자본주의 예행연습을 한답니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돈의 맛집 대한민국에 오게 되죠. 탈북자가 모든 북한인의 정서를 드러낼 수는 없겠지만 저도 탈북자를 대상으로 돈 공부에 대한 강의를 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들은 우리 사회에 오기 전에 이미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 대신 트랜스 내셔널 코리아라는 새로운 개념을 꺼냅니다. 세 나라에 사는 한민족은 체제가 다 다른 것 같지만 실은 자본주의를 향한 열정이라는 하나로 이미 무의식 차원에서는 통일되었다는 이야기죠.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북한에서는 단 한순간도 사회주의란 게 존재한 적이 없었던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삼성 등 대기업 지배구조를 비판하며 공정을 외치는 우리나라 진보가 훨씬 더 사회주의지향적이라는 말도 할 수 있겠죠. 그는 북한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북한을 적대시하며 북한과 일체 대화를 하지 않는 미국을 그렇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그가 좌인지 우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한 겁니다. 그런데 불쌍한 건 모순 속에서 사는 인간들이지만 사회주의 자체는 도대체 뭘까요? 이념도 불쌍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중국은 절대 사회주의도 아니고, 괴연 북한도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진짜 사회주의는 어디에 있는 건지 묻고 싶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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