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그래프와 데이터. 저는 이게 책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텍스트 옹리가 아니고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 독자를 급격하게 빼앗기는 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챗 GPT에게 물어보면 책은 그래도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매체로 인류가 있는 한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챗 GPT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독서를 안 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화됐죠. 검색도 필요 없어요. 챗 GPT에 물어보면 다 알려줍니다. 그리고 유튜브를 잘 골라서 보면 책을 1년에 한 권 안 읽고도 얼마든지 똑똑하다는 소리도 듣고 유식하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이런 책의 위기 속에서 어떤 살 길을 이 책에서 찾았어요. 바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뉴욕 대 경영대학원 교수 스콧 갤러웨이의 신작 ‘표류하는 세계’입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부터 지난해 ‘거대한 가속’까지 다 읽었습니다. 그가 쓰면 무조건 믿고 읽습니다.
그의 책 ‘표류하는 세계’는 미국의 쇠퇴와 각자도생 하는 세계를 짧은 글과 한 장의 그래프로 보여주면서 현실 자본주의 경제가 양극화라는 세상이 망하는 길로 질주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는 책이죠. 한 마디로 지금까지 미국이 주도한 성장은 인류를 가난과 빈곤에서 구했지만 부작용으로 운동장을 기울어지게 했고 기울어진 운동장은 인류를 자동으로 디스토피아로 이끌 거라는 주장입니다.
지금이 1대 99의 사회가 되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80년까지는 상위 1%와 나머지 99%의 임금 증가율이 비슷했지만 40년 만에 증가율만 120배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매년 6000억 달러의 세금이 미납되는데 이 숫자 대부분이 상위 1%의 부자들이 안 냅니다. 국세청은 미국에서 완전히 기능을 상실해 버렸죠.
50년대 아이젠하워 시절과 비교해 GDP는 거의 5배 이상 올랐습니다. 소비의 진작 때문이죠. 늘어난 중산층이 소비를 주도했고 이를 갤러웨이 교수는 컨테이너로 쌓아 올린 소비 지상주의로 표현합니다. 90년대 260만 콘이었던 선박 컨테이너가 2020년에는 2750만 톤으로 폭증했습니다. 인류는 미국 덕분에 유사 이래 가장 잘 살면서 또 가장 빈부격차가 심해진 세상에서 살게 된 거죠.
이런 식으로 표류하는 세계의 키워드 100개를 고르고 그에 맞는 통계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제공하면서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갤러웨이가 새롭게 시도한 독자와의 대화입니다. CNN은 이 책을 이렇게 추천합니다. 무엇이 미국을 공포영화로 만들고 있는가? 그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있다. 미국인과 전 세계인을 상대로 처참하게 진행되는 슬래셔 무비의 이름은 바로 양극화의 대학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