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생각에서 중국에 손을 내민 닉슨을 더 미워할까요? 아니면 WTO에 가입하면 알아서 민주화가 되어 착한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한 빌 클린턴을 더 미워할까요? 지금의 중국을 만든 두 사람의 미국 대통령이 있다면 한 사람은 닉슨 한 사람은 클린턴이 맞습니다. 클린턴은 게다가 임기 중에 광산청을 폐지해 미국이 희소 금속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빌 클린턴은 사실 생각 자체는 철저하게 공화당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죠.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늘날 우리 연방정부는 30년 만에 가장 작은 정부이며, 매일 점점 더 작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로널드 레이건이 아닌 민주당의 클린턴이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레이건이 연 신 자유주의가 절정을 이룬 시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큰 정부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민주당이 대통령이던 클린턴 시절에 완성됐습니다.
반대로 공화당 대통령이면서 가장 민주당적인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반독점법으로 록펠러에 재갈을 물리고 미국 부자들의 탐욕에 제동을 건 테디 루스벨트입니다. 우리에게는 2차 세게 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가 더 유명하지만 러시모어산에 있는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의 조각에는 테디 루스벨트가 있지.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빠져 있습니다. 물론 러시모어 조각상이 루스벨트 대통령 때인 41년에 완성해서 본인의 이름을 추가하기가 어려웠겠지만 적어도 그 이전의 민주당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후보에 거론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참고로 4명의 대통령 중 링컨과 루스벹트는 공화당, 제퍼슨과 워싱턴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생기기 전의 대통령이라 아직 이 급에 해당하는 민주당 대통령이 탄생하지는 못했습니다. 민주당을 설립하고 첫 번째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앤드류 잭슨으로 링컨보다 30년 정도 민주당이 먼저 대통령을 배출했는데도 말이지요. 30년 늦게 탄생한 공화당이 배출한 대통령과 재임기간도 민주당보다 많고 깁니다. 조지 부시와 트럼프 때문에 공화당이 갑자기 이상해진 거지, 원래 미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정당은 공화당이 맞습니다.
테디는 정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는 우리다. 우리는 정부, 당신과 나다.”
멋진 말이죠. 프렝클린 루스벨트가 했던 정부는 우리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사실 테디의 말을 조금 바꿔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큰 정부의 원조도 민주당이 아니라 공화당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그러고 보면 미국 최고 인기 대통령이며 흑인 해방을 이루었던 링컨이 만든 공화당이 지금은 가장 인종차별적이며 백인을 위한 정당으로 변했고 흑인 노에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흑인에 인종차별적이었다는 이유로 오바마 때 미국 지폐 모델에서 퇴출된 민주당의 설립자 앤드류 잭슨과 남북 전쟁 당시에는 흑인을 아프리카로 돌려보내자는 반동적인 주장을 한 민주당을 흑인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진 걸 보면 역사와 정치는 인간의 마음처럼 늘 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