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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김사부가 엄정화에 밀리는 이유가 걸까?

by 신진상
닥터 차정숙.jpg

낭만 닥터 김사부는 메디컬 드라마의 지존이죠. 일단 모든 방송국 통틀어 주중 드라마가 일일연속극을 제외하고 시청률 30%를 터치한 경우는 최근 10년 간 낭만닥터 김사부 외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의사 혹은 의대와 관련된 드라마 중에서 김사부보다 더 화제가 된 드라마도 최근 없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도 인기 드라마였지만 김사부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죠. 김사부가 얼마나 인기 있었느냐 하면 시즌 1 방영되고 서울의대 MMI 면접레서 학생이 너무 이상적으로 답변을 하니까 면접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자네는 너무 김사부를 많이 본 것 같네.”.

그런데 시즌 3가 예상 밖의 강자를 만나 고전 중인데 그 드라마 역시 의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메디털 드라마라고 보기는 어려운 그런 드라마입니다. 현재 4회를 지난 김사부가 2회 시청률만 13%를 넘었고 4회는 12.5% 정도에 그쳤습니다. 회가 거듭될수록 올라가던 지난 시즌 1, 2 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엄정화 주연의 닥터 차정숙 때문이죠. 차정숙이 시청률이 16%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닥터 차정숙을 보다 말았는데 사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의사이고 병원이 자주 등장할 뿐 본질은 불륜과 혼외자식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입니다. 얼마 전에는 크론병을 잘못 묘사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엄정화가 의사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차정숙이 김사부를 누를 수 있었을까요? 시청자들이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시즌 3의 김사부가 전보다 못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앞에서 불륜 드라마를 한국 시청자 특히 여성들이 워낙 좋아한다는 점은 말씀드렸고요, 김사부 3은 초반이지만 저만 그럴까요? 왜 전작들보다 못하다고 느껴질까요? 제가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째 빌런의 교체입니다. 1~2의 도윤환보다 3편의 이경영은 확실히 약합니다. 그리고 이경영은 별명이 또경영이라는 표현처럼 너무 자주 시청자들이 보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2와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려 한 제작진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그동안 의사로도 너무 자주 나왔죠. 2까지는 선명한 선 김사부와 선명한 악 도윤환이라는 갈등 구조가 있었지만 이경영이 보여주는 모습은 원칙(이경영)과 유연성(김사부) 정도의 대립이지, 선과 악의 대립은 아니죠. 실은 우리 국민들은 막장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립한 뒤 선이 이기는 권선징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시즌 3은 기존 1~2와는 다른 갈등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죠.

두 번째는 요즘 의대 입시 열풍이 더욱 거세지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예전에 지녔던 명예나 박애의 실현 이런 낭만 닥터 특유의 이미지와 다른 방향, 즉 의사는 가장 편하고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쪽으로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낭만 닥터의 이미지는 원래부터 판타지로 의사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당시 현실 의사들의 반응이었지만 의대 인기가 마치 부자 되세요처럼 회자되는 시점에서 낭만 닥터가 보여주는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는 모습이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의 모순 사이에서 드라마는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공중에 붕 떠 있는 그런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 때와 지금이 분명 달라진 건 사람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김사부 3은 2023년의 시대적 분위가 와 조금 결이 다르다는 점이 걱정이죠.

세 번째는 재미입니다. 우선 이경영의 등장이 슈퍼 빌란 도윤환에 비해서 약하다 보니 악인이 이끌어가는 재미가 사라졌습니다. 사실 이경영을 제외하면 거의 출연진 모두가 김사부의 팬이며 때로는 김사부교 신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 갈등이 현격히 줄었고 갈등이 줄면서 아무래도 극적인 재미가 시즌 1~2 때와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겠죠. 그리고 원래부터 김사부는 수술 장면이 많고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지만 3에는 더욱더 전문성이 늘어나면서 몰입이 조금씩 차단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네 번째 이유로는 간호법으로 의사 간호사와 의료 직군 내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가 낭만 닥터 김사부애서 그리는 것과 아주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차정숙이야 치정이나 불륜이나 복수에 관심이 있고 김병철을 욕하기 위해서 보는 거라 상관이 덜한데 김사부는 모든 장면이 의료 행위니까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 현장은 낭만이나 판타지가 개입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극단적이고 일반인들에게는 지극히 혐오스럽죠.

아직 방송의 4분의 1이 끝났기에 나머지 4분의 3이 남았지만 시즌 3가 시즌 1~2의 인기를 뛰어넘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인 전망을 내리게 되네요. 그렇지만 저는 김사부의 팬으로서 파이팅 김사부를 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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