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이란 가능할까요? 아니 그전에 사람이 쉽게 변하는 존재인가요? 사람이 얼마나 변하지 않는 존재인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찰스 디킨슨의 ‘크리스마스 캐럴’ 일 겁니다. 지금은 초등학생들이 성탄절 특선 영화로 보는 이 소설의 주제는 사실 이겁니다.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지만 단 하나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변할 수 있다. 정확히는 비참한 미래를 보여주면 사람은 바뀝니다. 스크루지 마음이 바뀐 것도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미래, 고독사였지요.
크리스마스 캐럴은 원작을 영화로 한 작품 외에도 수없이 변주됐는데 2000년에는 할리우드에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으로 ‘패밀리 맨’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2023년 우리나라에서는 이 패밀리 맨의 한국어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위치’란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어서 창의성과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언제나 재미있는 영화가 바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변해 더 행복해진다는 내용이죠. 대부분의 인간은 사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해야 하지만 그게 싫은가 아니 힘든가 봅니다. 그래서 영화로 대신 만족하는 게 아닌가 해요.
이 영화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설정입니다. 사실 연예인 걱정이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인은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덤으로 얻는 가장 행복한 직업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도 대중문화를 취재하면서 그쪽 세계를 어느 정도 체험했지만 실제 연예인은 일반인의 상상과는 거리가 먼, 누구나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쿠르지라고 느낄 수 있는 저래 고독의 직업입니다. 사람이 고독을 극한으로 느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유명해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바로 스위치에서 권상우가 그랬지요. 그는 실제 모습 그대로 슈퍼스타를 연기합니다. 슈퍼스타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지요. 우선 돈을 잘 벌고 유명하다는 점 때문에 교만하죠.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는 말처럼 자신을 오늘의 자리에까지 만들어준 지근거리 사람들에게 특히 교만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 밤에 잠을 못 잡니다. 유아인 하정우 씨를 비롯 연예계에서는 아마 일반인들의 10 배 아니 20배 이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히틀러나 스탈린처럼 손에 피를 묻힌 것도 아닌데 왜 유명연예인들은 잠을 잘 못 잘까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처럼 세상 모든 걸(전에는 없던 명예도 요즘 연예인들은 있죠.) 가진 사람들이 보통 사람이면 누구나 숨 쉬기처럼 자연스러운 밤에 잠자기를 제대로 못해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때로는 중독되기도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인기와 부를 누리면서도 드는 한 가지 생각이 밤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어느 직업보다 많기에 밤 잠을 못 이루는 연예인들이 많은 거죠. 니콜라스 케이지의 직업은 월 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금융 투자자였지만 한국에서는 여의도 증권맨보다 연예인이라는 설정이 훨씬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 어떤 직업보다 불안하고 두렵고 고통스러운 직업이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연예인일 수도 있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충무로가 현대판 스쿠루지를 만들면서 ‘패밀리 맨’의 주인공을 연예인으로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란 주제로 일종의 평행 우주를 관객에게 제시하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바꾼 미래가 더 나은 대안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에 대해서 끝없이 후회하며 그 결과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면 권상우의 절규처럼 하루 5시간 이상 푹 자고 싶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마음을 잘 아는 저 같은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는 관객도 있겠지만 실제 대다수 관객들은 두 개의 갈라진 길 중에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나은 길이었음을 확인하면서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배웁니다.
결국은 이 영화든 패밀리맨이든 크리스마스 캐럴이든 변화하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한곁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는 있습니다. 사실 간단합니다. 변화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면 됩니다. 그 명백한 사실을 누구나 잘 알지만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볼 때 습관 때문입니다. 습관을 바꾸면 모든 것이 좋아집니다. 누구나 행복하고 싶지만 행복한 사람이 늘 언제나 소수였던 이유는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변화이며 그 변화는 결국 습관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외면하거나 외면하지 않더라도 나쁜 습관과 싸울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