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주식 투자를 잘하는 이유는 뭘까?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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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사 박경철 씨를 비롯해 ‘개미 5년 세후 55억’의 저자 성현우 씨, 미국 주식 무한매수법으로 유명한 유튜버 라로어 씨 등 주식 투자로 성공한 의사들이 많습니다.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책으로는 뜬 ‘살려주식시오’의 저자 박종석 작가도 본업이 의사죠. 미국도 의사 출신 성공 투자자는 여럿 있습니다. 빅 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를 비롯해서 블린저 밴드를 창시해 심리 분석의 달인으로 불리는 알렉산더 엘더는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의 권위자 윌리엄 번스타인 역시 신경정신과 의사였죠. 제가 과문이라 변호사 중에서 주식으로 대박 냈다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의사는 주식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들이 숱합니다. 그러고 보니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주식 투자에 최적화된 듯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의사들도 대부분 주식을 하고 있거든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겠지만 제가 볼 때 의사라는 직업만이 갖고 있는 몇 가지 특성들이 주식 투자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를 네 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차트를 매일 보는 거의 유일한 직업

저는 주린이와 주식 중수 이상의 실력자들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차트에 대한 이해도라는 평가를 내려봅니다. 말로 푸는 기본적 분석과 가치 투자 등은 책을 몇 권 보면 주린이들도 내용을 대부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차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차트를 보고 시장의 흐름과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데는 책 외에 실제 투자 경험이라는 경험 축적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죠. 그런데 직업 중에 차트를 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다른 직업도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의시가 떠오릅니다. 물론 의사들이 보는 환자들의 차트와 주가 흐름을 과거와 비교해 오를지 내릴지 에측하는 데 거의 유일하게 도움을 주는 툴인 주식 차트는 성격은 많이 다르지만, 그래프나 사진을 보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공통점이 있습니다.

2) 매일 사적으로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긴다

저는 주식 투자자로 성공하려면 여러 자질들이 필요하지만 특히 관찰력은 정말 중요한 역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와이프가 쇼핑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해서 미래 오를 주식을 고른 피터 린치를 비롯해서 주식 투자자로 성공하려면 일상과 생활에 대한 관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주식은 머리와 눈으로 동시에 하는 거라는 이야기죠. 대부분의 직업들은 평소 아는 사람들을 매일처럼 만나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거의 처음 보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오래 하다 보면 생판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고통스러운지 등등을 잡아내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쌓일 수밖에 없죠. 이는 종목 선정 시 가장 중요한 미래 오를 주식 고르기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3) 감정 조절 능력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수련된다

의사라는 직업은 아픈 사람을 매일 어쩌면 매 순간 만난다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있죠. 저는 스트레스를 의사들이 최소한으로 받고 버틸 수 있으려면, 공감 능력이 너무 없어도 안 되고 공감 능력이 너무 커서도 곤란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자는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고요, 후자는 측은지심 때문에 역시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사라는 직업은 상대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는 능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불리한 게 감정에 치우친 의사 결정이죠.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신을 훈련시키는 과정이 별도로도 필요한데, 의사는 거의 자동적으로 이 훈련이 되죠.

4) 증거 기반주의 결정 내릴 때는 추론이 아닌 증거

공자님의 어록을 모아놓은 책 ‘중용’에 보면 무장불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다는 뜻이죠. 왜 의사들과 의학 이야기하면서 동양 고전 이야기를 할까요? 저는 의학에 대해서 일반인 정도의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는 관계로 의학 관련 책을 꽤 많이 읽은 편입니다. 의학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의학이란 학문은 철저하게 증거 기반주의에 입각한 과학 중의 과학입니다. 그런데 다른 과학보다 훨씬 인간적입니다. 과학의 주체인 인간 의사는 진단하고 예후를 판단할 때 확률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이 그렇게 진단한 결론의 증거를 확실하게 제시하는 훈련을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동안 한다는 이야기죠. 이런 훈련은 주식을 살 때와 팔 때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주식에서 어려운 것은 주식을 팔 때죠. 정말 어렵습니다. 누구 말 대로 주식의 매도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죠. 그러나 예술을 기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성공 투자자들은 감이나 직관이 아닌 반드시 객관적 증거를 찾아 자신을 먼저 설득한 뒤 팔 때에야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드시 객관적 증거를 찾아라! 데이터에 의해 결정하라! 불릴리오라는 퀀트 투자, 알고리즘 투자로 유명한 두물머리의 천영록 대표가 쓴 ‘감으로 하는 투자, 데이터로 하는 투자’에 보면 데이터나 과거의 경험을 모형화하지 않은 투자 고수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의사들은 직업에서 활용하는 데이터와 모형을 실제 주식 투자에도 응용할 수 있어 출발부터 투자에 아주 유리한 직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증거 기반 의학이라는 학문을 마스터하고 인술을 베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률적 사고를 하게 된 결과 의사라는 직업이 주식 투자에 최적화된 직업이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작가 김종성 박사는 자신의 책 ‘뇌과학 여행, 브레인 인사이드’에서 열렬한 기독교 신도였던 자신은 뇌과학을 공부한 다음부터 오직 논리적으로 증명된 것만 믿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술회했는데요, 주식을 할 때는 과잉 감정은 물론 과잉 생각도 위험하다는 점에서 증거를 반드시 찾고 결정한다는 마음가짐은 수익률에 반드시 영향률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5) 의사라는 직업의 현실감이 레버리지와 선물 옵션으로 쪽박 칠 확률을 줄인다

의사라는 직업은 제가 아는 한 무척이나 현실적인 직업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직업이니 만큼 낭만성이 개입될 여지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제롬 그루프먼의 명저 ‘닥터스 씽킹’에서 이야기하듯이 의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관리하면서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모든 의사 투자자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갖고 부나방처럼 비트코인이나 선물 옵션 등 휘발성과 변동성 강한 투자에 달려들지 않는다는 거죠. 큰 거 한방은 결국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입니다. 의사는 불확실성에 모험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질병이라는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로부터 생명이라는 유기체를 지키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늘 상대하게 되어 있죠. 불화실성과 싸우는 직업이다 보니 주식이라는 가장 불확실한 투자 수단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돈을 벌려면 반드시 리스크를 떠안아야죠, 그러나 리스크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그때 해답이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기술적 분석의 달인 알렉산더 엘더의 다음 이 말입니다. “사이렌의 노래를 들으려고 본인의 몸을 돛대에 묶인 오디세우스처럼 행동해야 한다.”정말 리스크를 짊어지는 자세를 칭송하되 대안과 통제도 반드시 고려하는 모습이 엿보이죠. 이게 바로 닥터스 스탁스 씽킹입니다.

물론 어떤 직업이 주식 투자를 잘하는지에 대한 논문은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경영학과 석박사 논문으로 좋은 연구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실제 데이터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뇌피셜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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