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아가 맞다 “나도 여러 명이거든”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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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볼트 테일러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뇌과학자로 테드 강연과 자신의 뇌졸중 체험기를 생생하게 쓴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로 너무나 유명해진 인물이죠. 대학에서 뇌과학을 공부하려는 여학생들에게 최고의 롤모델이자 정신적 멘토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그녀와 그녀의 삶을 자소서에 녹아냈는데요, 그녀의 새 책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는 뇌과학 전공 희망자는 물론 심리학과 인문학 지원자들에게도 적극 권할 만한 책입니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뇌과학이 긴요하고 도움이 되는지를 정말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인간의 뇌가 그렇게 선명하게 좌뇌와 우뇌가 나뉘는지에 대해서는 뇌과학자마다 다른 의견인데요. 일단 질 볼트 테일러는 좌뇌와 우뇌의 기능은 분명 다르다고 전제합니다. 그에 따라 인간의 뇌는 4가지 캐릭터로 나뉘고 이 4명의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처럼 수시로 한 자리에서 만나 회담을 거쳐 주요 사항을 결정합니다. 결국 우리의 자아는 단일된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라 4명의 주연 배우가 교대로 주인공을 맡는 다중 자아이며 자아는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셈이죠. 결국 이 말이 옳았던 겁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정확히는 ‘나의 뇌는’이 맞겠지만 말입니다. 일단 질 볼트 테일러가 어떻게 우리의 뇌를 구분하는지 알아볼까요.

캐릭터 1은 좌뇌사고형입니다. 좌뇌가 주로 언어와 추론을 담당하는 이성의 얼굴이기도 하니까 이는 정말 자연스러운 분류입니다. 이성적이며 분석적이며 디테일에 꼼꼼하지만 때로는 자싱에게 지나치게 집중해 자신을 지옥의 쳇바퀴에 넣고 끝없이 돌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캐릭터 1을 지옥의 챗바퀴의 줄임말로 헬렌이라고 친숙하게 부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좌뇌 감정형입니다. 테일러에게는 애비라는 별명을 얻었죠. 이성적으로 감정을 느끼면 어떤 결과가 탄생할까요? 공포 의심 비판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 모든 것을 옳고 그름으로 보는 이분법적 흑백 논리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캐릭터 3은 우뇌 감정형입니다. 포용력 열린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믿음과 지지 등의 긍정적 정서를 대변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는 기쁨과 행복의 캐릭터입니다. 캐릭터 3에 자신의 뇌를 맡기면 좀 더 맥락 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타인과 즐거움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표현하면 캐릭터 1이 무자비한 자본의 정글을 만들었다면 캐릭터 3은 ESG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캐릭터 3의 별명은 피그펜입니다.

캐릭터 4는 우뇌 사고형입니다. 사고를 하되 비언어적으로 그림으로 사고합니다. 영화감독이나 화가들은 이쪽으로 특화된 직업들이죠. 이 캐릭터는 부분보다는 전체적으로 보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질 볼트 테일러는 친숙하게 여왕 두꺼비라는 별명으로 부릅니다.

한 인간의 뇌가 4가지 캐릭터가 각각 25%씩 딱 떨어지게 배분되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럴 때는 혼란이 빚어지고 결정 장애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4명의 후보자가 똑같은 비율로 득표했다면 사실 그 나라에는 무정부주의가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죠. 그래서 상황에 따라 어떤 순간에는 캐릭터 1이 주도하고 어떤 맥락에서는 캐릭터 3이 통치하는 정권교체가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인간의 뇌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뇌는 물론 우리 뇌는 회복 중이라며 인간의 뇌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하는 증거를 밀레니얼 세대에서 찾습니다. 그들은 부모인 X세대 덕분에 우뇌적 교육을 받은 최초의 세대죠. 그러면서 양쪽 반구의 사고와 감정을 골고루 키우도록 훈련받았습니다. 너무 개인적이지도 너무 집단적이지도 않은 밀레니얼 세대는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번영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녀의 예언대로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는 미래는 갈등과 증오와 혐오도 사라지고 완벽하고 온존하며 아름다운 미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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