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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이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 많은 그 버리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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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 쇼트’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공매도의 제왕 마이클 버리는 사교성이란 전혀 없고 스트레스 해소는 오직 메탈리카 슬레이어 등의 쓰래시 메탈을 들으면서 미친 틋이 해드 뱅잉을 하는 아주 이상한 괴짜입니다. 고장 난 시계가 하루에 두 번은 맞듯 그는 언제나 거품이다 시장은 곧 망한다고 외쳤는데 그의 예언이 적중하는 경우보다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13F를 보니 역시 마이클 버리라는 탄사가 나오네요. 시장이 오를 때는 낙관에 빠져 그의 말을 아무도 귀 담아 듣지 않다가 폭락장이 오면 그제야 역시 버리는 선견지명이 있네 어쩌네 하며 그를 재평가하게 되지요. 그와 같은 비관론자들은 늘 시장이 망한다고 외칩니다. 사이클이 존재하는 사본주의에서 시장이 폭락하는 순간은 반드시 오기 마련입니다. 올 7월까지 생생 달리던 나스닥 덕분에 사람들은 그럴 일이 절대 오지 않을 줄 알았죠. 저를 포함 월 스트리트와 개인 투자자들은 기분이 좋아 그의 이름을 까맣게 잊고 있었죠. 7월 말 미국 산용 등급 강등의 불길한 징조였습니다. 이어 8월 들어 갑자기 하락장이 찾아오면서 사람들은 슬금슬금 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죠. 바로 마이클 버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 정말 하락장이 왔다는 증거니 주식을 롱 포지션(매수)에서 솟 포지션(매도)으로 바꾸고 어차피 인생 모 아니면 도, 한 방에 역전이 가능하다고 믿으시는 분들은 주식보다 100배 1000배는 더 위험한 옵션 투자에 손을 대시기도 합니다. 공매도의 제왕 마이클 버리는 풋 옵션의 제왕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1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굴리는 헤지 펀드는 분기별로 투자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13F로 불리죠. 즉 2분기 나스닥이 미친 듯이 올랐을 때 마이클 버리는 무엇을 샀는지를 8월 중순인 지금에야 사람들이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그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놀랍게도 SPY 풋 옵션입니다.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메타 그리고 월마크에 버크셔 해서웨이까지 모두 들어 있는 스파이 지수 풋 옵션에 거의 그는 올 인 했습니다. 그는 애리조나 주에 있는 Scion Asset Management의 CEO로 있는데 이 회사 2분기 전체 투자 자금의 51%가 S&P 500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스파이 풋이었습니다. 풋 옵션은 주가가 떨어질 때 비싸게 팔 권리를 확보하는 것으로 이미 마이클 버리는 애플이 3조 달러 돌파하고 엔비디아가 400 달러를 돌파해서 사람들이 샴페인을 터뜨렸을 떼 속으로 이렇게 외쳤나 봅니다. “나스닥 너 이제 곧 끝나. 지금은 망상의 랠리야. 현실을 직시해. 자본주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이대로 나스닥의 빅 테크가 하락하면 9월에 그는 풋 옵션을 행사해서 떼 돈을 벌고 그 돈을 잃은 옵션 매도자들은 어쩌면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위로 올라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옵션 시장은 당일 정산이 원칙인 우리와 달리 전날까지 사고팔 수가 있어서 어쩌면 버리는 산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스파이 풋 옵션을 팔 수도 있습니다. 결국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그는 또다시 승자가 될 모양입니다. 그러면 패자도 당연히 나오겠죠. 대표적인 패자는 옵션도 싸게 살 권리를 사는 콜 옵션의 대가 손정의 회장입니다. 투자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니까요. 주식은 오르면 다 같이 웃고 내리면 다 같이 우는 일종의 히피 공동체 우드스톡입니다. 자본주의지만 공동체주의적인 성격도 분명 강하죠. 옵션은 누군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는 영원한 제로 섬 게임입니다. 작년에 주가가 베어장에서 황보 할 때도 풋 옵션을 샀던 일부의 사람들은 버리처럼 큰돈을 벌었겠죠. 그러다 1월부터 7월 끼지는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을 겁니다. 8월부터 이 사람들은 배트맨의 조커가 짓는 미소를 짓게 된 거죠. 남과 반대로 가면서 돈을 벌기는 그렇게 어려운 법입니다. 측은지심에 역행하는 행위니 까요. 남들 돈 잃어 울상일 때 돈 번 다고 웃다가는 총 맞을 수도 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남들이 사는 빅 테크 주식은 다 버리고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기업 민간 교도소 기업 주식은 풀 매수하는 정말 특이한 인간입니다. GEO라는 민간 교도소 업체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미래 그리고 전 세계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그로서는 미국에서는 앞으로 잘 될 비즈니스가 교도소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버리가 풋 오션에 풀 베팅했다는 뉴스가 퍼지면 사람들의 마음도 흔들립니다. 어차피 주식 시장은 수급이 전부인 곳이라 불안한 사람들이 평소 무시했던 마이클 버리 같은 이를 따라 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7월까지 나스닥은 올라도 너무 오르긴 했죠. 그런데도 마이클 버리 같은 이가 이럴 때마다 주목받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는 자비의 시장이 아니라 분명 나일 강을 건너는 누 떼들 중 일부가 악어에게 산 채로 뜯어 먹히고 그 틈에 다수가 무사히 강을 건너는 인간 도살장이 본질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지금의 하락장이 슬프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는 이 순간을 속으로는 즐기면서 아마 이렇게 외칠 겁니다.

“나라고 마음이 편하겠냐?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을 길거리에서 지켜보는 심정이 바로 나 같은 투자자들의 마음이다. 나라고 비행기 승객들이 불쌍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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