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신론자면서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가?

by 신진상

‘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이 넷플릭스에 올라왔습니다. 국내에서 방영 하루 만에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저는 100% 무신론자인데 이상하게 지옥이나 악마 이야기가 나오는 오컬트 무비가 좋습니다. 다른 분들도 유신론자 무신론자 구분 없이 오컬트 무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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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혼도 없고 죽음 이후의 세계도 없으며 따라서 지옥이나 악마 같은 존재도 오직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는 관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무신론자입니다. 지옥-영원한 고통인데 이 자체가 형용 모순이에요. 고통도 지속되면 인간은 그 고통에 익숙해집니다. 몸보다 당연히 정신이 면저 적응합니다. 몸이 못 버티면 그때는 죽는 갑니다. 영원한 고통은 몸이 사멸하고 나서도 인간의 영혼은 영원히 고통을 느낀다는 건데 일단 그런 고통을 느낄 영원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우주도 짧게 잡으면 수백 억 년 길어야 1000억 년 정도면 존재를 다 할 겁니다. 물론 죽음 이후의 세상이 있듯 우주 이후의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으로는 성립 불가능하죠.

그냥 과학이 무지몽매할 때 종교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정 종교가 지옥이나 악마라는 개념을 내걸고 사람들을 겁주었다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겁니다.

영화 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은 실제 역사에 바탕을 둔 일종의 팩션입니다. 천주교에서는 구마사라는 존재가 있고 돼지에게 악령이 이동해 그 돼지를 죽이는 영화 속 장면도 사실에 근거합니다. 그런데 불교 입장에서 보면 그 돼지는 무슨 죄가 있어 그런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요? 측은지심은 왜 같은 인간에게만 해당해야 할까요?

스페인의 첫 종교 재판에서 활약한 요나스 신부도 실존 인물이고 그가 이사벨라 여왕을 부추겨 이교도와 마녀로 추정되는 소위 기독교에 반하는 사람들을 집단 처형했던 것은 역사적 팩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그 요나스 신부가 실은 악령이 든 빙의 상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수많은 학살을 자행했다는 거죠. 요나스 신부의 정신을 지배했던 존재는 지옥의 왕 아스모데우스입니다. 구마사들은 인간의 몸에 깃든 악령의 이름을 알면 그 어떤 악마도 처단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데우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을 기독교 입장에서는 악마화해서 중세에 새로운 질서를 유럽에서 만들려고 했음을 알 수 있죠. 아스모데우스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설에서 등장하는 악마입니다. 그는 72명의 지옥 대공 중 하나로, 열정과 욕망의 악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바카스 같은 존재가 실은 악마인 겁니다. 인간의 의지와 선택 쾌락 등을 악마화해서 기독교가 실제로는 같은 뿌리를 지닌 이슬람교가 아닌 그리스 신화를 서양인들의 몸과 정신에서 지우려고 했다는 증거죠. 아스모데우스는 아름다운 모습과 은밀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을 유혹하여 죄를 짓게 하는 데 능숙합니다. 실제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나 사랑의 신 큐피드 등도 기독교 입장에서는 달콤한 악마로 죄(성욕은 기독교가 볼 때 대표적인 죄죠.)를 짓게 만든다는 겁니다. 아스모데우스는 악마 중에 악마로 신약 성경에서 사탄이 예수님을 유혹할 때 "하나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느냐?"라고 물은 악마가 바로 아스모데우스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죄는 어찌 보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인간의 관념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도덕과 도덕을 바탕으로 한 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를 넘어 죄 그것도 모든 인간에게 원죄를 뒤집어 씌워 죄의식과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든 건 악마라기보다는 종교가 자행한 악이었습니다.

기독교는 극단적인 선악 이분법에 의존해서 그 권위를 인정받은 면이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독교가 강한 대표적인 국가로서 전 국민이 선과 악이라는 극단적 이분법 속에서 빠져 있어어 선과 악이 정면으로 대결하고 끝내 선이 이기는 이런 오컬트 영화에 열광하는 겁니다. 저도 입으로는 선과 악이 어디 있어,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드러날 뿐이지라고 말하면서 극단적인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한결같은 주제의 변주인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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