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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Dec 10. 2023

양화 밀수를 보며 70년대 음악다방으로 시간 여행하다

올해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입니다. 유승완 감독의 ‘밀수’를 보면 70년대 록을 상징하던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악이 사이키델릭을 기반으로 꽤나 진보적이었고 영이 록에 비해 결코 수준이 낮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 줍니다. 나미의 노래 김트리오의 연안부두까지 원래 좋은 노래였는데 영화애서 더욱 빛난 그런 명곡들의 잔치였죠. 김추자와 김정미 그리고 정훈희가 시작해서 이은하가 끝낸 70년대 한국 여가수들이 지금의 아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그런 음악, 정말 문자 그래도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죠.  

영화는 뮤지컬이 아닌 극 영화인데 N86은 이 영화가 음악 영화처럼 느껴지도록 그렇게 찍었습니다. 그런데 김트리오의 연안부두를 찾아보니 79년 그리고 영화 도중에도 쓰이고 엔딩 곡으로 쓰인 박경희의 이 노래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도 78년입니다. 그리고 사실상 오프닝 곡인 최헌의 앵두도 78년 곡입니다. 유 감독은 발표 시기와 관련 없이 70년부터 79년까지 대한민국에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이라도 TV를 본 기억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억을 환기시켜 주는 그런 음악들을 쓰면서 영화를 전체적으로 가볍게 경쾌하고 끌고 가려고 했죠. 

박경희 같은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서구 여가수 같은 외모와 가창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인데 찾아보니 이미 고인이 되었네요. 연안부두는 인천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20대~30대들도 많이 들어본 그런 멜로디겠지만 박경희의 이 노래는 정말 N86 이상은 되어야 알 그런 노래입니다. 

그런데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면서 같이 떼창으로 따라 부르고 싶다 가다 이 노래를 들으면 숙연해집니다. 굉장히 힘 찬 노래인데 노래 분위기가 그래요. 저는 박경희가 50대 초반의 나이에 죽은 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이 영화를 보고 검색한 뒤 알게 되었죠. 그냥 맑고 밝고 신나는 영화로 70년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혀 던지지 않고 관객을 흥분시켰던 이 영화의 엔딩은 왜 이렇게 조용하게 끝냈을까요? 저는 이게 유승완 감독의 계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다방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음악다방으로의 시간 여행입니다. 박경희의 노래는 음악다방의 엔딩 송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죠. 음악다방에서 신나게 신청곡 신청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갑니다. 70년대는 통금도 있던 시절이죠. 이제는 집에 가야 할 시간이며 곧 만날 2023년의 현실과 좋은 싫든 다시 만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지금은 지나간 70년대를 모티브로 한 한 편의 활극이었고, 영화에서 시작해 영화로 끝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이렇게 흘러간 한국 음악이 멋지게 영화와 한 몸으로 섞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이 그것도 70년대 생 출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설마 유승완 감독이 아무리 영특해도 만 4살 때 들은 음악을 생생히 떠올리며 이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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