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를 비롯해서 기성세대 중에서 주식에 호의적인 분들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그분들 대부분은 주식을 직접 해보신 분들이며 온 몸으로 오랜동안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패, 주식 필패를 체험하신 분들이죠. 정말 개미 중에서 주식으로 돈 번 이는 생각보다도 드문 게 맞더라고요. 주식 투자자 즉 개미를 500만 명에서 1400만으로 불어나게 만든 이 극적인 상승장에서도 개미들은 참담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증명이 됩니다. 코로나로 주가가 1400 언저리까지 폭락한 후 죽죽 오르기 시작한 2020년 4월 1일 이후 2년이 지난 기간 개미들의 수익률은 정말 놀랍게도 1.6%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로 금리에 수렴했던 예금 금리보다도 못하고 물가를 고려하면 정말 많은 개미들이 손해를 보았다는 이야기죠.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0% 오르는 가운데 너무나 믿기지 않는 수치죠. 즉 주식 시장에서 개미는 항상 돈을 잃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항상 돈을 번다는 말이 소문이 아닌 사실로 증명된 셈입니다. 이쯤 되면 개미는 도박장에서 돈을 잃는 호구요, 기관과 외국인은 도박장을 운영하는 하우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사실 개미들도 다 똑같은 개미가 아닙니다. 누구는 이 기간에 수십 억 원을 번 이들도 있죠. 개미의 일부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다수는 극심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는 개미들의 주식 세계에서는 평균값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평균의 함정을 생각하면 다수의 개미는 마이너스 50 퍼센트 정도로 체감 수익률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증거로 개미들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소액 개미들의 수익률이 특히 저조합니다. 대개 2000~3000 만 원 정도를 투자하는 사람들이 소액 개미일 텐데 이들의 수익률은 0.3%입니다. 30억 원 이상 자산가의 수익률 8.7%에 비하면 거의 30분의 1입니다. 소액 개미들 중에서는 당연히 2030이 많은데 이들의 평규 수익률 역시 1.3%로 평균보다 낮습니다. 게다가 2030은 수익률과 별도로 잦은 매매 거래로 회전율을 높여 더욱 수익을 약화시킵니다.
이런 상황이면 주식은 더 이상 흙수저가 금수저 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흙수저들이 깨달았을 겁니다. 예전에 IMF 때 5분 1 토막 났던 증권사 주식을 싸게 매집해 수십 배의 시세 차익을 남겼던 애셋플러스의 강방천 회장 같은 케이스, 이른바 개천에서 난 용은 주식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실제 그동안 쏟아져 나온 주식 책들 중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쓴 책들을 보면 돈을 번 시점이 비슷합니다. 500만 원으로 시작해 수십 억 원, 수 백억 원을 번 사람들은 이미 주식을 시작한 지 20년 이상 된 사람들이고 대부분 IMF 때 운 좋게 주식을 시작한 개미들입니다. 지금은 그렇게 극적으로 시장이 폭락하기도 어렵고 폭락했다면 그것으로 끝이지 나라도 개미도 재기하기가 불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미국 나스닥처럼 공포의 투매가 안 나오는 이유도 개미들이 물릴 각오를 하면서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바이 앤 홀드 전략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불과 2년 사이 반토막이 난 거래량을 보면 한국 주식 시장의 반등이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가능하죠.
주식으로 돈 벌기가 가장 쉬웠던 IMF 때와 비교해 지금은 뭐가 달라졌을까요? 바로 완전한 자본주의의 실현입니다. 그 사이에 주식 시장은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자본주의 초기에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는 운이 돈을 벌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자본주의가 복잡해지면서 이른바 고급 정보 그리고 그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죠. 정보전이 전쟁의 시작이라면 개미들은 시작부터 지는 셈입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개미들은 정보력과 분석력에서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를 이기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공식적으로 개미들이 돈을 못 버는 이유를 많은 전문가들은 두 가지로 꼽습니다. 하나는 개미들이 매매타이밍을 잘 못 잡는다는 거죠.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이 공부하고 시장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625 전쟁 때 총 쏘는 훈련 한 번 받아보지 않고 장총 하나 들고 전선에 뛰어든 학도병처럼 전혀 트레이닝이 안 된 상태에서 그저 주변에서 남들이 돈 벌었더라는 소문을 듣고 뛰어듭니다. 그때는 이미 시장이 오를 만큼 오른 고점일 가능성이 높죠. 주식은 철저하게 내가 싸게 산 주식을 누군가가 비싸게 사줄 때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항상 비싸게 사주는 바보들은 개미입니다. 이들은 매수 타이밍을 지나치게 고점에서 잡고 이미 시세차익을 내고 시장을 바이 바이 하는 경험 많고 약삭빠른 투자자들의 물량을 받아주죠. 주가는 정점에서 사줄 사람이 더 이상 없으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반론도 코로나 이후의 개미들이 만난 지옥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이번만큼은 개미들도 저점에서 같은 조건으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과 경쟁한 게 사실이니까요.
코로나 때 다수의 개미들이 돈을 못 번 실제 이유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2030이 코로나 때 주식을 했던 이유는 단 하나 돈을 빨리 벌어서 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버리지를 많이 쓰며 리스크를 키워갔습니다. 특히 개미들은 자신이 펀더멘틀이나 매크로 경제를 공부해서 종목을 선택하는 전략이 아니라 세력이 진입한 종목들 대개는 테마주와 급등주를 찾아서 철저하게 뇌동 매매를 하는 경향이 강했죠.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보다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예전보다 테마주 추종의 성공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테마주들이 남아 있다면 세력들이 먹고 난 뒤 설거지용으로 잠깐 주식을 띄우면서 주가가 마지막으로 오를 때 많은 개미들이 개미지옥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들은 세력이 넘긴 물량만 받고 결국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역시 지나친 욕심의 결과죠. 수익을 어느 정도 올린 개미들도 초보자의 행운을 실력으로 착각해 베팅 금액을 늘린 뒤 세력이 털고 나간 종목에 물려 팔지도 못하고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것도 욕심 때문이죠. 그리고 제 때 손절을 못하는 습관은 물타기라는 악습으로 이어져 손실을 더욱 키웁니다.
제가 여기에 두 가지 요인을 더 추가하자면 개미들은 심리전에 철저하게 약합니다. 주식은 철저하게 수급이고 수급은 파는 자와 사는 자의 심리 싸움이죠. 주식은 멘털이 전부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진리인 셈입니다. 그러나 주린이 일수록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 빨리 돈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하루라도 빨리 누리고 싶은 마음이 앞설수록 조급해집니다. 주가가 조금 오르면 바로 팔고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언젠가 오르겠지”라며 백일기도하는 기분으로 그냥 버팁니다. 오로지 본전만 생각하며 손실을 키우고 기회비용도 함께 날리는 거죠. 즉 심리 싸움에 진 개미들은 손실은 길게 끌고 가고 수익은 짧게 끌고 가면서 돈을 벌기보다는 잃는 쪽으로 투자를 진행합니다. 사실 이런 심리전에서 살아남는 요령은 책과 유튜브로 쌓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본인이 투자를 능동적으로 하면서 깨져도 보고 내 살이 뚝뚝 뜯어져 나가는 느낌도 받으면서 배우는 지혜 같은 거죠.
또 한 가지 주식 시장의 본질을 제로 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으로 아는 나이브함도 개미들의 특징입니다. 오로지 경제적 자유를 위한 주식 투자에 애국의 명분을 빌린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용어가 주식시장의 본질을 가리는 데 한몫했습니다. 실제 많은 유튜버들은 너도 잘 되고 나도 잘 되는 공동부유론이 통하는 세상으로 주식시장을 호도했습니다. 주식 시장의 고수들은 공동부유론을 비웃습니다. 그보다는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의 대결과 같습니다. 주식 호가창 너머에는 사자와 팔자는 세력들만 보일 뿐 누가 고수이고 누가 세력인지 누가 주린이 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명적인 필살기를 지닌 실력자들이 태어나서 칼을 처음 잡아 본 주린이들과 1대 1로 대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이 주식시장입니다. 진짜 고수들은 주린이처럼 자주 호가창을 보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오전 장 흐름만 파악하고 10시 이후에 창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자주 보다 보면 인간의 심리상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주식은 1부 리그 2부 리그 메이저 리그 마이너 리그 등 실력별로 나뉜 리그가 아니라 1등부터 꼴등까지 동일한 날 동일한 시험지로 실력을 겨루는 수능 시험과 본질이 유사합니다. 호가창 너머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실력자들이 내 돈을 노리고 달려들고 있는지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식 시장이 정말로 무서운 이유입니다. 주식 시장은 겉으로는 멀쩡한 산길이지만 오르다 보면 평지로 위장된 구덩이가 여기저기 산재한 곳입니다. 문제는 구덩이에 빠진 사람에게 사다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먼저 빠져보고 고생 끝에 구덩이를 탈출한 사람, 즉 강한 사람만이 이리저리 피해서 보다 높은 고지로 올라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곳이 바로 주식 시장이니 만큼 어설프게 귀동냥으로 얻은 누구나 아는 공개된 정보로 주식 투자에 임한다면 백전백패하게 되어 있죠.
불과 1년 전만 해도 모두가 모이면 주식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주식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만나면 결혼 이야기를 하던 친구가 갑자가 더 이상 결혼을 화제로 돌리지 않는다면 그 결혼은 물어보나 마나 불행으로 접어들었다는 증거죠. 이미 저는 지난해 말부터 주변에서 주식 이야기를 듣기 어려워졌고 이는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다시 불행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수익률 자료는 이를 사후적으로 확인해 주었을 뿐이죠.
개미들이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좀 더 냉정해져야 하며 좀 더 자기가 능동적으로 종목을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투자를 미루고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올라 앞으로는 이 가격에 절대 못 산다,”고 유튜브에 나와서 FOMO를 부추기며 겁을 주는 주식 전문가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마십시오. 주식시장에서 늦게 뛰어든 개미가 돈 버는 유일한 방법은 약세장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줍줍 한 뒤 강세장이 될 때까지 기다려서 팔고 나오는 기다림의 미학뿐입니다. 자본주의는 그 본질상 영원히 호황과 불황을 반복할 겁니다. 아무리 주가가 올라도 언젠가는 하락할 시점이 오고 그 하락도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가도 다시 반등해 오르는 시점이 반드시 옵니다. 싸게 살 기회도 많고 비싸게 팔 기회도 앞으로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돈을 벌고 싶으면 95%의 손해를 보는 개미들과 반대로 하는 5%의 개미가 되어야 합니다. 공부를 할 때는 글과 말 외에 그래프의 독해력도 키워야 합니다. 반드시 차트를 보는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차트는 과거의 기록일 뿐 미래는 알려주지 않는다며 차트 무용론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수급의 심리를 읽는 데에는 차트 이상의 매체가 없습니다. 차트 뒤에 숨어 있는 사는 자와 파는 자의 심리를 읽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결국 개천을 탈출해서 용이 되고 싶은 개미들은 공부와 투자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시장이 좋든 안 좋든 시장에 남아서 꾸준히 공부하며 자신을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의 마인드에서 투자자의 마인드로 전환시킬 때 그날이 개미가 진정 원하는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지기 시작하는 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