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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Mar 24. 2024

넷플릭스 ‘삼체’ 김상욱 교수가 극찬한 값어치를 했다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한 책으로 유명해진 뒤 이제는 광고 예능까지 장악한 경희대 김상욱 교수님은 그분이 부산대 교수시절부터 페친이었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그분이 쓴 포스팅은 정말 흥미롭게 읽는데요, 2016년도인가요, 전년도 휴고상을 받은 최초의 동양인 작가 중국의 류츠신에 푹 빠져 있다는 글을 포스팅하신 벅이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삼체 1권은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류츠신이 혐중이 대세인 나라에서 중국을 넘어 전 세계의 톱클래스 SF 소설가로 국내 팬들에게 인지된 것은 김상욱 교수의 공이 큽니다. 김상욱 교수의 최근 페북을 보니까 넷플릭스의 야심작 ‘삼체’를 이미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한 마디로 물리학자를 위한 물리학자에 의한 물리학자의 영화라고 링컨을 인용해 극찬했습니다. 저는 기다렸다 21일 공개된 후 바로 시청을 했죠. 소감을 한 마디로 줄이면 “김상욱 교수의 극찬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캐스팅이나 GG 스토리전개 등에서 정말 돈을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영화 특히 SF 영화는 돈 없이는 안 되는 장르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됐죠. 

시즌 1은 삼채 1편을 중심으로 2편의 시작(면벽자의 등장)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삼체는 영어 제목이 3 Body 프로블름입니다.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현대 기술로는 불가능한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지지라고 불리는 일부에게는 주님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만든)의 타이틀 제목입니다. 예전부터 지구를 주시해 온 이 외계생명체는 인류의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언젠가는 자신들을 멸망시킬 것으로 생각하고 일종의 선제공격, 정확히는 지구의 과학 파멸 계획을 세웁니다. 이 소설은 사실 정치적으로도 읽힐 수 있는데 일단 투기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리게 하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떠오릅니다. 따라오는 추적자가 더 강해지기 전에 미리 전쟁을 일으켜 1등을 유지하는 전략이죠. 그리고 삼체라는 제목 자체가 시진핑의 중국몽의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홍콩의 일국 양체를 넘어 대만까지 하나로 묶자는 생각을 투영한 것처럼 보입니다. 삼체는 공산주의나 중국몽을 미화하지 않는 보편적인 작품이지만 류츠신이 쓴 유랑지구를 비롯해 많은 작품들이 중국의 국뽕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죠.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고 영화의 미덕을 과학과 연계해서 설명해 보죠. 김상욱 교수를 흥분시킨 부분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나 인류가 단합하는 과정에서 물리학이 엄청난 사실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점일 겁니다. 영화에서는 앞서 설명드린 완벽한 가상현실 기술을 비롯해 현재 수준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냉동 동면과 광속의 100분의 1로 비행하는 우주선이 나옵니다. 그 괴정에서 배우들이 진짜 물리학자처럼 연기하고 생각합니다. 광속의 100분의 1의 속도면 엄청 느려 보이는데 1초에 서울과 부산을 2번 왕복하고도 한참 남습니다. 빛은 너무 빨리 기술적으로는 광속 우주선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고 그 백 분의 1 속도가 한계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적어도 100년은 걸릴 거라고 본 이 기술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류를 생존시키기 위해 물리학자가 해결하려고 합니다. 300개의 핵폭탄을 탑재해 우주에서 일정 간격으로 폭발시켜 그 추동력으로 꿈의 속도에 도달한다는 생각이죠. 제가 알기로는 그런 제안을 한 소련의 물리학자가 있었습니다. 일단 기계공학적으로도 현재로선 불가능하고 에너지 차원애서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가속할 때 드는 비용이 최소 10억 배럴 즉 700 억 달러의 돈이 드는데,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쓰겠죠. 냉동 동면을 하는 이유는 광속으로 4년 비행 속도로 400년 뒤에 지구에 도착하는 3채 문명을 관찰하기 위해 인간이 탄 유인우주선을 궤도로 쏘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히 200년의 시간이 걸릴 거고 그 과정에서 영화는 그리고 류츠신도 똑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영화 170도까지 급속히 얼리면 세포의 움직임이 1000배 느려져 생명도 천천히 나이를 먹습니다. 이 용도로 쓰인 인물이 말기 췌장암으로 죽음을 앞둔 물리학자입니다. 일단 드라마에서는 뇌와 몸을 분리시켜 우주로 보낸 뒤 200년이 지나 우주인과 조우했을 때 우주인들이 둘을 합쳐 살려낼 것을 계산해 이런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그러나 0은 아닌) 이런 모험에 나서는 거죠.    

드라마는 미학적으로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삼체 게임 중에서 태양이 세 개가 동시에 뜬 상황에서 직사광선을 받아 온몸이 미라처럼 쪼그라든 여자 아이를 황세기에 물에 투입해 옴이 다시 불어나도록 하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쿠빌라이 칸(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 폴로에서 쿠빌라이 칸을 맡았던 베네딕트 웡이 이 드라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이 아리스토텔레스와 앨런 튜링의 도움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 3000만 명의 병사를 동원해 인간 주판을 만드는 장면 또한 압권이었습니다. 계산 착오로 이 많은 기병들과 말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CG라고 봐도 정말 그럴듯했죠,

류츠신은 소살가이면서 물리학자이면서 충실한 공산당원입니다. 소설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메시지는 변함없습니다. 인류는 자신보다 더 센 다른 종족을 만난 다음에야 내부 싸움을 멈출 것이다. 당장 싸움을 멈추고 지구 파괴도 함께 멈추어라. 인류여,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류츠신이 태어나 자란 중국 문화권에는 개인이란 단어도 없었고 개인에 주의를 합친 개인주의란 단어도 없었습니다. 다 19세기에 일본 난학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이죠. 그래서 개인 누구로 불리기 대신 인류라는 개인보다 더 큰 무언가에 속한 존재임을 깨달으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이보다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그리고 영상으로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이여 어쩌면 넷플릭스 최고의 드라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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