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경제적 자유를 추구할 때 놓치는 것들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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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죠.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비슷합니다. 우선 돈을 많이 벌기를 바라고요, 그다음에 건강을 원하죠. 마지막으로 가족이 잘 되기를 바랄 겁니다. 기성세대나 MZ세대가 정치를 비롯해서 사회 곳곳에서 첨예하게 대립하지만 한 가지 욕망만큼은 공통됩니다. 바로 경제적 자유입니다. 이 말이 사실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젊었을 때는 들어보지 못한 개념이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어쩌면 MZ 세대가 만들어낸 용어일 수도 있죠.

정말 MZ 세대를 하나의 특징으로 개념화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 경제적 자유만큼은 동일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 않는 자는 MZ세대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소리죠.

경제적 자유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가 좋아하는 퀀트 작가 강환국 씨도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바로 경제적 자유를 누린 20명을 인터뷰해서 ‘파이어’란 책을 내놓은 거죠. 이 책에 이어 머니 투데이 전직 기자이며 유튜브 ‘싱글 파이어’를 운영하는 신희은 기자가 쓴 ‘100억 젊은 부자들이 온다’ 역시 파이어 족의 인터뷰집입니다. 이 책에는 강환국 작가의 케이스와 인터뷰도 소개되어 있어 강 작가 자신의 목소리와 객관적인 타인의 시선을 함께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파이어족의 기준은 비슷합니다. 나이 40 이전에 20억 원의 자산을 마련해 놓고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죠. 여기에 강환국 작가는 1년에 쓰는 지출의 25배의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추가됩니다. 이런 경우 매달 벌어들이는 수익의 절반을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절반을 재투자해 원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면 안 읽을 수가 없는 달콤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죠.

이 책들에서 소개된 사람들은 유튜버 주식 투자자 부동산 투자자 비트코인 투자자 심지어 포커로 돈 번 사람들 등 돈 번 방식들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로 돈을 번 사람들은 없다는 사실이죠. 대부분 자신의 번 돈 못지않게 자신이 돈 번 방법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자신에 대한 긍지 높은 자존감으로 연결이 되겠죠. 자존감은 부자의 원인이든 결과든 아무튼 부자가 되는 길과 아주 상관이 높습니다.

강환국 작가는 경제적 자유를 두 가지로 풀어 설명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볼 때 MZ 세대가 진짜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이유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Z 세대는 돈을 벌고 싶은 욕망도 강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은 욕망이 이전 세대보다 더욱 강하다는 사실이죠.

그런데 관점을 바꿔 보면 이런 궁금증도 들었어요. 인간관계 중에서 실제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 즉 가족들입니다. 사실 작은 상처는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받지만 강력한 상처는 주로 가족에게 받습니다. 부모 자식 형제 어느 누구도 예외는 아니죠. 그런데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고 해도 가족을 보지 않을 자유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 왜 가족이겠습니까? 보고 싶지 않아도 봐야 하기 때문에 가족 아니겠습니까? 물론 가족도 안 보고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고 실제로 안 보고 사는 가족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M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특별히 심한 것은 아니겠지만 MZ세대가 의미하는 불편한 인간관계로부터의 자유에 가족이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 여부는 물음표로 남습니다. 제 생각에 82년생인 강환국 작가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라 이 딜레마를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실제 가족 중에 누군가가 부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가족관계에 균열이 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파이어 족에 관해 누군가가 강환국 작가의 책 이상을 써내려면 이 문제도 다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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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편한 인간관계로부터의 자유에는 또 한 가지 모순이 숨어 있습니다. 사실 가족을 제외하면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은 진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기피 대상인 사람은 필연적으로 고립되고 그 고립의 결과 진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사람에게는 인과응보일 수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런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도 누군가는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위로도 해주어야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이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지만(돈을 아무리 벌어도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면 경제적 자유가 아니므로) 사회 전체 효용을 늘리는 데는 크게 기여하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죠.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제적 자유라는 개념에 회의적입니다. 일단 지금 내가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고 해서 급변하는 세상에서 10년 뒤 20년 뒤에도 그 자유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즉 경제적 자유가 벼락 거지의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완전히 보호해줄 방법은 자본주의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하루아침에 랭킹 7위의 암호화폐가 0원이 되는 걸 보세요? 저는 그 불안의 강도가 비트코인 투자자, 주식 투자자, 부동산 투자자 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희은 작가의 책에는 다른 사람들이 수십 억 대의 자산가인 반면 100억 원을 넘는 자산가들이 몇 명 등장하는데 그들은 모두 암호화폐 투자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정신적으로도 경제적 자유를 완벽히 누리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퀘스천 마크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경제적 자유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자유를 뜻한다면 발생할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사실 다른 누군가도 하기 싫은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근로소득에 대해서 사람들이 불만이 많은 이유는 누군가로부터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회에는 고통스럽고 모든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지만 그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환경미화원들이죠. 저는 입으로는 ESG를 칭송하고 전기차를 찬양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음지에서 일하며 사회적으로 무시되는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항상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말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가장 공정한 사회는 사회에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며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여야 하는데 경제적 자유를 모두가 갈구하도록 만드는 사회는 이 문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MZ세대의 경제 매거진 어피티 제너레이션이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 구독자들에 대해 설문조사를 할 때 압도적인 다수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은 자유’ 혹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를 선택했지만 일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를 내린 것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가족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지만 그 대상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러나 현실의 세상은 그 설문조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려면 한쪽에서는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와 비슷한 비중으로 경제적 평등을 이야기해야 균형을 맞추는데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는 완전히 우편향하면서 후자의 목소리는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주식은 우상향 하는 것이 좋지만 한 사회가 우상향하고 있다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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