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합니다. 이번 주 월 화 모두 올랐죠. 하루 오르면 그 다음날 여지없이 떨어지고 심할 때는 8일 연속으로 떨어진 날도 있는데 여하튼 반가운 소식입니다. 무엇보다 거래량이 늘었습니다. 코로나 때 25조까지 이르던 거래량이 무려 4분의 1 수준인 7조까지 떨어졌다 13조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사실 모든 슈퍼 개미들은 거래량을 동반하지 않은 주가 상승과 하락은 일시적일 뿐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건 거래량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브라운스톤은 차트의 맹신을 절대 피하라고 하지만 차트 중에서 상승한 날의 거래량과 하락한 날의 거래량을 뺀 OBV 차트만큼은 꼭 봅니다. 유목민이 중시하는 RSI 상대 지수도 거래량에 바탕을 둔 차트입니다. 거래량이 늘었다는 건 올해 들어 한국 증시에서 나온 뉴스 중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길고도 질게 이어지던 환율 상승이 조금 멈추고 원화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떠났던 외국인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원화가 강해져야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매력을 느끼고 한국 주식을 사들이려고 하겠지요. 주식 금리 환율 중에 가장 맞히기가 어려운 게 환율이니 만큼 달러 약세 현상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먼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한국 증시는 6개월을 선행해 미국 증시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이야기죠. 미국 증시는 올해 1월부터 떨어졌으니까요. 주식시장에서는 예전에 그랬다고 해서 이번에도 통한다는 법칙이 절대 안 통하는 곳인데, 정말 우리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먼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을까요?
전문가들이 보는 근거는 자동차 배터리 전기차 2차 전지 등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미국 바이든 정권이 적극적으로 공장 유치를 빌 정도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한 세계 8위의 무역국가죠.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된 건 분명히 맞습니다. 실적만 좋은 게 아닙니다. 기존의 반도체가 성장의 사이클에서 정점에 오른 분야라면 전기차 배터리 등은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시기입니다. 그 두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일본을 능가하고 중국 미국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죠.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매력을 느낄 만한 충분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거죠.
김영익 교수는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더 상승 여력이 있는 이유는 거품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 증시는 그동안 거품이 껴도 너무 꼈다는 거죠. 우리는 상대적으로 거품이 덜 꼈기에 조정의 폭이 미국보다는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미국보다 먼저 떨어진 한국 증시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장의 논지입니다.
저도 대체로 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유동성이 넘쳐나고 비트코인도 불안해 갈 데가 없는 돈이 주가가 올라가면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려 들 가능성이 높죠. 결국 중요한 건 거래량일 듯합니다. 거래량이 계속 늘어나면 닥터 둠의 예언대로 미국과 한국이 디커플링이 되면서 미국 주식은 계속 떨어지고 한국 주식은 반등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미국 증시가 계속 불안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의외의 사태로 발전한다면 내생 변수보다는 외생 변수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증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흐름을 지켜봐야 시그널을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