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는 아주 이색적인 기사가 실렸습니다. 사람들이 신나고 경쾌한 음악을 들을 때 수익률이 어둡고 슬픈 노래를 들을 때보다 높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놀라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 연구를 실행한 주체는 런던경영대학원의 알렉스 에드먼스 연구진입니다. 40개국 사람들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들은 5만 8000곡, 총 스트리밍 횟수 5000억 번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한 국가별 음악의 평균적 긍정도를 같은 기간 각국 주식 시장의 실적과 비교했습니다. 이때 시장 변동성, 거시경제 정책 등 주식시장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은 통제했더군요. 그 결과 연구진은 더 유쾌한 음악을 듣기로 한 선택이 주가 상승과 유의미한 수준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밝은 음악이 매수 버튼을 눌러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거죠.
음악의 긍정도는 가사는 고려하지 않고 리듬과 사운드와 비트를 따졌습니다. 인간이 한 작업이고요, 삼성 스마트폰 광고에 쓰여 요즘 세대에도 유명해진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September’와 ‘패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Happy’가 가장 긍정적인 곡으로 꼽혔습니다.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음악은 ‘툴(Tool)’의 ‘Legion Inoculant’이다. ‘아델(Adele)’의 ‘Hello’였다고 하네요. 밝은 노래와 어둡고 슬픈 노래의 차이인 거죠.
그런데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인과관계를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인과관계가 반전될 수도 있죠. 즉 주식이 올라 기분이 좋아 밝고 긍정적인 노래를 듣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신나고 기분 좋을 때 댄스 곡, 스트레스받고 고민이 많을 때 발라드를 듣는 경향과 일치하죠. 제 생각은 투자 실적이 듣는 음악에 영향을 미치는 거지. 그 반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행동경제학이 인간이 비합리성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고 해도 돈을 벌고 잃는 주식이라는 전쟁터에서 재무제표나 기업의 실적, 호재 등의 이성적 자료보다 듣는 음악이라는 감성적 요소가, 물론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성적 요소보다 더 클 수는 결코 없겠지요.
미국인들은 주식 상승장에서 스포티파이로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셉템버’를 제일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저 같은 경우는 보유 주식이 올라 기분이 좋을 때마다 듣는 노래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노래죠.
이 노래 모르는 50대 이상의 연령층은 없을 겁니다. 7080년대 올리비아 뉴턴 존을 좋아하지 않았던 남성이 있었을까요? 또 감미로운 ELO의 음악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았던 여성분들도 거의 없었을 겁니다. 아마 이 영화가 마지막 출연작이 된 미국 뮤지컬 댄스의 황제 진 켈리를 모르시는 분들도 없으실 테죠. 이 영화는 국내 개봉은 되지 않고 80년대 초반 MBC에서 방영이 된 적이 있는데, 정말 영화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올리비아 뉴턴 존의 외모와 이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만 떠오릅니다. 최고의 곡에 최고의 싱어 송라이터 최고의 여성 가수가 만났습니다. ELO가 연주하고 코러스를 넣고 올리비아 뉴턴 존이 부른 Xanadu죠, 작사 작곡은 ELO의 리더 제프 린이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팝 음악계의 3대 천재 작곡가가 있다면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ELO의 제프 린, 그리고 엘튼 존입니다. 모두 영국인이네요.
재나두를 흔히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재나두는 칭기스 칸의 손자 쿠빌라이 칸이 아직 송나라를 멸망시키기 전에 세웠던 원나라의 초기 수도입니다. 항저우를 함락시키고 송나라를 멸망시킨 뒤 수도를 대도(베이징)로 옮긴 뒤 여름의 별장으로 재나두를 이용했습니다. 캐나다의 3인조 록 그룹 러시의 노래 중에도 ‘재나두’가 있는데 그 곡에서는 쿠빌라이 칸의 이름이 나와요. 그런데 제프 린은 그런 설명 없이 모든 사랑이 실현되는 지상 낙원으로 묘사했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재나두에 환상을 가진 이유는 바로 쿠빌라이 칸의 어머니 소르칵타니 베키가 천주교인이라 그가 천주교에 특히 우호적이었기 때문이죠. 정기적으로 로마 교황과 사신을 주고받곤 했습니다. 물론 칭기즈 칸의 아들이며 천주교신자인 나단 왕자가 반란을 일으켜 순간 교황청과 사이가 안 좋아진 적도 있었지만 몽골 제국의 전성기에 기독교와 몽골제국은 대체로 사이가 좋았습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인도로 가려던 이유도 원나라(그때는 이미 명나라에 의해 몽골 지방으로 쫓겨난 후죠)의 대칸과 제휴해서 무슬람 세력을 협공하자는 제안을 하려는 거였다고 하는데, 당시는 이미 중원은 명나라, 중동은 오스만 제국이 장악할 때라 늦었겠죠. 그보다 200년 전 사람인 쿠빌라이는 그럴 능력과 충분히 역량이 있었던 군대를 보유했지만 자신의 사촌 바투가 시작했다가 못 끝낸 유럽 정복은 시도조차 안 했습니다. 아마 어머니 때문이겠지요, 13세기 마르코폴로가 활약했던 시기만 해도 몽골을 중심으로 한 동양이 유럽을 압도하던 시기니까 사람들은 몽골의 수도는 금은보화 온갖 산해진미와 미녀로 넘친 천국일 거라고 예상했겠죠. 게다가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동맹세력이 될 수 있다고 꿈까지 꿨으니 당시 재나두가 무릉도원의 대명사가 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ELO의 제프 린은 동양의 역사는 잘 몰랐지만 정말 무릉도원 같은 열락의 분위기를 음악에 담았습니다.
이 노래는 정말 행복을 경험한 여성만이 낼 수 있는 최상의 고음과 최고의 미성을 보유한 올리비아 뉴턴 존이 청자들의 귀를 덮칩니다. 제프 린과 ELO 멤버들이 넣는 후렴구도 매혹적인 여성 보컬을 잘 휘감아 주면서 노래를 더욱 빛내주고 있지요.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는 이성에 의해서 할 때 승률이 높고 감정에 치우쳐 투자를 하면 실패율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모든 감정이 주식 투자에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불안이나 두려움이나 조급함은 확실히 승률을 떨어뜨리지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좋아진 기분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데 분명히 도움을 주죠. 그리고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약세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불안감을 떨어뜨릴 때는 내 편이 있다는 연대감이 중요한데 진짜 내 편이 없더라도 내가 어려서부터 들은 음악은 내 편이 될 수 있거든요, 물론 모든 음악이 주식 투자에서 내 편이 되는 건 아니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음악이 신나고 경쾌할 때만 그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좀 더 정교한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