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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면 무조건 주식 사라? 정말 그래도 될까?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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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을 비롯 대부분의 투자 구루들은 지금 같은 시점이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고 이야기하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실제 실천한 이는 적습니다. 두렵기 때문이죠. 더 떨어질까 봐. 세르비아계 미국인으로 대안투자자산운용사 클락타워 그룹의 수석 전략가 마르코 파픽은 최신작 ‘지정학적 알파’에서 이 말이 지금까지는 맞아왔음을 증명합니다.

일단 2차 세계 데전은 시작 전에 이미 대공황 이후로 주가가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검토의 대상은 아닙니다.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한 날도 떨어졌고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한 날 다음 날도 떨어졌습니다. 주가가 대공황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무려 16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대공황 전날 주가를 회복한 것이 종전 이후였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세계 3차 대전이 눈앞에 왔을 때 S&P 지수는 10.52% 하락했습니다. 3개월 후에 반전해서 12개월 후에는 27.84% 상승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패배가 확정된 구정공세 때는 어땠을까요? S&P 지수는 9.31% 하락, 6개월 뒤에 정상으로 회복했고요, 12 개월 뒤에는 10.4% 올랐습니다. 1차 석유파동을 가져온 욤 키푸르 전쟁은 어땠을까요? 석유니까 파급력이 더 컸습니다. S&P 지수는 무려 16.49%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경우는 회복이 아니라 더 나빠졌습니다. 1년 뒤에는 낙폭이 43.25%까지 커졌습니다. 아마 미국에서는 자살자가 속출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석유죠. 석유는 인플레이션과 그보다 더 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픽은 지금이 70년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죠, 1차 걸프 전쟁 때는 어땠을까요? S&P 지수는 19.92% 폭락입니다. 그러나 1년 뒤에는 10.26% 상승으로 추세 전환했습니다. 911 때는 무려 23.10% 폭락했습니다. 1년 뒤에도 하락은 이어졌고 다만 낙폭을 줄여 마이너스 16.76%였습니다. 이라크 전쟁 때는 S&P 지수는 8.98% 마이너스 그러나 전쟁이 조기에 끝나면서 3개월 만에 추세는 플러스로 반전 1년 뒤에는 26.73%나 상승했습니다. 가장 큰 하락은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15일로 무려 44,8% 급락했습니다. 세상에 종말이 온 줄 알았겠죠. 그 후 조금씩 낙폭을 줄여 1년 뒤에는 마이너스 11.74%를 기록했습니다. 푸틴이 크림 반도를 침략한 2014년 2월 27일은 -2.08%로 미미했네요. 6개월 후부터 플러스로 전환해서 1년 뒤에는 13.49% 올랐습니다. 2020년 1월 코로나로 주식 시장이 나락으로 빠지기 전에도 일시적으로 쇼크가 온 적이 있었죠. 바로 미국이 드론으로 이란의 군부 실세 슐레이마니를 암살하면서 유가가 15% 폭등하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란의 보복이나 전쟁으로 확대는 없었기에 바로 회복되었지만 미국 주식 시장이 얼마나 유가와 석유 생산에 얽매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죠.

보니까 전쟁은 일시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지만 욤 키푸르 전쟁이나 911 테러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1년 정도 지나면 주가는 상승 반전한 것 같더군요. 러시아가 시리아에 군사 개입했을 때 S&P 지수는 많이 떨어졌는데, 이내 정상 페이스를 되찾고 1년 뒤에는 12.93% 상승했었네요. 전쟁 리스크는 대부분이 1년이면 회복됩니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 모든 국가 주식을 1년 동안 50% 이상 하락시켰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일시적이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미국이 참전하지 않은 국지전이어서 확률적으로는 1년 뒤에 주식이 다시 오를 가능성은 매우 높은데 문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욤 키푸르 전쟁처럼 오일 쇼크로 이어지고 길고도 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2022년과 70년대 세계정세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가장 안 좋았던 70년대와 2000년대는 모두 10년 가까운 박스권 장세였는데 그 출발이 석유였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시대라고 해도 석유는 절대적인 에너지 원이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바이든이 됐든 파웰이 됐든 누군가는 현재 인플레를 멈추고 원상복구 해야 주식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든이 셰일 가스 업체를 키워주고 방축류를 대거 시장에 풓어야 합니다.

파픽이 이 책을 쓴 게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이었는데 그때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 같은 걸 받은 것 같더라고요. 정말 전쟁도 오래가고 주가 하락도 길게 이어질까요? 그의 불길한 예언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시장은 당신이 돈을 다 잃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비이성적인 상태에 머물 수 있다. 특히 지정학이 개입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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