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투자자로 성공한 모든 사람들은 주식 투자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이야기는 주식 투자에서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되는 레퍼토리입니다. 실제 버핏은 11살에 첫 투자를 시작했지만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후회하기도 했죠. 흑인으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인 존 로저스는 12살 때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장난감 대신 주식을 선물로 주었다고 하죠. 대니얼 러브라는 헤지 펀드 매니저는 5살 때 첫 주식 거래를 했습니다. 이게 기록입니다. 레이 달리오 역시 버핏처럼 주식 영재여서 12세에 첫 주식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인 커 닐슨은 13세에 시작했죠. “돈을 잃는 데에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이스라엘 잉글랜더는 고등학생 때부터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99명의 전 세계 위대한 투자자들의 투자법을 분석한 ‘위대한 투자자 위대한 수익률’에 보면 가장 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이는 불혹에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20년 간 연 38%의 수익률로 수조 원을 번 제임스 사이먼스입니다. 그는 MIT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수학자였죠. 퀀트 투자에서 그는 곧 신입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억만 아니 조만장자이죠.
아쉽게도 쉰이 넘어서 주식 투자를 시작해 세계적인 부자가 된 경우는 그의 책에는 없네요. 정말 주식은 이른 나이에 시작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질까요? 미국에서는 진실이지만 우리는 다를 수도 있죠. 아직 우리나라는 주식 투자의 역사가 일천해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부자일수록 주식에 호의적이고 자녀에게도 적극 권유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합니다. 그런 느낌을 받은 경험이 1년 전쯤에 있었습니다
제 후배 중에 서울의 명문 사립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지난해 아직 한국 시장이 잘 나갈 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는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던 그 후배는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초등학교 4학년 일기장 검사를 하다가 내 눈을 의심할 만한 내용을 발견했어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전날 네이버 주식을 보면서 기업의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결국 살 기업을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신도 초등학교 교사로서 처음 겪는 일이라 그 학생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그 학생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인 용산구 한남동에 살고 있는 금수저 집안이었습니다.
그 학생에게 일기에 대해서 물어보니 이런 대답을 들었다고 하는군요.
“아버지가 제게 1000만 원을 주시면서 0원(깡통계좌)이 되어도 좋으니 공부를 해서 네 이름으로 주식을 사거라.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해서 배워라.”
그 후로부터 그 학생은 네이버에서 주식 정보를 보면서 PER(주가 순이익 비율), EPS(주당순이익),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을 따져보고 외국인 비율은 얼마인지 유통 주식은 얼마인지 등도 체크한다는 거죠. 저절로 자본주의 경제 공부가 되며 당연히 이들 공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학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런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아이와 웹툰이나 게임 기껏해야 넷플릭스 영화를 보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 돈벌이 경쟁에서 상대가 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격차가 얼마나 더 벌어질지 상상이 가지 않더군요,. 자본주의에서 부자들은 이미 한참 앞서가고 있고 자식들에게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특별한 경제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과연 나머지 대다수 흙수저 인생들은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나간 뒤 그때부터 열심히 일 해서 그리고 주식 책 찾아보면서 주식투자를 한다고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로서는 회의적입니다. 일단은 그들이 나가서 할 일이 없습니다. 이미 현 정부는 물론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등장해도 AI시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은 20~30대부터 노동 소득 대신 투자 소득으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세상은 빨리 도래하는데, 문제는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콜로세움으로 들어서는 초보 검투사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지요. 한국의 자본주의는 야수 자본주의 그 이상입니다. 콜로세움이면서 지면 승자에게 그 자리에서 잡아먹히는 정글인 극히 드문 시장이죠.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경제 교육만큼은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된 경제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 자체의 질서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주식은 자본주의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미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세장은 강세장대로 약세장은 약세장에서 나오는 아비규환 그 자체가 가장 좋은 자본주의 교과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