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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과 경마의 공통점과 차이점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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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도박일까요? 아니라는 사람과 그렇다는 사람이 반반씩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도박처럼 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주식 중독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신경정신과 의사 최상욱 작가가 쓴 ‘주식은 심리다’를 보며 제 추론이 사실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로 가족에 이끌려 상담을 받으러 옵니다. 그런데 본인은 자기는 주식을 한 거지, 도박을 한 게 아니라고 따진다는 거죠. 일단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게 닥터 최의 주장입니다. 도박과 주식에는 동기 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거든요. 바로 주식은 단 한 가지 이유 돈을 벌려고 하는 거지만, 도박은 돈보다 재미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거죠. 도박하는 사람을 노름꾼이라고 하는데 노름은 바로 놀이에서 나온 말이죠. 즉 재미있으라고, 머리에서 도파민이 나오라고 하는 게 도박입니다. 물론 도박에도 돈이라는 보상이 주는 쾌락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식보다는 훨씬 덜 하죠.

흔히 주식과 도박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도박은 100% 운에 작용을 받지만 주식은 분석이나 공부 등 노력에 의해서 결과가 좌우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일견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묻습니다. 도박성이 강한 경마나 스포츠베팅도 나름 철저한 분석을 거친 뒤 사람들이 베팅한다는 거죠, 그냥 주식은 금융 시장에 포함돼 있고 스포츠베팅이나 경마는 사행성 산업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저자와 강북 삼상 병원 연구팀의 조사 결과 경마 중독자와 주식 중독자를 비교하면 중독의 심각성, 중독 발생 나이, 재무, 음주 횟수, 우울 정도, 치료 유지 기간 등에서 놀랍도록 유사성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차이도 있었는데 주식 중독자는 경마 중독자보다 교육 수준이 더 높고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경우가 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직업을 가진 경우도 더 많았죠. 즉 그래도 조금 더 있는 사람이 주식을 한다는 겁니다. 경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인생의 막판에 몰려 신체 장기를 때어 내야 하는 극한적인 처지에 몰린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 차이점이 있죠. 또 한 가지는 주식 중독자는 본인이 중독인 것을 절대 거부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 외에도 현직 신경정신과 의사가 쓴 주식 중독에 관한 책은 또 있습니다. ‘살려주식시오’라는 책이죠. 이런 책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물려 있고 그 물려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물타기를 시도해 손실을 더 키운 뒤 주변 지인과 친척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해 부채를 더욱 불립니다. 마지막이 제2 금융권이죠. 진짜 한강 다리 찾아가기 직전에 가족에게 끌려 억지로 정신과를 찾는 것이죠.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이 내가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과 어찌나 비슷한지 놀랐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주식이 도박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 사람이지만 요즘 주식 시장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일부에서 비꼬는 ‘유일하게 국가에서 허락한 합법 도박장’이라는 야유가 합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식이나 경마나 일단 맨 정신으로 시작하죠. 이어 극도의 흥분 상태로 치달으며 돈을 벌려는 욕심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공통점이 분명 있는 듯합니다. 조금 우울한 전망이지만 앞으로도 주가가 하락하면 점점 더 이런 책을 자주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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