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죽어가는 자본주의를 구하는 밀러 대위(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주인공 톰 행크스)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적으로는 푸틴의 의도대로 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푸틴과 석유와 천연가스로 먹고사는 러시아 경제의 무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가 중국은 모르겠지만 러시아는 몰락시킬 잠재력이 있습니다. 러시아를 푸틴이 원하던 차르 체제 시절로 돌릴 수 있는 가능성과 힘은 바로 ESG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죠. 친환경으로 가면 갈수록 푸틴과 러시아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과 미국 민주당 유럽 그리고 늘 그래 왔던 공화당 지지를 깨고 이번에 민주당을 지지한 월스트리트까지 그들이 ESG를 바라는 이유는 다 다르지만 성공했을 때 결과는 같습니다. 인류 멸망을 당겨 올 수 있는 미치광이 독재자와 그를 떠받들고 있는 러시아로부터의 자유입니다.
43세의 나이에 캐나다 중앙은행의 총재가 된 천재 중의 천재 마크 카니의 국내 첫 번째 출간작 ‘초가치’는 경제와 가치가 얼마나 깊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다룹니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곧 시장 만능주의는 아니며 자본주의가 운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착하게 길들여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ESG에 있음을 논한 책입니다.
일단 그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시장 만능주의를 비판합니다.
일단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전제 아래 사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효율적 시장 가설은 수많은 변수들에 의해 공격받고 흔들려 왔습니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노려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큰돈을 번 것이 효율적 시장 가설이 문제가 있는 가설임을 증명하고 있고 카니는 이런 시장근본주의에 대해서 사회주의 못지않게 회의적입니다.
두 번째 시장은 자정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두 가지 해결책이 눈앞에 등장합니다. 하나는 이를 시장의 자정 작용에 맡기는 겁니다. 정부는 여전히 개입할 필요가 없죠. 그러나 시장이 자정 기능이 있었다면 대공황이 왔을 리도 없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도 올 까닭 또한 없었겠죠. 그래서 다른 해결책은 시장의 실패를 때로는 인정하고 그때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겁니다. 카니는 이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그는 프리드먼보다는 케인즈에 가까운 경제학자입니다.
세 번째 시장은 도덕적이 않습니다. 시장은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시장에서 도덕성을 원하죠. 그러나 시장에서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이상적이지도 않습니다. 카니는 비도덕적일 수 있는 시장에 도덕성을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ESG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월가에서 만든 ESG가 월가가 추구하는 투자에서 알파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은 사회적 알파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철학은 이렇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때 선순환이 생길 수 있다.” 즉 ESG는 돈도 벌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자본주의가 착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 카니의 생각입니다.
그는 43세에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라는 기록도 세운 천재지만 또 한 가지 기록도 있습니다, 비영국인(아마 조상은 영국인이겠죠.) 중 최초로 잉글랜드 중앙은행 총재가 된 인물입니다. 하버드 대 경제학과가 천재의 산실이지만 경력 면에서 그 이상의 인물을 찾기 어렵죠, 그는 중앙은행 총재를 하면서 두 가지 사실을 배웠다고 합니다. “시장은 공정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를 다해야 공정성이 유지된다.” 공정한 시장과 책임감과 의무를 다하는 시장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바로 ESG입니다.
그가 가치를 뛰어넘어 초가치를 논할 때 그 초가치는 사회적 책임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뜻하는 겁니다. 그는 민주당과 비이든이 꿈꾸는 자본주의의 새 얼굴,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이상주의자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이 현실로 실현되려면 반드시 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주의자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는 자본주의의 회복성을 믿는다는 점에서 분명한 자본주의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ESG를 먼저 선언하며 착해지겠다고 변신한 월가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합니다. 바로 거시건전성을 확보하라는 요구입니다. 금융기관들이 자신들도 구조를 모르는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각자의 위험을 서로 연계시켜 결국 전 지구적으로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짓을 그만두고 복잡성과 불투명성을 줄인 뒤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보다 더 쉽게 위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입니다, 이는 시장에 도덕성을 회복하는 작업으로 바로 기치와 돈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룰이기도 하죠.
그는 공정한 시장과 동시에 효과적인 시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ESG를 추진하고 ESG를 추구하는 기업에 월가는 돈을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선순환론을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100조 달러로 추정되는 ESG 관련 자산이 그렇게 될 경우 수백 조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에서 ESG 낙관론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가 심각하며 탄소 배출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사람들 다수가 알고 있는 현실과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고물가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 사이에서 벌어질 가치의 딜레마를 이 책이 예측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그로부터 인류가 얻는 혜택은 너무나 먼 미래처럼 느껴집니다. 미국에서 현재 돈 버는 업체들은 신재생에너지 업체가 아니라 정유업체뿐이죠. 탄소 중립 경제라는 말 자체가 전쟁 이후에 쑥 들어갔죠. 가장 친환경적이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있는 바이든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달려가서 독재자로 반대자를 암살하는 빈살만에게 무릎 꿇고 빌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푸틴의 승리는 민주주의의 패배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패배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죠. 전쟁도 끝나고 인류가 기술 혁명과 의식 혁명을 통해서 기후 변화를 멈추고 카니가 목 놓아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자본주의라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이 책은 저자의 박람강기와 날카로움에 넋을 잃고 빠져 들 정도로 매력적인 책인데 한 가지 아쉬움도 있습니다. 자본 축적이 가능한 녹색 혁명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저자가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는 천재 중에 천재라는 사실을 확인한 저는 주변에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