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는 언제 끝날까요? 답은 고유가가 멈추고 유가가 하향하기 시작할 때죠. 그게 언제일까요? 그전에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부터 찾아보죠. 왜 그렇게 유가는 예측하기 어려운 걸까요? 인간의 미래 중에 예측이 쉬운 게 어디 있겠느냐만은 유가는 특히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개 민주당 정권이 미국에 들어서면 친환경에 투자하는 그들의 정치 철학이 유가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반대로 유가는 오릅니다. 그리고 석유 기업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되면 유가가 올라야 정상인데 트럼프 때는 유가가 아주 낮았습니다. 마치 진보정권이 국내에 들어서면 집값이 오르고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내리는 것과 같은 역설적인 일이 발생하는 거죠.
대우인터내셔널을 거쳐 한국 석유 공사 사장을 지낸 양수영 박사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가?’의 저자 최지웅 에너지 전문가가 공저로 집필한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라는 책에서는 유가 예측의 어려움을 세 가지로 꼽고 있습니다.
첫째, 독점 생산자라고 해도 장기 생산량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기술로도 어느 정도 석유가 매장되었는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30~40년 전에 30~40년 뒤면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지금은 최소 50년은 더 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2014년 셰일 가스 때문에 유가가 폭락했을 때 아무도 셰일 가스의 생산량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저자들은 원유 생산을 결정하는 지하 석유층의 압력과 수명은 많은 부분이 사람의 통제 바깥에 있다고 합니다.
둘째는 수요예측의 어려움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20년도 석유 수요가 16% 줄어들지를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석유 선물을 미리 사서 떼돈을 벌었겠죠. 그리고 역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유가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요 회복 역시 많은 사람이 예측 못했습니다. 석유는 사이클도 없고, 경기 성장 실업률 물가 등과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수요를 가늠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셋째는 시장의 특수한 구조입니다. 실제 석유가 필요해서 거래하는 사람들보다 중개나 차익 거래를 위해 달려드는 거래자가 워낙 많고 이들이 복잡다단하게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 예측이 더 어려워진 겁니다. 선물을 통한 페이퍼 거레는 실물 거래의 20~30배 수준입니다. 즉 파생 상품 시장이 무려 20배나 되기 때문에 위험도와 불확실성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저자들은 음모론 또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쳐 제대로 수요 공급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진짜 석유만큼 음모론이 많은 원자재도 없는 듯합니다. 러시아 푸틴이 일으킨 악마적인 전쟁인 러우 전쟁을 서유럽을 러시아로부터 떼어놓고 자신들의 석유를 팔기 위한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죠. 이런 음모론이 판치는 것은 그만큼 인류에게 여전히 석유 가격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 고유가 행진도 막을 내리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