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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환관에게 강한 권력이 있었을까?

by 신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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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와 한국사는 그 스케일의 차이도 차이지만 권력의 핵심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황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권력의 이인자는 환관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내시가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환관뿐 아니라 외척도 권력의 핵심에 있었죠. 즉 왕의 외삼촌들이 권력을 휘두른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에서도 외척의 힘은 막강했지만 환관의 힘은 외척을 넘을 정도로 강력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삼국지의 배경이 되는 후한 시대가 환관의 힘이 절정이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후한의 황제 중에는 2세, 심지어 100일 지난 갓난아기가 황제로 즉위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많은 황제들이 10세 전에 이름만 황제일 뿐 권력은 전무했던 꼭두각시의 자리에 올랐죠. 그러면 태후 즉 황제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자 형제들이 권력을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그러다 황제가 스무 살을 넘어가면 어머니나 외심촌의 세력을 누르고 본인이 직접 권력을 휘두르고 싶게 되죠. 그런데 신하들은 대부분 어머니나 외삼촌들이 임명한 외가 쪽 사람들입니다. 황제가 믿을 수 없었죠. 그런 황제들에게 24시간 붙어 있던 환관은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환관은 아무리 권력을 가져도 성 불구 즉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없었기 때문에 내 권력의 도전자가 절대 될 수 없다는 믿음 또한 컸죠, 유일한 예외가 지록위마의 고사성어를 남기고 진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환관 조고였는데요, 그는 자신이 모시는 황제(진시황의 아들)를 죽이고 스스로 황제가 되려고 했었죠. 그는 궁전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하늘의 뜻이라고 여겨 꿈을 버립니다.

그래서 황제는 환관을 비선으로 삼아 이들과 주요 정사를 의논하고 어떻게 하면 외삼촌이나 어머니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유일한 친구들이 된 겁니다.

이미 첫 번째 중국의 통일 왕조인 진나라부터 환관들의 권력이 절대적으로 커진 상황이었고 중국 역사 중 역대 최강의 왕조로 시진핑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한나라 역시 환관들의 부패와 가렴주구로 멸망으로 치닫는 시기였습니다. 이른바 ‘당고의 화’라고 불리는 사건이 있었죠. 165년 당시 유학을 신봉하던 학자들과 관리들은 환관과 환관의 친척들의 부패를 보다 못해 분기탱천하며 궐기했죠. 환관들은 이들을 당파를 결성한다는 구실로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중앙 정계에서 이탈하자 환관들은 더욱 부패해졌고 이들에게 뇌물을 바친 관리들의 가렴주구로 백성들은 더욱더 피폐해져 결국 일어난 반란이 황건적의 난입니다. 태평도를 창시한 장각은 중국의 난세에 천국을 약속하며 반 환괸이라는 구호로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한족의 마음을 하나로 모읍니다. 이를 발판으로 중앙 권력에 도전했던 수많은 반란 중의 하나인데요, 이 황건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동탁의 군대가 움직이는 부분이 바로 소설 삼국지의 시작이죠. 처음에는 환관들에게 가혹하게 괴롭힘을 당하던 백성들을 위로하려는 차원에서 시작된 난이 커지자 장각은 자신이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설립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번란을 일으키면서 이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색깔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에 황건이라는 별칭이 붙은 겁니다.

이 난을 징벌하기 위해 당시 황제였던 영제는 자신의 외삼촌인 하진에게 대장군을 맡기고 진압을 명령합니다. 반란은 진압되었고 그 난이 진압되자마자 북방계 유목민족인 강족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한나라는 서서히 멸망해하죠. 이때 왕의 외심촌인 하진과 왕의 어머니 사시에서 반목이 일어나 어머니인 태후는 환관과 오빠의 갈등 과정에서 오빠를 버리고 환관 편에 붙는 콩가루 집안이 되어 갑니다. 결국 황관들은 자신의 가장 큰 적인 대장군을 죽이고 진정한 권력자의 자리에 오릅니다.

환관들은 한족이 권력을 쥘 때마다 권력의 핵심에 올라서 명나라까지 죽 권력을 이어갔죠. 청나라 때부터 권력이 조금씩 약해졌습니다. 중국이 부패와 매관매직의 나라가 되어 그 부패의 전통이 지금까지도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한나라 이후 환관들이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죠. 어찌 보면 지금의 공산당은 중국 역사를 망친 중국의 환관들이 해온 일을 다시 한번 더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환관들은 여성을 탐하지 않고 오직 재물만 탐했다면 지금 공산당 간부 특히 지방정부의 간부들은 여색과 돈을 동시에 밝힌다는 점에서 중국을 망친 환관들보다 더 악질적인 존재일 수도 있고 이것이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막는 뇌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영리한 시진핑은 내 책임이 아니라며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자신의 인기를 높이려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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