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운동의 아버지쯤 되죠, 존봉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존 리가 금감원 수사를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기사가 보도된 뒤 그가 8년 동안 몸담고 있던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를 그만둔다는 소식이 연이어 공개됐습니다. 저는 돈 버는 욕망을 애국심으로 위장하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이지만 존 리가 그동안 보였던 행보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외고 출신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한 제자는 고 2 때 학교를 찾아와 금융 문맹 탈출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가 한 강연으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왜 경영대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거죠.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주식 때문에 들썩였던 시점이라 다른 학생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존 리는 주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제가 알기로는 탈북자 모임에서도 그를 초청했다고 하더군요. 존 리의 장점은 일관성입니다. 어느 곳에 가도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주식을 사라. 그것도 삼성전자 같은 안전한 우량주를, 그리고 주식은 파는 게 아니다. 평생 갖고 있어라. 부동산은 사회악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는 부동산 폭락이 온 일본처럼 된다. 따라서 부동산에 투자하면 안 된다. 사교육이 우리나라를 망친다. 사교육에 투자할 돈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사줘라. 부동산 종사자나 사교육 종사자들이라면 기분이 무척 나빴을 텐데, 저는 사교육 종사자지만 그의 견해에 대체로 동의했습니다.
사교육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좋은 얼굴을 한 선량한 사업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양극화의 심화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악을 창출하고 있죠. 미꾸라지를 계속해서 흙탕물에 살게 만들고 평생 이무기로 살 운명의 금수저들을 용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사교육입니다. 부동산도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면 당연히 자신의 집값이 올라가 주기를 바라지만 집값이 오르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만과 고통이 느는 역설이 발생하는 거죠. 집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갈등보다 이 사회에서 심각한 갈등은 없어 보입니다. 이 분야 종사자들도 다 알죠. 다만 존 리는 이 둘을 비판할 때 비판의 강도가 그 어떤 사회학자나 교육학자보다 더 강력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적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모든 사람에게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죠. 존 리의 가장 큰 문제는 주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해주는 임무를 잊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몰랐을 리가 없죠. 주식 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는 그가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그도 수없이 많은 침체장을 겪으면서 주식 투자 때문에 힘들어해을 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주식 때문에 쪽박을 찬 사람들을 사람들을 숱하게 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어두운 이야기는 하지 않고 수식은 무조건 오르는 거니까 “나 믿고 사라”는 식으로 많은 주린이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희망을 주었습니다. 일관성을 지키는 선에서 다른 전문가들이 그렇듯이 간간이 위험성에 대한 신호를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존 리 대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주가가 1년 가까이 떨어지면서 다들 공포에 절 때도 그는 우량주 사서 장기 보유하라를 외쳤습니다. 어찌 보면 사실을 분명 호도한 측면이 있죠.
그런 그가 금감원 감사를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 많은 동학 개미들이 놀랐을 겁니다. 저에게는 특히 부동산 P2P 업체에 그가 와이프 이름으로 지분 6%를 투자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혹자는 이 사실을 갖고 그가 결국 대한민국은 기승전부동산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조소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투기꾼이라고 비판받으며(부동산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자들을 도박꾼으로 매도합니다.) 지난 정부 내내 공격 받았던 부동산 투자자들이 이런 식으로 야유를 보냅니다. 그가 범법 행위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가 동학 개미 운동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 아니 동학 개미 운동이 계속될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저는 부정적입니다. 그가 처한 상황을 보면서 일관성이 극단론과 만나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일관성이 있되 극단론에 빠지지 않고 항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투자자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존 리 대표에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