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일을 다 겪네요. 닷컴 버블일 때 저는 IT기자였죠. 미국 나스닥이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 코스닥이 무너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았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스닥이 창립한 이래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반년 동안 하락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닷컴 버블보다 더 위기라는 이야기죠. S&P 500 종목 중 수익률 꼴찌가 바로 국내에서 공중파만큼 인기가 높은 넷플릭스입니다. 국내 서학 개미들이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죠. 그리고 역시 서학 개미가 많이 보유한 페이스북은 490위, 그리고 테슬라 애플 다음으로 국내 서학 개미가 많이 보유한 엔비디아는 487위입니다. 국내 서학 개미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 미국 장은 반토만 정도가 아니라 거의 4분의 1 토막 수준이라는 참담함일 겁니다. 성장주를 사서 장기 보유하면 무조건 돈 번다는 말은 세상에 그런 적도 없고 그런 기업을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일종의 가스 라이팅입니다.
저는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읽기를 게을리했던 피터 나바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의 명저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를 읽으며 나 같은 성장주 마니아가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내 투자의 역사가 바뀌었겠군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같은 성장주 장기 투자자자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요? 참고로 매크로 경제를 보면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탑 다운 투자자라고도 합니다. 연봉이 1조 원이 넘는 레이 달리오,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투자자 짐 로저스, 그리고 헤지 펀드의 황제로 하루에도 10억 파운드를 번 조지 소로스 등이 다 매크로 투자자들입니다. 사실 이들은 굴리는 돈의 규모가 다르죠. 레이 달리오가 경영하는 회사의 두 펀드는 운용자금이 1400조 원이 넘습니다. 돈이 없으면 매크로 투자가 어렵죠. 그래서 이런 시국일수록 현금이 필요한 겁니다. 사실상 현금이 가장 유망한 종목인 세상이죠. 나바로의 책은 금리, 물가, 고용지수 등을 보면서 상황에 따라 주식의 투자 방법을 바꾸라고 조언합니다. 상승세에는 강한 업종의 강한 주식을 사라. 하락세에는 약한 업종의 약한 주식을 공매도하라. 종목에 대한 사랑을 멈추고 이 두 조건만 지켰어도 현재 내 계좌는 많이 달라졌겠죠. 저를 비롯해 성장주 투자자들이 매크로 투자에서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보았습니다.
1) 성장주 장기 투자라고 해서 차트 보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성장주 투자는 수치 분석을 합니다. 기업의 성장률을 PEG, PER, PBR, EV/EVIDTA, ROE 등을 따져가며 분석합니다. 그리고 주식은 분산 투자를 하든지 기회를 보았다 떨어지는 순간에 줍줍 하든지 해서 매수만 늘려가고 정작 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 타이밍을 알려면 차트를 보면서 수급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성장주 가치 투자자들은 차트를 안 보죠. 차트를 보면서 호재와 악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사람들이 투매에 나서는지, 투기에 나서는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주식은 경제가 아니며 기술도 아니죠. 경제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로 주식입니다. 피터 나바로의 책은 기술적 분석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매크로 지표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알려면 차트에 대한 공부는 필수 중의 필수입니다.
2) 매크로 경제에 가장 큰 영향받는 것이 바로 성장주다
나바로의 책은 여러 지표 중 물가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책의 볼륨이 장난 아닌데요, 그래도 15장 ‘인플에이션이 다가올 때’만큼은 꼭 정독하시기 바랍니다.
저자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호랑이입니다. 호랑이가 나타나면 황소는 숨기 바쁘죠. 왜 인플레이션이 주가에 쥐약인지를 알려주는 멋진 비유죠. 호랑이가 등장하면 라이벌 곰은 어슬렁거리고 나타나 서로 으르렁댑니다. 인플레이션과 베어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인플레이션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수요가 급증해서 갱기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어떻게 해볼 만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용이 증가해서 발생하는 공급 견인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대처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연준이 빅 스텝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도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도 지금 위기가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고용이 상승해서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이 있는데 현재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성장주 투자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인플레가 심하면 금리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미래의 꿈만 갖고 사업을 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버티는 성장주들에게는 최악의 상횡이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S&P500보다 나스닥이 더욱 폭락했던 것은 바로 인플레이션이 지금 돈 버는 기업들보다 돈을 못 벌고 꿈으로만 먹고사는 기업들에게 최악의 시간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크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불황만 고려하지 않고 생산성, 과세, 행정부 규제 그리고 통화정책 등도 따져 봐야 하지만 이 중에서 인플레만큼은 성장주 투자자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경제지표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3) 누가 살아남는가 누가 죽을지 누가 아는가?
저 같은 성장주 투자자들은 이런 투자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앞으로 10년 뒤에 어떤 기술이 대세가 될지 모두가 예측할 뿐 맞는지 안 맞는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는 생각을 갖고 았습니다. 사실 어떤 투자자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죠. 그러면서 이런 논리를 폅니다. 내가 10 종목에 투자해서 설사 8 종목이 상장폐지를 당해도 최대 손실은(레버리지를 쓰지 않았다면) 마이너스 100입니다. 그러나 두 종목이 성공하면 2~3배가 이니라 10배 심지어 100배 상승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논리를 폅니다. 이런 논리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벤처캐피털입니다.
얼핏 들어보면 그럴듯한 논리인데 문제는 10 개 모두 폭망 할 수도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미래 기술은 전기차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시장 점유율 1위 테슬라가 지금부터 10배 100배 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테슬라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할 수도 있고 기존의 강자 예를 들면 벤츠나 도요타나 포드 같은 데서 극적으로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한두 개가 크게 성공하면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는 이런 논리는 아무도 예측 못하는 미래를 갖고 다시 한번 도박을 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죠.
피터 나바로의 이 말 “거시적 전망은 당신의 거래 스타일이나 무엇이든 더 나은 트레이더나 투자자가 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명백한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