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주가가 한국 주식 미국 주식 모두 약간은 반등해서 동학 개미와 서학 개미들을 조금은 웃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주식을 투자하는 동안에는 어쩌면 숙면과는 영원히 바이 바이 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주식이 떨어지는 날에는 제대로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명이고요. 주식은 불면의 영원한 친구죠. 특히 지금 같은 떨어지는 칼날에는 밤마다 그 칼날이 더욱 예리해 보이고 수면제가 간절해지는 순간이 의외로 많습니다.
주식 투자자가 그만큼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전전반측의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참으로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밤에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 생각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죠.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정말 좋겠네라는 말이 있듯 주식이든 뭐든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은 그야말로 부질없는 일입니다. 건강만 축낼 뿐이죠. 그러나 사람 생각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호가창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들여다보게 되고 저처럼 서학 개미로 밤에 깨어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폭락장을 눈으로 볼 때 그 괴로움이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럴 때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책을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제가 전에도 말했듯이 잠은 청하는 게 아니라 오는 것입니다. 나스닥이 고꾸라질 때 이 책을 읽으니 굳이 잠을 청하지 않아도 찾아오더군요. 졸리고 지루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이 용서가 되면서(그때 왜 그 주식을 샀을까?를 고민하죠.) 나를 사랑하게 되죠. 나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으면서 나를 괴롭히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됩니다. 이 책의 제목은 스웨덴의 승려 출신 작가 이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입니다.
맞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를 걱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줍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주가가 하락해도 물타기를 통해 손실을 더욱 키워서 파멸로 치닫는 나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나로 인한 불행의 모든 씨앗은 나의 생각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인간은 생각을 선택할 수 없다. 맞습니다. 인간은 내가 하고 싶은 생각만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존재가 아닙니다. 내가 주식 생각하지 말고 잠을 자야지라고 결심해도 그럴수록 주식 생각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것이 바로 인간의 역설입니다. 조지 레이코프의 말 대로 사람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코끼리를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이 있습니다. 생각은 하되 그 생각을 믿지 않으면 됩니다. 생각을 자신의 진실, 자신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인간의 고정관념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진실은 나의 생각이 아니라 나의 행동이라는 거죠. 올바른 행동은 바로 습관이 만듭니다. 그래서 그는 17년간 태국의 숲 속 승려로 지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 즉 생각 정리의 기술을 익힌 거죠. 즉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그 많은 시간이 걸린 겁니다. 17년간 수련 끝에야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 그는 이제 진정한 사랑을 만나 환속합니다. 그런 그에게 운명은 가혹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COPD(만성폐식성 페질환)으로 고통받다 결국 스위스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락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도 루게릭 병을 진단받아 만 60이 되는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되죠. 그는 마지막에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요? 직접 들어보지요.
“걱정도 의심도 더 이상 없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당신은 바로 자기 자신일 겁니다. 죽음의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거죠. 얼마나 행복한 사람입니까? 저자는 말합니다. 행복해지려면 돈이 많을 필요가 없다. 대신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해보라라는 거죠. 저도 그 말에 적극 동감합니다.
책에는 수많은 우화가 적혀 있어 쉽게 그리고 강하게 가슴과 뇌를 동시에 때립니다. 이 책에 실린 우화 중에 너무 유명한 우화지만 이 우화가 저처럼 핏빛 계좌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줄 겁니다.
13세기 페르시아 왕국을 잘 다스렸던 왕에게 한 남자가 물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통치 이념을 갖고 있기에 그렇게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느냐는 질문이죠. 임금은 황금반지를 꺼내 그에게 주면서 그 황금반지 안쪽에 정답이 들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반지를 받아 빛에 비추어 본 뒤 큰 소리로 읽었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게 일시적이지요. 저자는 이 진리가 참으로 나쁜 소식이면서 참으로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이 말은 천금만금의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을 벌었다고 교만해질 이유도 없고 돈을 잃었다고 절망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매 순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면서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투자의 도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