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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aleopard May 13. 2024

러시아 (3)

전집 11권 323

러시아 대제가 서구로부터 일시 문물과 피복을 수입하여 그 국민의 외피를 바꾸고 시간이 흘러 법률 경제 문예 상공업 등 일체 사회의 피부와 혈액은 점차 발육했다. 그러나 그 정치술은 구태의연, 코사크 부락 추장이던 때와 다르지 않다. 전제 억압을 스스로 득의양양해하니 그 사회는 살가죽, 혈액은 풍부해도 신경이 결핍되었다. 이 사회의 신경인 자유의 대의는 오히려 구주 서방에서 그 나라에 침입해와서 일부 인민의 머리에 들어앉아 격발하여 저 무섭고 꺼려지는 허무당이 되었다. 그래서 바깥으로 팽창하려 하는 최대 대표자인 천자를 페트르부르크 한가운데서 시해하려고 했다. 아, 이 헛된 영화의 개화가 길러낸 전제정치. 여기에 학대 당하여 변질되어 허무당이 된 러시아의 자유주의야말로 실로 이 나라 인종의 단결을 깨트리고 치국안민을 해쳐서 그 바깥으로 팽창하려는 세력을 막는 일대 수렴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 독수리의 큰 깃발이 韓城 위에 펄럭일 때는 페테르부르크 궁성 위 화염이 솟구치는 날은 아닐런가. 

1888년 12월


韓城은 중국 산시성에도 있는 지명이지만, 당대 일본에서 서울을 저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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