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함,
잠잠함,
안정감.
나는 이런 단어들이 좋다.
오락가락하지 않아 좋고,
들썩거리지 않아 좋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없어 참 좋다.
매일이 다른 하루인데,
오늘은 마치
온 우주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하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평온 그 자체가 되었다.
이런 날은 마치 바다를 항해하다가
파도도, 바람도, 소란도 없는
가장 길고 조용한 구간에 도착한 기분이다.
우리는 바다의 파도를 예측할 수 없고,
날씨를 바꿀 수도 없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감정의 폭풍이 몰아치고,
때로는 햇살이 너무 뜨겁게 내려쬐고,
어떤 날은 파도가 가슴속을 꿀렁이게 한다.
그 모든 것이 예고 없이 밀려오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파도가 없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속삭이듯 불어온다.
이 조용함은, 어쩌면 심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감정이지만
내겐 그렇지 않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은, 생각을 정리하고 잡념을 삼키고
너무도 예민한 나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이다.
"지루함이 아닌 고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은, 혼자서도 풍요롭다."
— 칼 구스타프 융
지루함이라는 이름으로 도망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이 고요함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난다.
이건 나에게 가장 깊은 평화다.
아늑하고, 안전하고,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내 안의 바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