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에게로
약간 쌀쌀해진 공기 속, 슬며시 눈을 떴다.
새벽 6시 30분. 주말인데도 몸이 먼저 깨어나는 일요일.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도 길고 붉은 날들로 가득해,
잔뜩 들뜬 채 계획도 약속도 빼곡히 채워두었다.
그런데 그 계획 중 하나였던 산부인과 검진이 뜻밖의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다.
오른쪽 난소 개복수술로 아팠던 지 5년.
이번엔 왼쪽 난소에서 유착과 낭종이 발견되었고,
갑작스럽게 입원하고, 정신없이 퇴원했다.
복강경 시술이었지만, ‘간단하다’는 말은 몸으로 겪는 이에게는 언제나 덜 와닿는다.
나는 이제 33세.
의사는 자연임신보다는 시험관을 권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임신보다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받아들이기엔 벅차고,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첫날, 마취에서 깨어난 후 울렁거림과 끊임없는 주사에 너무 힘들었다.
둘째 날 바로 퇴원, 셋째 날이 되며 서서히 회복되었지만, 체력은 여전히 바닥을 기는 듯했다.
아파보니 알게 됐다. ‘건강’이란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씹을 수 있음에, 삼킬 수 있음에, 소화할 수 있음에, 맛을 느낄 수 있음에 매 순간이 감사였다.
예전의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냉동식품, 가공식품, 육류를 지나치게 섭취했고,
운동 대신 가끔 하는 산책 정도로 안심하며 살았다.
무언가 계속 일하며 쉼 없이 달렸고,
마음도, 몸도 보내던 아픔의 신호를 철저히 무시했다.
그 결과는 다시 병원.
다시 침대.
다시, 후회.
그제서야 나는 또 한 번 깨달았다.
“아, 나한테 더 잘해줘야 했구나…”
5년 전 수술 후 ‘잘 살아보자’ 다짐했던 마음은 느슨해졌고,
“이제 괜찮겠지”라는 착각은 참 어리석었다.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
정말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커피, 안녕.
고기, 라면, 인스턴트들아… 이제는 보내줄게.
나에게 안 좋은 것들은 멀리하고,
신선하고 맑은 것들로 나를 채워주려 한다.
단순히 먹는 것뿐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나를 만든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되돌아보니,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선택할 수 있고, 꾸준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지금,
다시 나에게로 돌아가는 중이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이번에는,
정말 나를 지켜주고 싶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