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의 가을, 나는 다시 태어나는 중입니다.

by 글림

다시, 나에게로

약간 쌀쌀해진 공기 속, 슬며시 눈을 떴다.
새벽 6시 30분. 주말인데도 몸이 먼저 깨어나는 일요일.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도 길고 붉은 날들로 가득해,

잔뜩 들뜬 채 계획도 약속도 빼곡히 채워두었다.

그런데 그 계획 중 하나였던 산부인과 검진이 뜻밖의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다.


오른쪽 난소 개복수술로 아팠던 지 5년.
이번엔 왼쪽 난소에서 유착과 낭종이 발견되었고,
갑작스럽게 입원하고, 정신없이 퇴원했다.

복강경 시술이었지만, ‘간단하다’는 말은 몸으로 겪는 이에게는 언제나 덜 와닿는다.

나는 이제 33세.
의사는 자연임신보다는 시험관을 권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임신보다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받아들이기엔 벅차고,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첫날, 마취에서 깨어난 후 울렁거림과 끊임없는 주사에 너무 힘들었다.
둘째 날 바로 퇴원, 셋째 날이 되며 서서히 회복되었지만, 체력은 여전히 바닥을 기는 듯했다.


아파보니 알게 됐다. ‘건강’이란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씹을 수 있음에, 삼킬 수 있음에, 소화할 수 있음에, 맛을 느낄 수 있음에 매 순간이 감사였다.


예전의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냉동식품, 가공식품, 육류를 지나치게 섭취했고,
운동 대신 가끔 하는 산책 정도로 안심하며 살았다.
무언가 계속 일하며 쉼 없이 달렸고,
마음도, 몸도 보내던 아픔의 신호를 철저히 무시했다.


frederic-koberl-CjgwW0VR3d0-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Frederic Köberl


그 결과는 다시 병원.
다시 침대.
다시, 후회.

그제서야 나는 또 한 번 깨달았다.


“아, 나한테 더 잘해줘야 했구나…”


5년 전 수술 후 ‘잘 살아보자’ 다짐했던 마음은 느슨해졌고,
“이제 괜찮겠지”라는 착각은 참 어리석었다.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
정말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커피, 안녕.
고기, 라면, 인스턴트들아… 이제는 보내줄게.

나에게 안 좋은 것들은 멀리하고,
신선하고 맑은 것들로 나를 채워주려 한다.


단순히 먹는 것뿐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나를 만든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되돌아보니,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선택할 수 있고, 꾸준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지금,
다시 나에게로 돌아가는 중이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이번에는,
정말 나를 지켜주고 싶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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