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바람 속에서,

by 글림

어느새 바람이 달라졌다.
살랑이는 바람에 팔이 시릴 만큼,
옷깃을 한 번 더 여미게 되는 요즘이다.

반팔 티만 입고 돌아다니던 계절이
언제였나 싶게,

이제는 겉옷을 하나쯤 걸쳐야
마음도, 몸도 편안하다.


뜨거웠던 여름.
땀이 주르륵 흐르고
시원한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헉헉거리던 날들이
이렇게 갑자기 멀어질 줄이야.


벌써 10월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


andreas-kind-dfmMhAKAyEo-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ndreas Kind


시간은,
늘 그렇듯 눈 깜짝할 사이 훌쩍 지나가고
잡으려 해도 손끝에서 스르르 빠져나간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하루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내고 싶다.


한 번 아프고 나면,
삶의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데
나는 두 번이나 아팠으니,
이제는 정말이지 더 조심스럽고
더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바라보게 된다.


먹는 것도 신경 쓰고
커피나 단 음료는 이제 멀리한다.


육류는 어쩔 수 없이
국이나 반찬으로 나올 때만 간간이.
면은… 너무 좋아하지만
이젠 딱 세입만.

그 정도면 됐다며 스스로를 달랜다.


그 와중에도 라면만큼은
도무지 포기하기 힘들다.

대체 누가 이토록 맛있고
중독성 있게 만들었을까.
그래도… 라면은 이제 멀리할 거다. 정말로.


그런 의미에서
10월은 내게 가장 특별한 달이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낮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어디로든 떠나기 좋은 날씨.


그리고 이 계절엔
남편과 가장 많이 데이트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공원길을 걷고, 손을 맞잡고
푸르고 젊고 귀여웠던 우리.


결혼 후엔
매일 꽁냥대진 않지만
대신 더 편안하고, 더 아늑한 사이가 되었다.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감은 몰골로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게 우리만의 일상이니까.


그래도,
데이트는 여전히 필요하다.
서로 꾸미는 것도
연습하지 않으면 잊혀지니까.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계속 남으니까.


이젠 몸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움직이고 싶다.
숨 쉬고 싶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번 10월, 산이란 산은 전부 가볼 거다.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
발길을 옮겨볼 거다.


산만큼 아름답고,
산만큼 청정한 곳이 또 있을까.


숨이 차고, 땀이 맺혀도
그 끝엔 풍경이 있고,
성취가 있고, 나 자신이 있다.


10월의 나를 위해,
무엇을 할지 천천히 계획해봐야겠다.

예쁜 마음으로, 예쁜 날들로.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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