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정과 덩어리들이
오늘 내내 나를 괴롭혔다.
시간은 벌써 오후 네 시를 조금 넘었고,
아침부터 괴로움은 쉼 없이 이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조금만 더 버티면 퇴근시간.
어쩌면 이 괴로움의 정체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자꾸만 원인을 찾으려다 보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끊어내지 못해 결국, 이렇게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쓰는 동안에야
조금은 생각이 정리되고
비로소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다.
이렇게라도 나를 괴롭히는 원인을
피하지 않고 맞설 수 있으니까.
슬픈 음악이 아닌데
눈물이 자꾸만 촉촉히 고인다.
억울함, 후회, 미련, 걱정, 불안, 슬픔—
온갖 감정들이 태풍처럼 머릿속을 헤집는다.
그저 받아들인다.
피할 수 없는 걸, 어찌 피하겠는가.
어쩔 수 없음을,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
민들레 홀씨 같은 아주 약하고 가녀린 희망이
조용히 외친다.
“이제 어떤 태풍이 와도 두렵지 않아.”
더한 지옥이 있을까?
이제는 무섭지 않다.
홀씨가 태풍을 만나면 어차피 날아가 버릴 텐데,
그래도 좋다.
그 바람에 실려
하늘 끝까지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
결국 나를 흔드는 태풍은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시험이었다.
예전에 회복탄력성에 관한 책을 읽고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놀라울 만큼 높은 점수가 나왔다.
“어라? 뭐지? 좋은데?”
크게 넘어진 만큼
더 멀리 점프할 힘이 회복탄력성이었다.
그간의 고통들이 스쳐 지나가며
‘그래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조용히 속삭여 준다.
인생은 정말,
웃기고 어이가 없고 슬프고
한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왠지 무미건조하면서도, 그래서 더 기대된다.
이 모든 흔들림 끝에
또 어떤 좋은 일이 다가오려는 걸까.
분명, 또 거대한 무언가가 오고 있다.
이번엔 두렵지 않다.
그저 나 자신에게, 기대해 본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