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검은 우산일 때, 나는 파란 땡땡이 우산을 들기

by 글림

비 오는 날이면 꼭 챙기는 우산.
하지만 늘 검은색 우산만 쓰다 보면,
도대체 어디에 두었는지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식당에 들어가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검은 우산들 사이에서
내 우산은 금방 다른 우산과 헷갈리고,

가끔은 누군가의 우산과 바뀌어 버리기까지 한다.

너무 흔한 색이니까, 누군가 가져가 버려도 모를 만큼
평범한 검정 우산이었다.


그래서 더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고
헷갈리고 싶지 않아,
나는 과감히 튀는 색을 선택했다.


바로 파란 땡땡이 우산.

모두가 검은 우산을 들고 다닐 때

내 우산은 어디 놓아도 단번에 눈에 띄고
멀리서도 ‘아, 내 우산이구나’ 싶은
화려한 색채였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로 장만한 연보랏빛 우산.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그 색을 보니
마음이 절로 환해졌다.


우산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가지 색으로 고정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그저 무난한 검은 우산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hayato-togashi-L5a0v-ihPYM-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hayato togashi


어떤 날은 파란 땡땡이처럼 밝고 통통 튀게,
어떤 날은 짙은 빨간색처럼 강렬하게,
어떤 날은 연보라처럼 조용하고 품위 있게.


우산을 기분대로 고르듯
내 삶도 내가 원하는 색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멀리서도 단번에
“저건 분명히 나”라고 알 수 있는
그런 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현실 속의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이름 뒤에
때로는 조용히 숨어 지내지만,


글 속의 나는
파란 땡땡이 우산처럼 밝고,
연보랏빛 우산처럼 고급스럽고,
비 오는 날에도 반짝이는 ‘나’로 존재하고 싶다.


오늘 비 오는 하늘 아래,
우산을 보며 써 내려간 나의 작은 고백이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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