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정말 무수한 것들이 있다.
맞고, 틀리고
선을 긋다 보면
어느새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조용히 시야를 줄인다.
마치 달걀 안에 갇힌 것처럼.
껍질은 점점 단단해지고
나는 그 안에서
노른자 같은 존재가 된다.
시야가 좁아지면
좁아진 세상이 전부인 줄 안다.
생각은 더 작아지고
선택은 더 얇아진다.
그러다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달걀을 깨기 위해
계속 발버둥쳤다.
단단하던 껍질은
어느 순간 금이 가더니
톡, 하고 깨졌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밖의 세상은
넓고, 크고,
셀 수 없이 많다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달걀 안이 아니라
달걀 밖에서.
안 맞아 보여도 한 번 해보고
싫다고 말하기 전에
“해볼까?” 하고
한 발 다가가 본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끔은
예상보다 더 재미있다.
결국 경험이란
새로움을 통해
배우는 것.
영원히 달걀 안에 있으면
달걀도 썩듯이
나 역시 조용히 썩어간다.
그래서 오늘도
달걀을 깨고 나온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무엇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뭐든 겪어보고
이 무수함을
몸으로 느껴보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겐
가장 필요한 일이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