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안이 전부인 줄 알았던 나에게,

by 글림

세상에는 정말 무수한 것들이 있다.

맞고, 틀리고
선을 긋다 보면


어느새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조용히 시야를 줄인다.


마치 달걀 안에 갇힌 것처럼.
껍질은 점점 단단해지고

나는 그 안에서
노른자 같은 존재가 된다.


시야가 좁아지면
좁아진 세상이 전부인 줄 안다.

생각은 더 작아지고
선택은 더 얇아진다.


jasmin-egger-PcGNb3QJjXI-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Jasmin Egger


그러다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달걀을 깨기 위해
계속 발버둥쳤다.


단단하던 껍질은
어느 순간 금이 가더니
톡, 하고 깨졌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밖의 세상은
넓고, 크고,
셀 수 없이 많다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달걀 안이 아니라
달걀 밖에서.


안 맞아 보여도 한 번 해보고
싫다고 말하기 전에
“해볼까?” 하고
한 발 다가가 본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끔은
예상보다 더 재미있다.


결국 경험이란
새로움을 통해
배우는 것.


영원히 달걀 안에 있으면
달걀도 썩듯이
나 역시 조용히 썩어간다.


그래서 오늘도

달걀을 깨고 나온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무엇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뭐든 겪어보고
이 무수함을
몸으로 느껴보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겐
가장 필요한 일이다.


-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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