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저녁을 먹고,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려던 순간,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발신자는 동생이었다.
"언니, 오늘까지 사용해야 하는 영화 쿠폰이 있는데…"
"육아 때문에 도저히 못 갈 것 같아. 언니랑 형부가 다녀와!"
갑작스러운 제안에 처음엔 "지금? 영화관을?" 하고 멍해졌다.
드라마를 보고 곧 꿈나라로 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니 오랜만의 영화 데이트, 그리고 공짜 쿠폰까지! 놓칠 이유가 없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었다. 이미 몸은 반쯤 침대에 붙어가던 중이었지만,
이런 즉흥적인 외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처음엔 귀찮아했지만,
"팝콘 쿠폰까지 있다는데?" 라는 한마디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외출 준비 완료!
급하게 차 키를 챙기고 운전대를 잡았다. 밤공기는 예상보다 선선했고, 늦은 시간이라 도로도 한산했다.
"이렇게 갑자기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네?"
운전하는 내내 남편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결혼 후 점점 줄어든 우리만의 데이트 시간을 떠올려봤다.
연애 시절엔 아무 계획 없이도 함께라면 뭐든 즐겁고 설렜었는데, 결혼 5년 차가 되니
이렇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일도 드물어졌다.
"가끔은 이런 즉흥적인 나들이도 필요하구나."
어느새 영화관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티켓을 발권하고 팝콘을 손에 들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갑자기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이었기에,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이렇게 소소한 이벤트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구나."
카라멜 팝콘과 톡 쏘는 콜라, 그 조합은 언제 먹어도 완벽하다.
게다가 크고 가득 찬 사운드, 선명한 화질, 웅장한 화면까지.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팝콘을 큰 사이즈로 샀는데, 결국 다 먹지 못했다.
연애할 땐 그냥 버리곤 했지만, 이제는 주부가 되고 나니 모든 것이 아깝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 날 먹었더니, 놀랍게도 더 바삭하고 맛있었다.
팝콘을 더 오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작은 꿀팁을 발견했다!
우리는 시골 주택에서 살기에 저녁 7~8시만 되어도 주위가 컴컴해진다.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익숙한 우리에게
이 시간에 외출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남편과 나는 17살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다. 같은 반,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 인연이
군대도, 취업도, 여러 시절을 함께 지나며 어느새 15년이 되었다.
너무 오래되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몇 년인지조차 가끔 헷갈린다.
연애 10년, 결혼 5년. 아마도 이 숫자가 맞을 것이다.
어릴 적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떡볶이를 먹고,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TV와 핸드폰을 붙잡고 사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루 종일 각자 핸드폰을 보면서 지내는 우리.
하지만 영화관에 오니, 핸드폰 없이 온전히 2시간을 함께 몰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관이 가진 가치는 충분했다.
사람들이 잠든 밤, 우리는 그렇게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낯설지만, 익숙한 설렘을 안고. 매일 일하고, 밥 먹고, 드라마를 보다 잠드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점점 대화도 줄어들고, 서로에게 무신경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영화 데이트를 하며 풋풋했던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
그 시절처럼 함께 웃고, 함께 설렘을 나누는 순간들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이 순간을 더 좋은 추억과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 채워야겠다고.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하루. 그저 평범하게 끝날 줄 알았던 밤이었는데,
예고 없이 찾아온 이 즉흥적인 영화 데이트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기분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를 찾아봐야겠다.
즉흥적인 외출이 이렇게 즐겁고, 의미 있을 줄이야.
오늘이 지나고 나면, 또 평범한 일상이 찾아오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소소한 이벤트 하나가, 삶을 더 반짝이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론 계획 없이 떠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는 법이니까.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