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하는 길, 오늘따라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오가던 길인데, 이제서야 하나하나 스쳐 지나간다.
그저 반복되던 하루였는데,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감정이
나를 감싸고 지나간다.
이 순간이 씁쓸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그동안 쌓였던 퇴사의 욕구를 이제야 온전히 내려놓는 느낌이랄까.
이 순간을, 이런 감정을 글로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나에게 한자한자 표현하는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만약 글이 없었다면, 나는 내내 주눅 들고 어깨를 펴지 못한 채
이 시간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멋진 사람이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제는 마지막 출근날이었기에
메이크업도, 옷차림도, 가방도 가장 멋진 것들로 골랐다.
회사 사정이 안좋아지고 어려워졌다고 해도,
하루전날 전화로 통보받고 쫓겨난거나 마찬가지이니,
당연히 주눅 들지만 나는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왜냐하면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충분히 잘해왔으니까.
퇴근 후, 남편이 데리러 와주었다.
아무말 말없이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달달한 바닐라쉐이크도 마시고,
디저트로 화채까지 배불리 먹으며 웃고 떠들다 보니
속상했던 마음도 답답함 도 어느새 사라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있게되면 갑자기 울컥한다.
속상하고 억울함이 마구 올라온다.
나는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이별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일어나고 지나간 일,
받아들이고 삼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 변화 속에서 다시 한 번 도전하고,
더 나은 나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인생은 언제나 굴곡진 길을 걷게 한다.
하지만 나는 스프링 인형처럼 다시 일어설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두렵지만,
피할 수 없다면 기꺼이 즐기겠다.
나는 당당하게, 멋지게,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을 기대하며.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