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어느새 아침 9시.
요즘 부쩍 바빠진 일상에 밀린 집안일까지—정신없이 분주한 나날들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날, 문득 남편에게 초정에 있는 참숯가마에 가보자고 즉흥적으로 제안했다.
남편은 흔쾌히 좋아했고, 우리는 분주히 목욕용품을 챙기고,
시원하게 마실 수 있도록 얼음을 가득 채운 헤이즐넛 통도 준비했다.
출발하기 전, 얼큰한 순대국밥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우리는 드디어 초정 참숯가마에 도착했다.
어르신부터 젊은이들까지 북적이던 이곳에는 저온과 고온의 불가마가 있었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무겁게 쌓였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나면, 마루에 드러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짧지만 깊은 쉼이었다. 눈을 뜨고 다시 불가마로 향하고,
차갑게 식은 헤이즐넛 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는 사이
시간은 어느새 세 시간 가까이 훌쩍 지나 있었다.
여기서만 파는 맥반석 구운 계란과 시원한 식혜 한 모금.
고소하고 담백한 그 맛은, 참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뜨끈한 온기에 온몸이 녹아내리던 그곳에서 나오는 길엔 온몸이 가벼웠다.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개운한 기분에 한숨 돌리며, 문득 생각했다.
“몸이 피곤할 땐 쉬어야 하고, 마음이 지쳤을 땐 멈춰야 한다.”
— 미상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누워 있던 그 순간은
아마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가끔은, 몸도 마음도 피로도
이렇게 사르르 녹여주는 쉼표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