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_ Sydney
오전에 눈을 떠 Blue Mountain을 향했다. Central역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한참을 헤매었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기차를 탈 수 있었다. 2시간 동안의 이동에서 음악도 듣고, 잠도 자면서 쉽게 Katoomba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Blue Mountain을 생각할 때 나름대로 등산을 해야할 것이라 생각을 했다. 2시간여 코스라길래 조금은 힘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에 나와있는대로 걷고 있노라니 앞에 산은 안 보이고 오히려 내리막길이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지나는 길에 만난 스웨덴 친구와 잠시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30여분을 쉽게 지나 Echo Point라는 곳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버스에서 내리는 한국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버스 앞에 붙어있는 ‘노랑풍선’이란 간판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그 옆에가서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건네었다. 혼자 여행 하느냐, 배낭여행 하느냐, 혼자서 많이 힘들겠다, ...... 어머니가 해주시는 말씀과 같은 따스한 말을 들으니 외롭다는 생각과 스스로 대견할 일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일었다.
그리고 그분들 덕분에 한국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름 이곳의 역사까지 한꺼번에 알 수 있었다. 호주에는 사암이 많은데 그 안에서 규소와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단다. 그리고 사암의 특징이 습기를 먹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특징이 있어 100여년이란 긴시간이 흘러도 아직까지 그 건물들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 곳에서 1분이 채 걸리지 않아 정말 Blue Mountain의 장관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등산을 해서 정상을 체험하리라 생각했었으나, 예상과 달리 마을 옆으로 나있는 절벽 위에서 Blue Mountains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지평선 멀리까지 산으로 가득한 모습, 그 위로 푸르다 못해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그려내는 경치는 정말 장관이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 더없이 훌륭한 모습이었다.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리산의 절경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고.
호주는 하늘이 참 맑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그 하늘이 만들어 내는 구름의 모습은 한국에서는 쉽게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늘 층층이 떠있는 구름은 하얀색, 회색, 더 어두운 색을 띄면서 맑은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고 있었다. 마치 히말라야, 알프스의 눈덮인 산 너머로 또다시 눈덮인 산이 바라보이는 것처럼 구름이 아닌 마치 흰 산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그 중에 대부분이 아마 하늘과 구름이 아니었는가 싶다. 호주는 브리즈번, 시드니 같이 도시의 아름다움도 충분하지만, 그 자연만으로도 더없이 훌륭한 가치를 지닌 곳이리라.
Echo Point를 지나 세자매봉을 가까이 가서 보았다. 나란히 서 있는 덕분에 가장 가까운 봉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으나 그 앞에 서있다라는 느낌 만으로 충분히 감격에 겨웠다. 더불어 낭떠러지 같은 계단을 내려가 짧은 구름다리를 건너 봉아래에서 머무는 순간은 고소공포증을 겪고 있는 나에게 또다른 스릴을 전해주는 순간이었다. 그 앞에서 아프리카계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했는데, 구름다리에서 다리를 벌벌 떨면서 애써 웃음을 짓고 있던 나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더불어 그 곳의 장관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뿐만 아니라 헨리 왕자까지도 다녀간 곳이라고 했다.
이 장관을 이렇게 짧게 끝내고 싶지 않아 절벽을 따라 나있는 길을 더 지나 보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는 빗방울은 나에게 빨리 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참, 어제 야채를 볶아서 도시락을 싸온 덕분에 늦은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처음에는 세자매봉에서 먹을 생각이었으나 도시락을 넘친 기름과 냄새로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까봐 한적한 곳이 보이면 그 곳에서 해결할 계획을 가졌다. 하지만 이동 중에 비가 내려 작은 Picnic 장소로 보이는 곳의 나무 아래서 머물러야 했고, 그 안에서 도시락을 꺼내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음, 어떤 느낌이었을까?’
대자연을 앞에 두고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그럴 여건은 안 되었고, 커다란 나무가 세찬 빗줄기를 피하게 해주기는 하였지만, 모든 빗방울을 막아주지는 못하였다. 빗물을 섞어가면서 삼키는 맛, 그 맛은 정말 훌륭했다. (물론 나의 요리가 훌륭하기도 하였지만. ^^) 하지만 그 잊지 못할 경험 속에서 혼자 외로이 식사를 하는 모습에 잠시 외로움과 그리움이 함께 밀려왔다.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이토록 외롭게 있는걸까, 사람들 눈을 피해 비내리는 나무 밑에 앉아서 도대체 뭘하고 있는걸까. 도시락에 빗물이 떨어졌다. 도시락 위로 내 눈물도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갑작스레 밀려 드는 서러움에 눈물이 왈칵 흘러버렸다. 빗물과 눈물이 엉킨 도시락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감상도 잠시일 뿐, 비가 언제까지 내릴지 몰라 비를 맞고 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배낭 속 물건이 젖을까봐 커버를 씌워서 걸었는데 세찬 빗줄기에 옷이 다 젖어 한기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혹여 버스나 승용차가 나를 불쌍히 여겨 세워주지는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냥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걷다보니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다시 햇살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는 정말 소나기가 많은 도시구나. 그렇게 세차게 퍼붓더니 금새 이렇게 맑은 날씨를 보여주다니.’
잠시 비가 원망스러웠다. 그 비만 아니었으면 더 좋은 경치를 많이 누릴 수 있었을텐데......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잠시 잠이 들었다. 잠이 깨어 창밖을 내다보는 순간 앞에 펼쳐진 하늘은 또다시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었다. 연신 셔텨를 눌러댈 수 밖에 없었음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 중 회색빛 구름 속에서 태양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구름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줄기 내비치는 빛처럼. 그 순간 왠지 모를 외로움이 밀려왔다. 모르겠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마치 힘들었던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스쳐감을 느꼈을 뿐이었다.
‘힘내자. 앞으로도 슬퍼하고 눈물 흘리며 울 수 있겠지만, 절대 나약해지지 말자. 항상 굳건한 믿음으로 강하게 살자.’
왠지 모를 감상에 쌓였으나, 다시금 강해져야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내일은 아침에 9시로 캔버라로 떠나야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일은 숙소를 전혀 예약하지 않았다. 숙소가 없거나 비싸다면 노숙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물론 위험이 없으리란 생각이 없진 않지만, 그런 경험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추억이 가득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감한다. “사랑한다 병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