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_ Canberra
6시 30분에 일어나려고 시계를 맞추어 놓았지만, 눈을 뜬 시각은 7시가 조금 되기 전이었다. 그 동안의 여행으로 조금은 지친걸까?
서둘러 씻고 짐을 챙겨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9시에 Canberra행 버스를 타고난 후 나름대로 향후 일정을 다시금 생각해볼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몸이 피곤해서였는가? 버스 안에서의 4시간 동안 정말 쉼없이 잠만 잔 듯하다. 간간히 눈을 떴을 때, 마치 사막을 지나는 것처럼 군데군데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을 본 듯 한데, 그 광경을 놓친 것이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잠에서 깨어 사진 좀 찍어봐야지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무거운 눈꺼풀은 천하장사도 이기기 힘들다 하지 않던가.
버스 안에서 잠이 들면서 꽤 쌀쌀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져갔던 긴팔을 꺼내어 입었지만, 잠자는 동안 추위가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처음 Canberra에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날씨가 매우 춥다는 것이었다. 단지 4시간 차이일 뿐인데 이렇게 기온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멜버른이나 태즈매니아는 훨씬 더 춥다는 이야기인데. 어제 노숙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는 했지만, 추위에 어떻게든 빨리 숙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Canberra는 호주의 수도이기는 하지만, 관광도시라기 보다는 정치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일요일이기는 했으나, 사람도 적고, 화려함 보다는 수수함과 여유가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숙소들도 호스텔이나 backpack보다는 호텔과 모텔이 더욱 발달해 있었다. 버스터미널 인근에도 유일하게 YHA 뿐이었다. 더불어 숙소비용도 32불로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 중에서 가장 비싼 곳이었고.
버스 안에서의 추위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재채기를 하고 코가 시큼해짐을 느꼈다. 직감적으로 순간 ‘아, 감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까지 기다려 약을 먹고 잘까, 아님 지금 먹을까 고민을 했는데, 한시라도 빨리 약을 먹는 편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약을 먹고 밖으로 향했다.
나름 계획을 세워 오늘은 Canberra의 남쪽을 보고 내일을 북쪽을 구경하리라 생각해서 City Hill과 Capital Hill을 연결하는 Commonwealth Avenue Bridge를 건너갔다. 다리를 건너기 전 잠시 Commonwealth Park에 들어갔는데, 여가를 즐기며 낚시를 하는 사람이 참 많았다. 와중에 30cm가 넘는 월척을 낚는 순간도 보았다. 우리나라 잉어처럼 생겼는데 영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다리를 건너 안내 책자에 나와있는 대로 순차적으로 둘러보았다. 남쪽 Canberra는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주요한 건물들은 다리 건너 왼편에 주로 모여있었기에 그 주위를 중심으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Canberra가 계획도시라서 그런가? 방사형으로 길도 잘 만들어 놓았고, 그 안에서 공원과 건물들을 잘 배치하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정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과학센터, 미술관 등을 함께 배치하여 더 많은 시민들이 그 곳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곳을 여행하면서 세가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첫째, 국회의사당을 앞에 두고 넓게 만들어진 공원에서는 잔디밭 위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놓아 잔디에 앉아 공연을 할 수 있게끔 만든 곳이 있었다. 항상 계획하고 무대를 세우고 번잡하고 입장을 즐겨야(?)했던 우리 나라와 달리 누구든지 쉽게 와서 공연을 할 수 있게끔 한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곳이 공연하는 장소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용도로 활용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듯 싶다)
두번째, 계획도시라는 이름에 맞게 남쪽의 국회 의사당과 북쪽의 War Memorial이 서로 정면을 마주 보게 해놓을 것이었다. 정말 그 중앙에 섰을 때 한치의 오차가 없다. 그 사이에는 나무나 건물이 없이 서로의 모습을 기념하는 듯이 Canberra의 상징적인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공원(?)은 Federal Mall이라 부른다고 한다. 처음에 Mall이라고 하길래 쇼핑몰이 있는건가 생각했는데, 양옆으로 계획적으로 심어놓은 나무와 중앙의 잔디밭은 Canberra의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진다고 한다.
세번째, 미국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면 호주에는 ‘Magna Carta’가 있는 것일까? 지도에 나와있지도, 책자에 나와있지도 않은 공간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다가 그 가운에 섰을 때 나의 발자국 소리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 순간 희한한 생각이 들어 바닥과 벽면을 바라보았는데, 나름대로 정치적 이념을 설명하는 단어들이 써있음을 보았다.
'Symbol of Freedom under Law'
호주의 정치에 있어 상징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라 생각이 들어 정말 우연한 기회에 좋은 것을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어 그랬는지 Canberra의 모습은 매우 한산한 것이었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될 듯 싶은 곳이기는 하나, 내일 또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감기 기운은 사라진 듯 하다.
정말 다행이다. 아프지 않아서.
바깥 날씨가 추워서인지 한기가 돌기는 하지만, 이불 잘 덮고 자고, 내일도 따뜻하게 입고 다닌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프지 말자... 아프지마...
참, 이곳에서도 한국 여행자를 만났다. 아직 많은 얘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또다른 좋은 인연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