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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3월 16일 _ Canberra

by 와이즈맨

벌써 호주에 온지 13일째다. 13일이란 긴 시간을 낯선 호주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내가 생각한 것들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는 것인가? 처음에는 모든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는데, 오늘 드는 생각은 왠지 의무감에 이 도시를 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들었던 생각 중에서 과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얼마만큼의 투자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돈, 특히 돈에 대한 것이 더욱 컸다. 사실 나의 취미를 위해서 돈을 써본 적도 별로 없고, 나름 돈을 썼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가치가 무색할 정도로 그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았던 경향이 컸던 것 같다. 과연 이 호주 여행은 어떤 것일까? 회사도 그만 두고 금쪽같이 받아온 퇴직금으로 이 여행을 하고 있는데, 그만한 가치를 느끼고 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 때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여행을 통해 느낀 것처럼 순간 감정에 치우쳐 감성적으로 돌변하고, 그 안에서 흔들려서 이루고자 했던 것에 전혀 가까이 다가서보지도 못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후회하는 모습을 남겨서는 안되지 않을까?

그래, 마음을 다시금 다져보자. 아직 절반의 시간도 보내지 않았지 않은가? 벌써 포기하지 말자.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즐겨보자.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게 남겨진 숙명이 아니겠는가?


괜히 순간 감상적이 되었던 나를 발견했다. 그러지 말자. 조금 더 강해지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선 너를 보고 후회하지 않도록 강해지자.


오늘 아침 8시경 눈을 떠 샤워를 한 후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제 사온 식빵과 베이컨으로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침으로 빵 네조각, 점심에 네조각, 저녁에 네조각, 내일 새벽 야식으로 네조각. 이렇게 준비를 하다보니 식빵이 겨우 한조각 남아있었다. 얼마전 샀던 잼도 이미 동이 나있는 상태였고. 나름 도시락으로 준비된 식빵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도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와서 식은땀 줄줄 흘리면서 남의 눈치를 보면서 식사 준비를 하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것인가. 비록 공원 벤치에 앉아서 혼자서 식사를 하겠지만, 오직 나의 생존을 위한 나만의 노력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식사를 준비해서 Northern Canberra를 향해서 출발했다.


처음 간 곳은 호주 국립 박물관이었다. 숙소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 걸어가기에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호수 주위를 걸으며, 경치도 바라보고 햇볕도 즐기다 보니 나름 힘들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언젠가 언급했던 거 같지만,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도 가보지 않은 내가 남의 나라 박물관을 이렇게 다니고 있다니.’

사실 박물관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후손들이 지금을 있게 한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다. 사실 외국의 박물관을 찾을 때 이 나라의 과거와 역사가 어떠했는지를 살펴야하는데 아직 나에게는 그러한 역사에 관심을 가질만한 생각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호주국립역사박물관이라 에보리진부터 정착민까지의 인간의 역사와 동식물과 함께 호주 자연의 유물까지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그 안에서 원주민들이 Salmon과 Crab을 잡고 요리하는 방법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Salmon 낚시는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는 했다.


그렇게 호주 박물관을 마치고 호주국립대학이 있다 길래 구경을 해볼까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땅덩어리에 있는 대학이니 만큼 그 넓이 또한 대단하다고 했다. 그런데 2주간의 걸음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일까. 발걸음이 매우 무거워짐을 느꼈다. 기숙사일 듯한 Univ. House를 보기는 했지만, 넓은 호주 대학을 다 돌아보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간간히 보이는 건물만을 사진에 담고 War Memorial로 향했다.

‘호주 국립대학을 안 본 것에 대하여 후회하는가?’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후회한다.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해볼 것을...’

지난 시간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으려면 현재에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지 않은 게 아닐까. 그래 노력해보자. 지금이 힘들다고 피한다면 결국 내일에 가서 오늘에 대한 회피에 더욱 마음 아프고 힘들어 하지 않겠니.



DSC_3525.JPG < War Memotial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

War Memorial 역시 여느 박물관처럼 호주의 전쟁에 관한 역사를 담고 있었다. 사실 호주의 침략에 대한 역사는 잘 알지 못했다. 영어로 많이 써있고, 그것을 일일이 다 읽어보기에는 나의 관심사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주로 전시된 유물들은 세계 1차 대전과 세계 2차 대전, 그리고 1950년 이후 세계 각국의 현대전에 호주군이 참전하여 남긴 역사를 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1950년에 있었던 Korean War였다. 그 당시 소련과 연합한 북한군이 낙동강까지 내려왔을 때 16개국 연합군이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하여 전쟁의 양상을 바꾸었다고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호주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호주군의 역사를 다룰 뿐 우리 군에 대한 내용을 좀처럼 바라보기 힘들었다. 바닥에 앉아서 바라보았던 영상도 호주군의 활약을 다룬 것일뿐 우리 국군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다소 아쉬움에 남았던 점이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나도 남자고 군대에 다녀와서였을까? 나름 그 안에 전시되었던 유물들은 나에게 관심을 끌 만 했다. 두시간여를 그 안에서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나왔다.


DSC_3669.JPG < War Memorial >


더불어 War Memorial 앞에 호주군을 위한 미술작품을 많이 세워두었는데, 그 중에 Korean War를 기념하는 작품도 있었다. 그 밑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으로 화환도 있었다. 맞다. 박물관 안에 있는 기념비에도 대통령의 이름으로 화환이 역시 존재하였다. 그렇게라도 이름값을 해야하지 않을까? 다른 나라에 감사하는 표현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나, 우리 나라 경제부터 어서 좀 안정적으로 변해가기를 우선 바래본다.


DSC_3502.JPG <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대통령의 이름으로 >


그렇게 오늘 하루도 마치고 있다. 나름 Northern Canberra의 동쪽과 서쪽을 돌아보느라 다리가 매우 피곤하지만, 나름대로 이 도시의 전부를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23:55분에 마지막 버스여행으로 Melbern으로 향한다. 8시간이 걸리는 장정. 이미 한번 경험을 해본 야간버스이라 그다지 큰 걱정은 되지 않으나, 내일 숙소가 다소 마음에 거슬리기는 한다.

나름대로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부딪혀보자고 생각을 했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현재를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기에 나름 걱정이 생기기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도 지금은 내가 없애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 부딪혀보는 삶에도 익숙할 필요가 있기에 오늘의 선택에 후회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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