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_ Melbern
어제밤은 숙소에서 만난 여자 여행객들과 한국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시원함과 함께 칼칼함을 지닌 맥주가 술술 잘 넘어갔다. 그런데 몸이 피곤해서 였는지, 함께 한 사람들이 좋아서였는지 금새 취기가 오르는 것을 느꼈다. 3병을 마시고 나서 취기가 오른 것을 느끼고 ‘아, 그만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함께 하는 이야기가 길어지는지 4병을 마시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만취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에 샤워는 생각지도 못하고 옷을 갈아입고 잠들기에 급급했었다.
아침 7시에 1층에서 만나 함께 Great Ocean Road행 버스 탑승지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눈을 뜬 건 6시 47분이었고 결국 내가 식당으로 간 건 7시 10분이 다 되어서였다. 취기가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묵묵히 길을 따라 나섰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더욱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냥 미안했다.
8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 버스는 1시간 여를 달려 조그만 카페가 있는 곳에 멈춰섰다. 아침 일찍 출발한 이들을 위하여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배려를 해주는 것이었다. 배가 고픔을 느꼈지만, 왠지 저 곳도 가이드와 나눠먹는 곳이 아닐까 싶어 다른 곳이 있는지 주위를 서성거렸다. (가이드 투어에 대한 아픔이 내게 너무 큰 선입견을 준 것일까?) 운이 좋게도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아침에 늦게 나온 미안함에 아침메뉴를 포장해서 한국 친구들에게 건네어 주었다. 너무 고마워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내가 오히려 더욱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 후 버스는 1시간여를 달려 “Great Ocean Road”라고 써있는 입구에 다다랐다. ‘드디어 그 황홀하다는 절경이 시작되는구나.’ 나름대로 그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투어을 나서는데...
경치는 한마디로 정말 예술이었다. 바다를 바로 끼고 있는 해안절벽은 정말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금 보여주는 멋진 절경이었다. 12사도 해안바위, Loch Ard, London Bridge, …… 등 포트 캠벨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해안의 모습은 정말 예술이었다. 마치 내륙의 Blue mountain이 있다면, 바다에는 Great Ocean Road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나를 바라보면서 이 경치를 어떻게든 더욱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카메라에 담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가장 컸다. 마음 같아서는 절벽으로 더 이상 향하지 못하도록 쳐놓은 철망을 뛰어넘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으나, Ugly Korean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 욕망을 꾸욱 눌러 참았다.
절벽 아래로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 절벽 사이에 자연이 만들어놓은 호수 같은 해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절벽 아래로 동굴처럼 생긴 구멍, 정말 이루다 형언하지 못할 만큼 자연의 거대한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정말 Blue Mountain과 함께 호주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경치인 듯 하다. 물론 Sydney의 Gap Park 역시 해안 절벽의 황홀경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규모 면에서 결코 이를 앞지르기는 시간을 세워놓거나 거스르지 않는 한은 불가능한 일이리라.
그렇게 하루 종일 진행된 투어는 8시를 넘어서 멜버른의 숙소 앞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돌아오는 내내 오늘 따라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오히려 다른 날보다 편하게 이동하고 편하게 안내 받으면서 여행을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의 호주 여행 중 오늘이 몸이 가장 편한 날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른 날처럼 몇시간씩 걸어다닌 것도 아니고 걷다 지쳐서 공원에 털썩 주저앉는 것도 아니요, 내일 후회할까봐 힘들어도 겨우겨우 이겨낸 것도 아니었다. 정말 버스가 알아서 태워다 주고, 난 거기서 그냥 경치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나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일정이 몸은 매우 힘들었지만, 항상 내가 선택해서 나의 의지로 움직였기 때문에 그 안의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란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이 Tour의 선택 역시 나의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모든 일정에 나의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끌려다니면서 난 이미 사진만 찍는 기계가 되어버렸고, 다른 곳에서의 여행과는 달리 생각하면서 느끼는 시간도 그렇게 크지 못했었다. 그렇다 보니 내 스스로 이 여행에 싫증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마음을 따라 몸도 더욱 피곤해짐을 느끼는 듯하다. 아니 그렇게 여겨진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돌아오는 길에 다른 곳에서의 투어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사실 태즈매니아에서의 국립공원과 앨리스 스프링스에서의 아웃백 투어는 반드시 참가해야겠지만, 캥거루 아일랜드에 대한 시행 여부가 가장 큰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Woof를 찾아서 현지에서의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고. 며칠을 두고 더욱 고민을 해보고 실천에 옮겨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게 끌려다니는 여행을 더 이상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어쩜 나도 나 스스로의 여행에 이미 만족해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린건가... 이러면 혼자가 아닌 여행은 정말 힘들어질지도 모르는데...)
여하튼 오늘의 Great Ocean Road는 정말 절경 중의 절경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여행 방식에서의 선택과 지난 날의 나의 실수가 정말 원망으로 남는 게 아쉬울 뿐이다.
다만, 대중교통이 어려운 곳에서의 여행에서 운이 좋게 room mate를 잘 만나서 차로 이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해볼 뿐이다.
내일을 멜버른 시내를 돌아볼 생각이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시간 내어 공원에서 도시락도 까먹고 책도 보면서 오랜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그리고 내일 저녁은 밥을 해먹어야지. 한인 식품점에 가서 나름대로 앞으로 필요한 물건도 구입하고 푸짐한 저녁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김치찌개, 미역국, 야채볶음, ...... 나름대로 먹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껴야 할 입장이기에... ^^
오늘 투어를 선택한 것에 대하여 아쉬움이 들지만, (절대 후회는 아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여행을 위하여 노력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오늘 사진 중 “I’m alive!”라는 글을 써서 찍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은 평생 내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I’m alive!” 그래,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후회하지 말고, 자신감 갖고, 미래의 꿈을 위해서 노력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고,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
“I’m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