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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3월 17일 _ Melbern

by 와이즈맨

어제 밤 23:55분, 두번째 야간버스는 처음과는 달리 순탄치 않은 출발이었다. 지난 번 버스는 사람이 적어서 혼자 앉아서 왔는데, 어제는 사람이 많아서 옆자리에 유럽출신으로 보이는 아가씨와 함께 앉아서 이동했다. 뭐라도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밤늦은 시각에 이동하는데 서로 조용히 하는 게 예의일 듯 싶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시간이 지나고 있으나 잠은 안오고 음악을 들으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그 노래가 왜 그렇게 좋은지... 서울에 돌아가면 김광석의 음반을 다시금 충분히 들어볼 요량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지난 번에 추웠던 기억이 나서 나름대로 옷을 여러겹 껴입어서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한항공 담요는 정말 한턱 톡톡히 하는 요긴한 물건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다소 추워하길래 건네어줄까 했지만 내가 추워할까봐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아침 8시가 되어서 멜버른에 도착했다. 지도에 나와있는 Transit Center의 위치와는 다른 곳에서 버스가 하차했다. (Southern Cross역이었나?) 아직 숙소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여기저기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어제 알아봤던 Melbern International Backpacker로 향했다. 다행히 방이 있어 그 곳에 숙소를 잡았다. 28달러를 달라고 하는데, VIP 할인을 받아 27달러를 주고 4일을 예약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연히 한국 여행객을 두명을 만나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당차게도 저녁을 얻어 먹겠다고 말을 하는 나를 보면서 왜 그렇게 뻔뻔해졌음을 느끼는지...

(그래,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는거야. ㅋㅋㅋ 이렇게 살 수 있는 용기를 얻고자 이곳에 온 것이잖아.)

대학생을 보이는 여자 두명이었는데, 귀여운 인상이었다. (역시 난 귀여운 여자한테는 너무 약한 거 같아. 히히히 ^^)

나름대로 연락처도 받고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내일 Great Ocean Road로 간다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앨라 카페를 이용해서 예약을 했다고 하는데,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예약을 했더라. 내가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볼 때는 105불이었는데, 75불에 예약을 했다길래, 혼자서 60불 주고 가느니 차라리 나도 투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후에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앨라에 연락해서 투어를 예약했다. 하루 전에 예약을 해서 그런지 70불만 받더라. 이것도 나에게 주어진 행운이겠지? ^^


나름대로 숙소에서 샤워를 마친 후 시내로 나와서 Visitor Center로 갔다. 거기서 멜버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여행을 계획을 세워보고자 함이었다. (지난 뉴캐슬에서는 그 계획이 매우 실용적이었었기에 역시 그 이후로 항상 Visitor Center를 먼저 이용하고 있다.)

지도와 관광정보 이외에도 3월에 열리는 행사들을 안내해주길래 자료를 보니 오늘 1시에 Organ을 연주하는 음악회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Organ… Pipe Organ을 생각하고 그 웅장한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현재 시각 12시 18분. 곧장 Town Hall로 갔는데, 아직 입장을 기다리면서 많은 노인분들이 서 계셨다. 젊은 사람은 나 혼자? 혹여나 내가 정보를 잘 못 본 것은 아닌가 싶어서 다시금 내용을 살펴 보았지만 연령제한이 없다기에 계속 기다렸다. 입장 후에 30분여의 시간이 있었다. 어제 야간버스를 이용하면서 잠을 제대로 못자서 였는지 순간 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에 잠에서 깨어 Organ의 음악을 감상했다. Organ의 구조는 발로 누르는 스무개의 가까운 발판과 5세트의 건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연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니 상체와 하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많이 움직이다 보니 허리가 매우 고생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건반악기를 생각하면 당연히 피아노처럼 현악기라 생각했는데 그 소리는 선의 소리가 아니라 통의 울림소리였다.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느껴지는 소리의 웅장함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비록 Town hall 전면의 대형 Pipe를 가지고 연주한 것은 아니었지만, 작은 Organ의 소리만으로도 그 위엄이 가히 위력적인 듯 했다. 하지만 4곡의 연주가 끝난 이후 관심과 흥미를 잃었는지 자리를 일어나려 했는데, 좌우로 꽉 들어찬 사람과 시작하는 또다른 연주로 앵콜을 제외한 모든 연주를 듣고 나왔다. 한 시간 정도? 음악에 문외한이라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새로운 악기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음에 아까운 시간은 아니었다.

(과거 하프만 가지고 있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Organ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닌 듯 싶었다. 저 연주하는 분도 교수라고는 하지만, 결국 돈으로 연주를 시작하게 된 거은 아닐까라는 어리석은 의구심도 가져보았다. 하지만 그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리. 좋은 연주와 음악을 선물하면 되는 것을.)


DSC_3687.JPG < 처음 들어본 organ 음악 >


그 이후에는 시내를 벗어서 남쪽 공원을 중심으로 돌아보았다. South Bank와 Olympic Park, 그리고 시내 주변의 공원을 산책했다. 공원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소년들의 모습도 구경하고, 야라강에서 조정을 연습하는 여학생들의 모습, 운동을 하는 모습, 정말 공원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여유있는 시간이었다.

문득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러한 도심 속의 공원에 감사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쩜 그들은 세상 어느 곳에도 이런 공간과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매우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결국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다 이를 잃어버린 후에야 정말 소중한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되지는 않을까? 현재 내가 가진 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있음을 사랑해야할 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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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공존하는 멜버른의 낭만 >


올림픽 공원에 가보았다. 1956년이었던가? 그때 멜버른 올림픽이 열렸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의 대형 종합운동장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당시 메인 스타디움으로 쓰였다는 곳은 개방 형태로 아직도 트랙으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더불어 올림픽 공원 주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대부분 닫혀 있었다. 호주인들이 좋아한다는 크리켓 경기장(엄청 크다. 우리나라 야구장만큼.)을 구경하려 했지만, 입장료가 있다길래 그냥 돌아서 버렸다. 치사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주고 구경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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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의 올림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시내로 향하는 길에 공원이 있었다. Cook 선장의 부모가 살았다던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집도 있었는데, 150년이 지난 건물이라지만 지금 살아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아담한 집이었다. 정말 건물 하나만큼은 잘 짓는 인간들인 듯... 역시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이 잘 발달되어있는 공원을 쭈욱 산책하면서, 서울에 돌아갔을 때 주말과 휴일이면 집안에 쳐박혀 있지 말고 이렇게 공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용기와 기대를 품고 시내로 돌아왔다.

DSC_3767.JPG < 매우 예뻤던 Cooks' Cottage >


내일은 Great Ocean Road를 간다. 호주에서도 손가락을 꼽는 절경 중의 절경이라는데, 날씨가 좋아서 기분좋게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녁에 꼬마 친구들과의 저녁도 기대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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