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_ Melbern
어제는 1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 나름대로 맥주 한 잔 걸치면서 일기도 쓰고, 못다본 영화(스내치)도 다 보고...
시계를 8시에 맞춰 놓았었는데, 울리는 알람을 멈춰 놓고 다시 눈을 뜬 시각은 9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 때 역시 같은 방을 쓰는 녀석들은 아직까지도 꿈나라의 연속이었다. 한 녀석은 아예 들어오지도 않은 듯 하다. 일을 하는건지 어디서 술을 마시고 노숙을 한건지... 뭐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만,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재미없는 방인 듯 하다. (어쩜 내가 먼저 다가서지 못하기에 이렇게 재미없게 느끼는 것일까?)
숙소 아래에 있는 Bar에서 아침을 제공해준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어떻게든 든든하게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씻고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름대로 우유, 커피, 빵, 시리얼 등이 제공되고 있었다. 부페처럼 운영될 것이란 생각에 접시와 컵을 찾았는데 쉽게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앉아서 먹고 있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접시와 컵을 갖고 있길래 저것도 개인적으로 빌린 키친세트를 활용하는 건가 싶어서 나도 어제 빌린 그것을 가져오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가운데 나름대로 접시와 컵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일을 하는 듯한 사람이 행주 비슷한 것으로 접시를 닦아서 옮기는 것도 보이기에 여기에 있는 것을 그대로 쓰는구나하는 생각에 거기에 있는 컵과 그릇을 쓰기로 했다.
우선 시리얼을 접시에 담아 우유를 부어 한사발을 쭈욱 퍼먹었다. 2주 만에 먹어보는 우유인지라 정말 그 달콤함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시리얼을 먹은 후 식빵을 더 먹고자 해서 다시 찾았는데 코코아 분말이 보였다. 달달한 코코아의 맛이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입안에는 침이 돌면서 정말 진하게 코코아를 타왔다. 그런데 그 향이... 그건 코코아가 아니라 커피였었다. 덕분에 난 진한 아침부터 진하디 진한 커피를 마실 수 밖에 없었고. (하지만 나름대로 아침에 먹기에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 버터와 딸기잼을 더한 식빵도 먹고, 우유도 한잔을 더 갖다 먹고. 나름대로 훌륭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섰다.
Flagstaff Garden을 따라 무작정 길을 걸으면서 시내의 경관을 감상했고, 그 사이 관광책자나 Visitor 정보지에서 안내해주는 곳도 찾아다녔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는 드디어 내가 카지노에 입성했다는 것이었다. 멜버른 유일의 그곳은 Melbourne Entertainment Complex로서 1층에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쇼핑과 Entertain을 위한 갖가지 시설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의 유일한 이유는 카지노를 구경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호주의 여러도시에 카지노가 있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멜버른에도 카지노가 있다는 소식을 모르고 뜻밖에 발견한 곳이라 더욱 반가웠고, 가까이 온 김에 한번 들어가보리란 생각도 가졌다. Free membership Card를 작성하면 그 안에서 음료와 커피를 공짜로 준다기에 만들려고 했으나, 이래저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길래 그냥 취소하고 나와버렸다. (나의 영어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쪽팔리게... 쩝...) 카지노가 다 그런지는 모르지만, 머신과 함께 테이블 게임이 많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 중 룰렛, 블랙잭, Sic Bo라는 테이블 게임은 해볼만 할 듯 했다. 물론 gambling이 아니라 Funny Game으로서 말이다. 나의 도박사(?)로서의 본성이 나오는 순간 여행은 여기서 포기해야할지도 모르니... 한번 게임에 참여해보고 싶었으나, 저녁에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과 오리란 생각에 그냥 게임에 대한 정보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저녁에 와서는 50불만 베팅해볼까???)
카지노에 들어가기 전 Yarra강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우리 나라 오재미와 같은 것을 갖고 게임을 하는 것을 보았다. 물어보니 Hachy Sack이란 놀이란다. 둥글게 원을 만들어 발로 공을 건네면서 4번째 사람이 찬 후에 아무나 그 공을 잡아서 원하는 사람을 향해서 던지면 되는 거란다. 만일 그 공을 캐치하게 되면 던진 사람을 향해서 다시 던지면 되고... 함께 해보자고 할려다 너무 즐겁게 놀길래 끼어들기가 미안해 맘을 접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PC에 몰두하기 보다 저렇게 함께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사실 우리 어릴 적에는 우유팩도 차고, 빗자루로 하키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었는데... 지금은 너무 혼자 놀기에 좋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 후에 멜버른에서 Tourist를 대상으로 공짜로 제공하는 Tourist Shuttle을 타고 멜버른 박물관까지 이동했다. 그 사이에 나름대로 버스 기사의 육성과 안내 방송으로 관광정보를 안내해주었지만, 아직 짧은 귀는 그 말을 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흘려보내고 있었다.
어쨌든 왕립박물관이라는 Exhibition Center 근처에 내려 왕립박물관, Melbourne Museum을 거쳐 지금 멜버른 국립대학에 와 있다.
멜버른 국립대학은 사실 조금 실망이 크다. 넓은 국토답게 대학도 넓게 위치하면서 호주인들이 누리는 많은 쉼터와 공원이 함께 있을거란 생각했는데, 왠지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는 인상을 주었다. 물론 지금은 어딘가에 위치한 잔디밭에 앉아 있기는 한데, 그 동안 보았던 브리즈번 공과대학이나 시드니 국립대학과 비교할 때 다소 답답한 인상을 많이 주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앉아서 바라보는 하늘은 정말 정말 청명함 그 자체이다. 푸르고 맑은 하늘과 낮게 깔리 하얀 구름은 하늘의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 좀 머물다 빅토리아 시장을 구경하고 장을 봐서 저녁에는 밥을 해먹을까 한다. 나름대로 돼지고기 불고기와 미역국을 끓여보고자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맛있게 먹어봐야지. ^^ 그리고 나서 야경과 함께 카지노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
#2.
8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30분을 식당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얼굴을 볼 수 없었다. 30분을 그저 한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화가 나지 않는걸까?’
정말 화가 나지 않았다. 사실 이전에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 늦는 법이 있어도 그다지 화를 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비즈니스를 할 때는 약속이 생명이기에 시간에 대하여 다그친 적은 있지만, 결국 일과 거래를 위한 것일 뿐 개인적인 감정은 생기지 않았었다.
‘왜 나는 이런 기다림에 화가 나지 않을까? 누군가는 1분만 늦어도 무척 화를 낸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나는 언제 화가 났을까?’
내가 화가 났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단 한가지 생각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무시한다고 느낄 때. 그 때는 정말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상황도 이제는 어느 정도 조절할 능력이 조금은 생긴 것 같지만.)
어쨌든 왜 기다림에 대해서는 화가 나지 않을까? 오늘 그 순간에도 그저 무슨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전화를 해볼까 했지만 전화하는 것조차도 내겐 다소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믿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그 사람을 믿기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나에게는 휴대폰도 없고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지 않은가. 어쩜 내가 조바심을 낸 것이 있다면 그것보다 더욱 크게 미안해하고, 걱정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구 말대로 내가 착한 걸까? 아냐,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그냥 착하게 살고 싶을 뿐인 사람인데...’
어찌 되었건 간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믿음이 있다는 것. (그래, 내가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여기자)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아직 인간으로서의 따스함이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작은 기쁨을 갖고 오늘 하루를 마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