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_Alice Springs
어제밤 마지막으로 2시 30분에 시계를 본 후, 투어의 피곤함으로 내일은 늦잠을 자겠구나 생각하면서도 8시에 시계를 맞춰놓고서 잠이 들었다. 8시가 조금 넘긴 시각에 일어나서 아침을 시작했다. 피곤할텐데 그래도 스스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뿌듯함이 느껴지더라.
그 아침에 네덜란드 친구인 리온느에게서 큰 가르침을 얻었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이미 먼저 눈을 뜬 그녀는 다른 친구들의 식사를 혼자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그 안에는 내 것도 있었고. 투어를 통해서 겨우 알게 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을 위해서 스스로의 잠을 포기하고 노력하는 모습, 혼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의 식사까지 마련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남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겠지만, 스스로를 위해서 노력하는 시간에 조금의 노력과 시간을 더 투자하면 다른 이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더불어 가져다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고 그렇게 준비해준 아침에 조금 더 자겠다고 그 식사를 뿌리치는 사람을 오히려 더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남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겨우 종이 한장의 차이이지만, 난 그런 모습을 행동하지 못했고, 그녀는 그렇게 행동을 했다. 결국 한걸음만 발을 떼어놓으면 나도 실천할 수 있었을텐데... 리온느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그 작은 한걸음을 내딜 수 있는 용기가 있으리란 다짐을 해본다.
아침 이후에는 어제 시간을 보냈던 몇몇 친구들과 함께 앨리스 스프링스 시내를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도시보다 작은 도시? 어쩜 장수 읍내보다도 더 작게 느껴지는 그 시내. 하지만 이곳도 유명한 관광 도시인지 그 안에는 기념품점과 식당, 술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원주인이었던 애보리진과 백인들이 함께 도시의 삶을 형성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전신 기지를 가보고 싶었지만 혼자서 2시간의 행군을 하기보다는 이 친구들과 시간을 더 보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 무리를 이탈하지는 않았다. 그래,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수영장에도 가보고 다른 나라의 언어도 배우고,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미친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비록 언어소통의 장벽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혼자서 유적지를 보는 것보다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 외에 특별한 것이 없구나. 지금 시각 오후 5시 40분인데, 6시에 만나서 시내로 맥주를 사러 가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함께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우리의 앨리스 스프링스의 추억을 정리하고 있겠지? 나 혼자 돌아다니면서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보다 다른 이들의 문화와 생각을 공유하며 스스로 배우고 있는 중이 아닐까? 비록 다른 문화에서 오늘 이질감도 있기는 하지만,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의 생각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점점 커가고 있는 것이겠지?
이러한 생각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이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경험과 선물을 주고 있는 것이리라.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도시의 유명한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여행이라 여겼는데,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키워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멋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래, 함께 하기에 삶이 더욱 아름다운가봐.'
(왠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여행이 왜 즐겁고 좋은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데, 이제 겨우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워진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서울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시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이 경험 하자. 그리고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이 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결코 이 시간을 후회하는 시간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어제 리온느가 말해주었던 것처럼 현재(Present)는 내게 가장 비싸게 주어진 선물(Present)가 아닌가. 이 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순간이고 다시금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기억하던 못하던 평생에 있어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고 남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오늘이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임을 항상 기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