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_ Alice Springs
아마도 오늘이 호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왜? 잘 들어보시기를... (하지만 나의 표현력은 그다지... ㅠㅠ )
어젯밤 역시 별빛 가득한 밤하늘 아래서 잠을 청하고 5시에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눈가에는 눈물자욱이 가득했다. 눈곱이 남아 눈을 뜨는게 어려울 정도였다. 눈뜨기 바로 전 지울 수 없는, 생전 처음 겪는 악몽을 꾸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지만 언급하고 싶은 일이 아니기에 기록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버지와 관련되었다고 남겨놓으면 다시금 이 글을 읽었을 때 기억이 남겠지. 더불어 그 일로 인하여 운전대를 잡게 되었고 사고를 내고 잠이 깨었다는 것도 남겨둔다.
그 꿈을 꾸고 나서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집에 전화를 하기 위해서 일본 친구의 휴대폰을 빌렸으나, 너무도 오지에 와 있었는지 휴대폰 전파조차 터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정오를 넘긴 이후에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10시가 다된 시간에 다시금 전화를 해서 나의 꿈이 그저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 꾸었던 그 꿈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저 옆에 있을 땐 그것이 소중함을 모르고 지낸다. 단지 사라진 이후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뿐.’
아직 깨닫지 못한 뭔가를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부모님이 이 시간대에 함께 존재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꿈에서 나와 함께 했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정진학 사장님, 최종성 전무님, 용탁이, 그리고 현미. 어려웠던 그 순간에 나와 함께 해주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주었던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그 분들께 작은 엽서라도 남겨야만 그 고마움에 보답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투어의 일정은 킹스 캐니언 단 한곳 뿐이었다. 오전 3시간 가량 그 곳에 머물렀다. 지구 역사의 위대함과 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캐니언에 대해서는 북미의 그랜드 캐니언만을 생각했었는데, 호주의 킹스 캐니언 역시 상상 이상의 모습이었다. (비록 그랜드 캐니언에 가본 적은 없지만..)
겹겹이 지층으로 싸여진 흙과 바위들이 평야 위에 불끈 솟아 있는 모습을 보며, 과학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지구의 지반 운동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위로는 하늘과 맞닿아 있고, 아찔한 절벽 아래로 보여지는 허공의 모습은 두려움과 함께 경이로움까지 남겨주고 있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 댈 수 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반면, 그 곳은 척박한 사막과도 같은 메마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물기 없는 곳에서도 푸르게 견디고 있는 초목들이 있었다. 살아 남아있는 초목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언젠가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네가 있는 그 곳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삶에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다만,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 만을 알고 있기에 누구나 자신이 가장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여길 뿐. 하지만 오늘 그 바위 한 켠에서 자라는 질긴 생명력의 초목을 보면서 이렇게 힘든 곳에서도 그들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고 있음을 보았다.
'그래,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 가장 힘든 것은 내가 그렇게 바라보기 때문이리라.'
내가 행복한 눈빛과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 결국 행복과 불행은 나의 마음 속에서 바라보는 잣대로 나뉘어질 뿐일 테니까. 뿌리를 드러내놓고도 푸름을 잃지 않은 그들의 모습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나에게 새겨주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섬세하고 마이크로적인 매력 보다, 거대하고 웅장한 매력을 보고 싶어했던 마음이 있었다. 외국여행을 원하는 것도 그러한 것을 찾고자하는 마음이 내심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오랜 시간 어둠 속에서 방황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보다 커다랗고 힘찬 기운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에 그런 위대한 뭔가를 스스로 찾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그러한 믿음을 오늘 다시금 킹스 캐니언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함을 느꼈다고 말해야 할까? 킹스 캐이언 뿐만 아니라, 호주의 대양, 블루 마운틴, 크래들 마운튼,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함께 대자연의 거대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결코 잊지 못할 기억과 감상이 되어주리라.
(물론 이러한 생각은 오늘 부로 지우고 싶다. 우리 나라의 자연 속에서도 그리고 나의 삶 속에서도 분명 이러한 Grand한 모습을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느끼기에...)
킹스 캐니언이 호주의 잊지 못할 자연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두번째로 오늘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늘 함께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약 5시간의 긴 여정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네덜란드, 프랑스 친구들과 서로의 장기를 보여주면 깔깔 웃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007빵 게임을 알려줄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마치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는 듯, 어린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서로 서슴없이 어울려 놀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듯... 한국 음악을 들려줄 때 그 노래에 경청해주면서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해주는 모습에서 배려해주는 모습도 고마웠다. 운좋게도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그들과 한 방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시내에 나가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약속도 했다.
8시에 약속을 했었지만, 다른 친구들이 샤워를 하느라 30분이 넘게 기다리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쿨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이라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Meal을 준비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운이 좋게도 피자집을 발견하고 12명이 함께 피자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름대로 함께 한 사람들끼리 처음으로 그룹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고. 피자를 다 먹어갈 때쯤 가장 활발했던 네덜란드의 Leonie가 각 나라별로 장기자랑을 제안했다. 각 자 그 나라의 노래를 불렀는데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남들과 달리 조용한 노래를 불러도 되느냐 물어본 후 ‘그대 눈물까지도’를 불렀다. 분위기를 가라 앉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흔쾌히 응해주는 그들의 모습에 너무도 감사했다. 더불어 그 피자집을 나와서 오늘의 인기투표를 했는데 모든 나라의 친구들이 Korea를 외쳐주었다. 정말 뜻밖의 일이었지만, 일본,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친구들 모두가 한결같이 Korea를 1등으로 불러줄 때 정말 Glory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It’s the Glory of KOREA’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도 고마운 시간.
그 이후에는 호주에 와서 두번째로 클럽도 가보았다. 우리 나라 나이트와는 달리 조그만 Pub안에는 100여명은 훨씬 넘을 듯한 외국인 친구들이 맥주를 마시며 음악과 춤을 즐기고 있었다. 함께 한 6명의 일행도 그 한 켠에 자리를 잡고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비록 모르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지만 리듬으로 하나되어 서로 어울려 춤추고 고함을 지를 수 있는, 정말 여행의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남겨줄 수 있는 훌륭한 시간이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 숙소로 돌아와서 2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피곤함보다는 오늘 하루의 행복함이 더욱 소중하게 남는다.
'오늘의 추억과 행복, 이 모든 것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오늘의 희망과 자신감, 용기를 잃지 말고 평생 간직하면서 내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지켜나가야지.'
오늘 밤에는 별이 안 보인다. 이층침대에서 바라보는 어두운 천장이 있을 뿐. 하지만 지난 2박 3일의 여행에서 바라보았던 행복과 추억 그리고 생각들을 잊지 않고 삶의 또다른 지침과 기준으로 남겨놓고 싶다.
오늘...
너무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