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_ Adlaide
오늘은 다시금 아들레이드로 돌아가는 날이다. 9시에 공항셔틀을 타야했기에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7시 30분에 눈을 떠 서둘러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나름대로 샤워를 하기 전 잠들어 있는 지롬의 모습을 보면서 어제 리온느가 했던 것처럼 나 역시 친구들을 위해서 아침을 준비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샤워하고 나오니 지롬이 이미 일어나 있었다. 사실 그를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망설이고 있던 게 사실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지롬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마치고는 지롬, 샬롯, 크리스틴(독일)과 함께 공항으로 이동을 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지롬과 샬롯과는 공항에서 안녕을 고하고, 크리스틴과 함께 아들레이드로 와서 YHA로 향했다. 맞다. 공항에 내려 배고파하는 크리스틴을 위해서 나름 아껴두었던 크런치바를 건네어 주었다. 사실 한국 친구(유선희)에게 받은 선물이라서 아끼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모든 것에는 다들 임자가 있는 모양인가보다. 그 크런치바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크리스틴이었는지, 배고픈 와중에 행복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욱 기쁨을 느꼈다. 정말 고맙다는 그 말, 비록 그 말을 기대하고 건네어준 것은 아니었지만, 어쩜 그 때 느꼈던 기분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을 위한 맘과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나누는 이의 행복이 이런건가?'
내가 가진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것을 희생하면서 베풀 때 느끼는 감정이 아쉬움과 허탈함이 아니라 행복도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름대로 그 동안의 시간 동안 친해졌지만, 더욱 가까이 있고 싶은 생각에 함께 YHA로 향했다. 그 곳이 다소 비싸다는 것은 생각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예약을 해놓은 상황이었고, 체크인을 한 후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따로 약속을 잡지는 않았었다. 그녀가 들어간 후에 방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컥... 30불, 32불을 달라고 하는데 20불짜리 방이 있는데 여기서 3일을 머무를 만한 여유가 내겐 도저히 보여지지 않았다. 결국 엘리베이터 안으로 그녀가 사라진 후 그곳을 나와 인근에 있는 다른 숙소로 방을 옮겼다. (사실 4일전 애들레이드에 머물면서 Cannon이란 숙소가 20불에 묵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YHA가 커다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3일이면 30불인데... 그 돈으로 차라리 선물을 사는 게 낮지 않을까...) 나름대로 크리스틴과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지만, 인연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만날 수 있겠지하는 생각과 기대를 남겨두었다.
Cannon에 숙소를 정한 후 애들레이드에서의 투어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나름대로 이곳 저곳 볼 곳들이 많았지만, 그 가격들이 만만치 않았다. 캥거루 아일랜드는 Day Tour가 225불, 2일, 3일은 3~400불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동안 호주에서 바다, 산, 하늘 등의 자연 등을 많이 보아왔기에 굳이 캥거루 아일랜드까지 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름대로 볼만한 거리들은 많았지만, 400불의 기회비용이 내게는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물론 다시금 그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겠지만, 굳이 캥거루 아일랜드를 가지 않아도 큰 미련은 없을 듯 싶었다. 대신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와이너리나 마지막 남은 시간 동안의 여유를 추가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캥거루 아일랜드에 가서 사진과 기억이 남겠지만, 그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놓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
잠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서 키친으로 향했는데, 우연히 한국 친구들을 만났다. (사실 숙소에 처음 왔을 때 대구와 대전에서 왔다는 친구들을 만나기는 했는데, 왠지 거리를 두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면서 그들과는 더 깊은 관계를 맺지는 못했다.) 다 부서진 라면을 끓여먹는 내게 선뜻 저녁으로 준비한 밥을 건네어 주고 웃음을 건네어 주는 모습에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결국 방을 옮겨 그들과 함께 밤을 보내게 되었다.
(음, 어제와 오늘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없었기에 그다지 쓸만한 일들이 많지 않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내게 주어진 많은 사건들이 있기는 하지만, 호주에서의 일상에 불과하기에 그 모든 것을 일일이 남겨놓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있지는 않을 듯 싶고...)
(혼자서 여행할 때는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많았기에 남길 수 있는 생각들이 많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던 날들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의 즐거움이 일기 속에 남아있는 듯 했다. 물론 그 이외의 어느 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없다. 다만 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래를 위한 기반으로 어떻게 마련해나가는가가 더욱 중요할 뿐...)
내일은 아들레이드 시내를 돌아보고자 한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이 도시를 대표하는 뭔가가 있겠지. 더불어 이곳에서는 자전거 대여가 공짜라고 한다. 자전거를 빌려서 보다 편하게 도시를 돌아봐야지...
(갑자기 미안하다. 옆에 한국 친구들이 있는데 이런 글을 쓰고 있다니.)
오늘은 왠지 나에게 미안해지는 맘이다.
내일은 보다 더 정성 가득한 시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