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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과 불안. 심리적 안전감

비상경영! 위기를 대처하는 지혜로운 선택인가?

by 와이즈맨

헉, 무신사가 비상경영이라고?


무신사의 비상경영 기사를 접했습니다. 무신사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높은 성장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죠. 작년에 매출도 1조원을 돌파하며 그 성장세를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무신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했다는 말을 듣고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경기가 어렵다는데, 그 회사도 정말 어려운 상황인가?’

‘비상경영 선포와 함께 어떤 솔루션이 따를까? 구조조정, 조직개편,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비상경영이 구성원들의 위기극복을 위한 마인드셋과 변화를 이끌어 낼까?’


기사를 읽어 보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1분기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이 IPO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리스크를 해지하고자 비상경영을 선택했다는 것이었죠. 전 임직원이 참여한 타운홀 미팅에서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공유하고, 임원의 주말 출근과 조직 슬림화를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비상이란 단어를 접했을 때 반응은?


일반적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회사는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변화를 추진합니다. 핵심리더와 전략 조직은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할 것이고, 조직과 인사에 변화를 주며 변화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가죠. 그리고, 직원들에게 위기감을 갖고 위기 돌파를 위한 강력한 마인드셋을 무장하고, 주도적이고 도전적인 변화를 실행할 것을 기대할 것입니다.


‘비상’이란 단어는 ‘뜻밖의 긴급한 사태, 예사롭지 아니함’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비상경영’은 비상 상황에서 내려지는 경영활동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위기라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극단의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위기를 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신사의 비상경영도 같은 의미일 것이겠죠.


<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


비상이란 단어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단어의 의미를 통해 일상이 예사롭지 않고, 벌어질 상황과 변화를 예상하게 됩니다. 즉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발벗고 나서겠다는 희생정신을 보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안위에 영향이 있을지를 걱정하며 몸을 사리게 될까요?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수록 최고의 성과를 낸다


‘비상경영’은 조직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강력한 언어입니다. 생존을 위한 결단이라는 점에서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가 구성원들에게 주는 심리적 충격은 종종 간과됩니다. 특히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상경영 선언은 구성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토대를 흔들 수 있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성과보다 앞서는 것이 ‘심리적 안전감’입니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Project Aristotle)’를 통해 흥미로운 결론을 찾습니다. 구글은 고성과 팀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뛰어난 인재의 집합이나 구조화된 프로세스보다 더 중요한 단 하나의 요소를 발견합니다.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일수록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사실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의 성과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는데, 비상경영은 과연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비상경영을 통해서도 심리적 안전감을 유지되고 있었을까요?


저는 비상경영의 상황에서 몇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1. 성장세의 둔화가 문제였다면, 그게 직원들에게도 공감되는 문제였을까?

2. 비상경영이란 단어가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을까?

3.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변화에 동참하게 할 동기부여 방안은 무엇일까?


저는 무신사의 정확한 상황은 전혀 모릅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을 통해서는 위 세가지 질문에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타운홀 미팅을 통해서 얘기했다고 하지만 임직원들이 이 상황을 위기라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상 경영이란 불안하고 위협적인 단어 대신에 긍정적 공감을 형성하는 이름을 찾는 것은 어떨까요? 목표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베네핏은 무엇일까요?



위기를 대처하는 기업의 지혜로운 선택


이 글은 결코 무신사의 비상경영을 비난하는 글은 절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무신사의 정확한 상황을 모릅니다. 다만, 비상경영을 검토하는 회사들이 ‘비상경영’에 대해 조금 더 전략적인 고민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저 역시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비상경영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구조조정을 경험하기도 했고,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조직, 인력, 예산을 감축했던 사례도 경험했습니다.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불가피한 상황을 함께 이겨내자고 말하며, 동참을 이끌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직문화와 구성원의 몰입을 저해하며 성과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기업은 항상 성장을 원하고, 매 순간을 위기라 여길 수 있습니다. 성장할 때는 더 큰 성장을 해야할 것이고, 성장이 둔화될 때는 성장세를 회복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기에 매 시기가 위기로 여겨질 수 있고, 비상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조직문화와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을 확보하며,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cf.

작년에 국내 S대기업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임원들의 주말 출근을 시행했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리더들의 1~2시간 이른 출근을 세팅하기도 합니다. 그 임원과 리더들은 ‘그래, 내가 리더이니 자발적으로 나서서 전략을 구상하고 조직을 리드하는 모습을 보이자’라고 생각했을까요?’ 혹시, ‘하라고 하니까 하는거지. 리더만 출근한다고 뭐가 바뀌나?’라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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