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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됐다는 건 변호사와 가까워지는 것.

<사람이 싫다>

by 무아노

내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일을 겪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아는 변호사를 소개받고 소개해주는 걸 보고 있자면 이게 '어른의 맛'이 아닐까 싶다. 어느 지인은 의료 사고 때문에 변호사를 찾았고 또 다른 지인은 땅에 있던 다른 집안의 묘지 때문에 필요한 상황이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아버지 대(지금으로부터 약 50년은 전)에 묘를 쓰도록 땅을 빌려줬는데 그 후손이 묘지에 대한 훼손으로 민사 소송을 한 것이다. 오랫동안 관리를 하러 오지 않으니 무덤인지 알 수 있나 할 정도의 상황이었는데, 현 주인은 부모님의 호의에 돌아온 귀싸대기를 맞은 상황이 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변호사를 찾으니 모든 이야기를 듣는 변호사가 '사람이 싫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됐다. 나도 이 얘기를 들으며 사람이 정말 징그럽다 생각했으니까.


<사람이 싫다>의 작가 손수호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는 분이고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들으면서 알게 된 분이다. 라디오뿐 아니라 티브이, 유튜브도 하시는 모양인데 이걸로 많은 많은 일명 유명세를 얻기도 하는 듯했다. 책에서 사람이 싫다고 하는 건 생각보다 적게 언급이 됐는데 언급된 것도 자신과 연관 있을 때가 많았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스토킹을 당하고 그런. 당연히 싫어질 수밖에 없다.


책을 읽기 전에는 유명한 판례나 변호사님의 실제 사례 중심일 거라 생각했다. 막상 시작하니 변호사란 어떤 직업 일까부터 시작해, 우리가 어떤 변호사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변호사가 되면 좋고, 변호사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게 차별점이었다.

언젠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때를 대비해 현직에서 알려주는 팁은 '일 잘한다고 소문나고 사건 의뢰가 많아서 늘 바쁘지만 그래도 내 사건에 특별히 더 신경 써 줄 똑똑한 변호사'이다.

유니콘? 봉황? 존재하는 건가? 싶은데 있다고 하니 믿어보자. 그리고 너무 과하게 공감해 주는 변호사는 멀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건 책 내용에 공감하는 나의 개인적인 의견.

특히 변호사지망생이나 신입들이 읽어도 좋을 생생한 팁도 주니 작가들이 작법서를 읽듯 읽는 것도 추천한다.


비슷한 사건이라도 있을까 하고 선택했는데 변호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 가는 시간이 됐다. 그들도 자영업자고 나이가 들어서까지 공부해야 한다. 변호사님도 '이 직업은 대체 언제까지 긴장하며 노력해야 하는 건지.'하고 답답해하고 있다. 또 사기를 안 당 할 것 같지만 사기 치려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

그냥 우리네와 같다. 사람이 싫다며 공감했는데 사람 냄새가 나니 어쩔 수 없이, 싫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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