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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언제 괴산에 가겠어?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by 무아노

친구와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면서 많은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담양, 곡성, 공주, 부산 그리고 괴산. 충청북도 괴산군. 솔직히 처음 들어봤는데 뭔가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친구가 아니면 소위 '핫'하고 '힙'스럽지 않은 여행지를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이곳에 대해 너무 몰라서 책을 찾았다. 도서관에는 괴산과 관련된 책 두 권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였다.

벼락치기처럼 여행 날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기 시작했다. 짧은 호흡, 에피소드 중심의 내용은 브런치를 생각나게 했는데 역시나 이곳에서 활동하는 분이셨다.(책에서는 언급되는데 막상 브런치에서는 찾지를 못했다.)

귀농해 버섯을 키우셨다가 버스기사가 되신 선배 작가님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친구를 만나서는 책장을 잠시 덮어두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약 만 오천보를 넘긴 여행은 산막이 옛길 트래킹 코스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그곳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버섯을 많이 팔고 계셨는데 우리는 특산품인가 보다 하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집에 오면서 다시 책을 읽다가 작가님도 버섯 키우셨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 여기는 버섯을 많이 키운다. 작가님도 버섯 키우러 귀농하셨다.'하고 친구에게 아는 척할 기회였는데 그걸 날린 것이다. 아쉬웠으나 책 초반에 나오는 괴산군이 엄청 크고(경기도 화성시보다도 더 넓은데 충북의 11.3%를 차지한단다) 옆에 있는 다른 동네에 땅을 떼어줘도 여전히 크다는 정보로 아는 체했다는 걸로 위안 삼기로 했다.


여행을 하는 내내 나는 길가의 버스 정류장을 유심히 봤다. 책에 소개된 승객들이 타고 내리며 버스기사인 작가님이 지나갔을 수 있는 정류장이었다. 버스 승객들은 고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또 비슷한 인생이었다. 그렇기에 작가님은 개별로 승객들을 보다 내 가족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건 좀 감성적인 포장인데 사실 버스기사인 작가님의 모습은 까칠하기 그지없다. 다른 버스 시간을 묻는 승객에게 시간표 보라며 실랑이를 하기도 하고 오늘 몇 명이나 버스를 탔냐는 질문에 알아서 뭐 하냐고 대답하기도 한다.

내가 다 '마상'이다. 그러나 읽다 보면 이해가 된다. 험한 길과 낡은 버스에 몸이 고단하지만 아주 가끔은 짐을 들어주기도 해야 하며 또 그러다 정해진 시간에 늦을까 쫓겨 가면서, 노인 승객이 넘어지지 않도록 백미러를 보며 주의를 주고 예의주시해야 한다. 직장인에게 일이 많은데 주변에서 자꾸 방해를 하면 짜증이 나는 그런 이치였다.


이 책을 읽으며 괴산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좋았다. 생소한 지역에 대한 거리감을 단숨에 줄어들었다. 이제 나는 괴산에 있는 행정 구역 중에 칠성면, 사리면이 있다는 것과 버섯이 유명하고 천문대,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민물고기 아쿠아리움은 지나가다 봤다) 그래서 혼자 이런 상상을 했다. 어느 날 '괴산에 대해 왜 이렇게 잘 알아요?'하고 질문을 받으면 '아, 거기에 아는 분이 계세요.'하고 대답하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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